(기록) 운동일지

(기록) 운동일지 : 심야 달리기 6km / 41분 / 467kcal (f. 결국 날씨 탓이였나..?)

뜬구름홍 2024. 8. 1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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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6.16부터 운동일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운동 전, 중, 후 마음가짐 등에 대한 개인적인 내용입니다

- 운동 종류 : 심야 달리기

- 거리 : 6km

- 느낀 점 : 부득이하게 어제 달린 것을 오늘 작성합니다. (밤 11시에 달리러 나가는 바람에... 집에 오니 너무 늦었더라고요^^;)

 

어제는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다. 새벽 내내 깊은 잠에 들지 못했다. 아기는 옆에서 세상모른 채 잘 잤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2시간마다 깨서 화장실에 갔다. 아마 자기 전에 먹은 토마토 하나의 영향인 것 같다.

 

아침에 비몽사몽으로 일어나서 시리얼을 간단하게 먹은 후 다시 잠을 잤다. 점심때쯤 일어나서 밥을 먹고 이런저런 것들을 하다가 또다시 잠을 청했다. 그렇다고 해서 제대로 잔 건 아니고 설 잠 정도 잔 수준이었다.

 

저녁 6시부터 아기와 단 둘이 있다 보니 딱히 할 것도 생기지 않고 무언가를 해야 하는 열정 같은 것도 사라진 상태였다. 이것이 바로 산후 우울증인가? 확실히 육아를 혼자 하다 보면 우울증이 온다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었던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자유가 있어야 하고 밖에 나가 돌아다녀야 사는 맛이 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토록 중요한 것들이었다니!

 

그렇다고 육아가 싫다는 건 아니다. 육아의 거룩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진해지기 때문이다.

 

저녁 10시쯤 몸이 찌뿌둥해서 간단히 스트레칭을 했다. 환기를 시켜보니 날씨도 그렇게 더운 것 같지 않았고 순간 달려볼까?라는 물음이 내 안에서 훅 튀어나왔다.

 

11시가 되니 와이프가 집으로 복귀했다. 그럼 한 번 달려볼까? 아, 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아기 목욕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와이프 오기 전에 홀로 아기 목욕에 도전했다. 

 

이게 웬걸? 아기가 말을 참 잘 들었다. 울지도 않았다. 

 

그렇게 내 인생 혼자 목욕시키기 미션을 해결했다. 

 

기분이 꽤 좋았다. 혼자서 한다는 것. ㅎㅎㅎ

 

너무 늦은 시간에 달리기를 뛰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한 번 도전해 봤다. 어차피 2일에 1번은 달리기로 마음먹었으니깐.

 

심야 밤공기는 언제나 좋다. 길거리에 사람들도 별로 없다. 오로지 내 시선을 끄는 것은 밝은 가로등 불빛뿐이었다. 차들도 소음을 줄이며 내 옆을 지나쳐갔다.

 

이런 분위기가 얼마만인가? 확실히 아침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달리는 코스도 내 맘대로 정했다. 어차피 이 시간대는 사람들로 인해서 달리는데 방해받을 일이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힘든 거리를 정했다. 어차피 오늘은 많이 안 뛰어도 된다. 그냥 원하는 곳을 향해서 원하는 만큼만 달려보자.

이것이 심야 달리기의 특권? 인 것 같았다.

 

달리다 보니 문득 새벽에 달렸던 과거가 생각난다. 군대에 있을 때였는데 그 당시에도 뭔가 몸이 찌뿌둥하고 마음 어딘가에 답답함이 묻어져 있었다. 그래서 냅다 달렸다.

 

내가 있었던 군대는 꽤 컸는데 그래서 달리는 코스도 적당했다.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검은색 아스팔트 위를 사뿐사뿐 달린다. 주변에 사람들은 없다. 그리고 오로지 나를 반겨주는 것은 주황색 가로등 불빛뿐이었다.

 

나는 퇴근하면서 이 가로등 불빛을 유심히 쳐다보곤 했다. 왠지 저 가로등 불빛 안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답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치 주술사의 유리 구술처럼.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매번 답을 찾아낼 수 있었고 - 아마 책과 주변 지인의 도움 덕분이었던 것 같다 - 그래도 꽤 스스로가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지금도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언제나 쉬웠던 적은 없다. 언제나 = 항상

하지만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할 때마다 나는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었다. 그것이 직장이든, 투자든, 인간관계든, 나의 건강이든.

 

그렇게 삶은 계속되는 것 같다. 언제나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문제를 천천히 해결해내가고 또 새로운 문제들을 맞닥뜨리는 것.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문제없이 사는 삶이 제일 좋은 것 아니냐고?

그럼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스트레스 없이 살고 싶으세요?

걱정 없이 살고 싶으세요?

온 세상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였으면 좋겠어요?

 

나도 과거에는 위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었다.

하지만 그건 나 자신과 자유를 온전히 경험하지 못했기에 나온 답변이었다.

 

진정 자신만의 철학과 원칙 그리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간과 자유가 있는 인간이라면

위의 질문은 삶에서 존재하지 않는 질문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우리의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인간으로 태어났고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문제들은 내 친구, 가장 친한 친구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법이다.

 

끝.

 

* 심야에 달리다 보니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요즘 걱정이 많은가 봅니다 ㅎㅎ 

** 체력은 똑같은 데 6km를 달린 걸 보니 날씨 영향이 큰 것 같네요. 점심이나 이른 저녁에 달릴 때는 4km를 겨우 뛰곤 했는데 심야에 달리니 6km 도 충분히 달릴만 했습니다. 체력에 문제가 있나 싶었는게 그건 아닌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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