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필요해서 5만 원권 2 장을 ATM기에서 인출했다.
언제나 빳빳하고 나름 상태 좋은? 돈만 받아온 터라 이번에 받은 꼬깃꼬깃한 5만 원권 뭔가 남달랐다.
받고서는 이게 뭐야? 왜 이렇게 꼬깃꼬깃하지? 차라리 다시 입금하고 다른 ATM기에서 돈을 뽑을까?
왜냐하면 돈이란 건 자고로 빳빳하고 깨끗한 상태로 보관하거나 써야 기분이 좋지 아니한가?
게다가 돈을 차곡차곡 이쁘고 가지런히 모아두는 습관을 지닌 나에게는 특히나 그렇다.
그래서 잠시 고민하던 끝에, 어차피 같은 5만원인데 좀 꼬깃하다고 그 가치가 변하겠어?라고 다시 차에 탔다.
그러다 다시 그 돈을 꺼내봤다.
앞 뒤로 확실히 많이 접혀있었다.
이게 ATM기에 입금됐다는 것도 놀라긴 했다. - 기술이 좋아진건가? 예전에는 조금이라도 접거나 그랬으면 반환 메시지가 떴었는데...-
가만히 돈을 보다가 생각이 들었다.
돈은 절반이상 훼손만 되지 않으면 결국 같은 액수를 가진 돈이다.
아무리 지폐가 더럽고 접혔있다 한들 그 지폐에 찍혀있는 돈의 가치는 그대로 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어떤가?
실수를 저지르고
남에게 상처를 받고
또 그 상처를 주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 감정의 변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그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할 경우 내면까지 상처를 입게 된다.
그러면 다시 묻고 싶다.
그렇게 상처를 받아도 나는 그대로이지 않는가?
내 이름, 내 몸, 내 정신, 내 성격은 그대로이지 않는가?
결국 아무리 상처받고 실수하고 실패하든 나는 그대로이 나이다.
나의 가치는 결코 변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지폐를 훼손해서 찢거나 태우거나 하지 않는 이상.
즉, 나 자신도 스스로 자해하거나 정신적으로 특별한 행위를 하지 않는이상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나라는 존재는 변함없다.
누가 뭐라 하든.
최악의 상황이 찾아 오든.
내가 이루지 못할지라도.
그러니 내 변함없는 가치에 의구심을 갖지 말자.
그냥 있는 태어난 그대로 지금의 내 모습 그대로 존중하면 그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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