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운동일지

(기록) 운동일지 : 심야 달리기 5.5km / 41분 / 451kcal

뜬구름홍 2024. 8. 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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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6.16부터 운동일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운동 전, 중, 후 마음가짐 등에 대한 개인적인 내용입니다.

- 운동 종류 : 심야 달리기

- 거리 : 5.5km

- 느낀 점 : 결국 날씨 탓이었다. 최근 점심 또는 저녁 달리기를 할 때면 이상하게 3km 만 넘어가도 숨이 헉헉 차올랐다. 체력이 안 좋아진 걸까. 또는 너무 제한 없이 먹은 탓에 몸무게가 늘어난 탓일까? (최근 몸무게 변화 : 77kg -> 80kg...)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것들이 원인은 아니었다.

 

어제도 저녁을 먹고 2시간 남짓 휴식을 취한 뒤 밤 10시 정도에 심야 달리기를 나섰다.

 

사실 어제 낮에 밖에도 돌아다니고 해서 몸은 피곤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2일에 1번 유산소 운동을 하기로 다짐했기에... 그렇다고 엄청 피곤한 정도는 아니었기에... 운동화를 신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책 중에서 이런 말이 있다. 어느 기자가 하루키한테 매일 달리기를 뛰는 건 힘든 일 아닌가요?라고 묻자, 하루키는 이렇게 답했다.

 

"매일 출근(고통)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매일 달리기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난 이 문장을 읽으면서 무릎을 찼다.

 

왜냐하면 매일 출근하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닌 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리기는? 달리기는 출근이 가져오는 장점? 보다 훨씬 더 많은 장점을 러너에게 선사해 준다.

 

예를 들자면, 첫 번째는 건강이다. 심폐 지구력도 좋아지고 기초 대사량도 올라간다. 특히 웬만한 감기에 걸리기가 힘들고 뭔가 살아있다는 감정을 준다. 두 번째는 정신의 맑음이다. 달리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몰려온다. 어렸을 적부터 시작해서 바로 어제 또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오래 묵혀두었던 고민들까지. 무의식 속에 한 자리 차지했던 고민과 문제들이 나타나고 해결되거나 별거 아닌 일처럼 넘어가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면서 정신이 매우 맑아진다. 결국 답은 이렇게 나오는 편이다.

 

'현재에 집중해라.' 즉, 달리는 것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호흡에 집중하고 발바닥과 땅에 닿는 그 순간에 집중하고 산들 거리는 바람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집중은 꽤 도움이 된다. 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때나 샤워할 때 설거지할 때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현재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사의 많은 고뇌를 제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매일 출근하면서도 나를 찾아갈 수 있다. 나는 지하철 안에서 검은색 반사판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나는 왜 출근하는가, 나는 왜 일하는가,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인가, 등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뭐, 생각의 예열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생각을 하고 싶을 때쯤이면 회사에 도착하거나 급히 해결해야 하는 업무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직장인의 숙명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결론까지 갈 수 있는 시간, 단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리다 보면 결론이 날 때까지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질 수 있다. 가만히 서서 창문을 바라보며 예열하는 속도와 달리면서 생각하는 예열의 속도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혈액이 왕성히 움직이면서 뇌에 산소와 혈액을 공급해 준다. 반면에 고작 서서 다리에 살짝 힘을 주고 넘어지지 않게 균형을 유지하는 정도의 에너지는 달리기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된다.

 

그러기에 나는 하루키의 저 문장이 참 와닿았다.

 

출근하는 것에 비하면 달리기는 아무것도 아니다.

 

비록 목표한 6km를 달리지는 못했지만 - 사실 중간에 걷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 힘들어서 걷는 게 아니고 천천히 명상과 주변 환경을 바라보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걷고 싶었다 - 충분히 만족한 달리기였다.

 

회차로에서 어느 소년을 마주쳤는데,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또는 이런 늦은 시간에 헉헉 대면서 달리는 사람을 처음 만나서 그런지 나를 계속 응시했다. 순간 아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 나도 그 소년을 바라봤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한 가지 후회되는 것은 당시 코스가 오르막길이다 보니 얼굴에 인상을 꽤 쓰고 있었다... 아마 그 소년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신기하면서도 응원하는 듯한 눈초리였는데, 미소로 화답할걸...이라는 후회가 남는다.

 

다음번 달리기 때 혹시나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다면 - 1초 이상 - 미소를 지어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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