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자기개발 등

[혼밥(직)장인] "나만 아는 지하 샌드위치 가게." (f. 나는 왕따인가)

뜬구름홍 2022. 4. 3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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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뜬구름홍 입니다.

저는 첫 직장에서부터 혼밥 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덕분에 다양한 오해와 사건사고가 생기기도 했지요.

물론 요즘에서야 혼밥을 아주 당연한 권리이며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라서 참 다행입니다.

과거에는 혼밥 하면 '어디 이상한 거 아니야?'라든가 '친구가 없나?' 등 약간 측은지심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혼밥은 개개인의 권리이며, 소중하고 맛있는 밥 한 끼를 먹는데 눈치 없이 오로지 음식과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진귀한 시간이란 것을요!

제가 경험한 여러 에피소드들을 약간의 픽션을 가미하여 연재해보겠습니다.


"나만 아는 지하 샌드위치 가게." (f. 나는 왕따인가)

한창을 동기들, 부서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심시간은 점점 줄어든 것 같았고, 점심 값을 나가는 돈은 점점 늘어났다.

 

가장 큰 원인은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확률은 약 30% 그리고 음식점에 가서 메뉴를 시켜도 나오는 시간이 약 30분 이상. 마지막으로 점심 식사 후 커피 내기로 나가는 나의 소중한 돈.

(난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커피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나 점심시간에는)

 

가끔 주변 직장인들과의 선택이 똑같아 동일한 식당에 인파가 몰릴 때면, 음식이 나오는 시간은 기본 30분에서 40분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면 식당에 도착한 시간 11:50분. 메뉴가 나오는 시간 12:30분. 먹는데 20분. 그럼 12:50분.

 

즉 커피 주문까지 마치면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로 복귀해야 한다.

 

왜 이렇게 점심시간을 촉박하게 보내야 하는 걸까?

 

군대에서도 점심시간만큼은 충분했었는데...

 

게다가 내 돈 주고 내가 음식점을 고르고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는 데도. 왜 왜 왜 매일같이 점심시간은 지옥 같을까?

 

그런데 이런 지옥같이 숨도 못 쉬게 지나가는 점심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회사에 하소연 - 즉 회사 든 뭐든 것에 관심이 많은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 소중한 시간을 본인들의 스트레스 푸는 시간으로 생각한다.

 

그러기에 주말에 무얼 했는지부터 개인의 사생활까지 물어보며 그들의 에너지를 채우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에너지를 채운다면 또 누군가는 에너지를 낭비하는 법.

 

나는 언제나 낭비하는 존재였다. 그들과 식사를 하고 나면 이상하게 피곤해진다.

 

왕복 출퇴근이 5시간이 넘게 걸리는 나였지만, 오히려 출퇴근 길에 낭비하는 에너지보다 그들과 함께 있는 1시간 남짓한 시간이 오히려 더 힘든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고 난 뒤,

 

난 이렇게 내 유일한 자유시간을 그들의 에너지를 채우는데 허비하지 않기로 시작했다.

 

그렇다고 점심을 안 먹는 건 어떨까?

아니면 도시락을 싸서 다이어트한다고 하면?

 

아마 신입사원인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부적응자', '조직에 기여하지 않는 자', '왕따', '사회성 없는 사람' 등등 여러 가지 꼬리표가 붙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대체 어떻게...

 

여러 방법을 찾다가 한 가지 묘수를 생각해냈다.

 

바로 일주일에 전부를 그들과 함께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 친구들을 만난다는 핑계로 일주일에 2회 정도는 따로 먹기로 의도한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2회는 실제 친구를 만나는 건 아니었고, 회사 주변 산책을 하다가 발견한 '아무도 모르는 것 같은' 샌드위치 가게에서 점심을 보내기로 했다.

 

막상 처음 점심시간에 우르르, 삼삼오오 모여서 뭘 먹을까 라는 시끌벅적한 집단 속에 벗어나니 뭔가 불안하기도 했었다.

 

'사람들이 날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하면 어떡하지?', '만약 친구를 안 만나고 혼자 샌드위치 가게에 가는 것을 걸리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등등.

 

역시나 나의 오판이었다.

 

사람들이 음식점을 향하는 방향과 샌드위치 가게는 정 반대였다.

 

게다가 그렇게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으레 점심식사 후 사무실에서 만나면 '친구랑 점심 잘 먹었어요?'라고 묻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렇게 나는 주 2회에서 주 3회로. 그리고 이젠 매일매일을 샌드위치 가게를 찾는다.

 

이 샌드위치 가게는 조금 특이한 게, 1층에서는 메뉴 주문만 받고 실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은 지하 1층에 위치해있다.

 

계단도 상당히 가파른데 막상 지하로 내려가면 친근하면서 푹신한 소파와 여유로운 공간들. 그리고 빵빵 터지는 와이파이(당시 와이파이가 당연한 시대는? 아녔었다) 덕분에 여유롭게 샌드위치를 먹으며 내가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그렇게 해도 남는 시간 30분.

 

20분간 낮잠을 청해도 되고, 아니면 근처를 걸어도 된다.

 

이렇게나 여유로운 점심시간 일 줄이야.

 

돈도 절약하며, 시간의 여유도 생기며, 온전히 나의 선택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마저도 나에게는 너무나 큰 기쁨이자 행복이었다.

 

그런데, 나의 자유와 행복이 늘어날수록 주변에서 나를 바라보는 태도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에 그들의 무리에서 이탈하는 나를 보고서는 역시나 험담을 좋아하는 일부의 몇몇 입에서 '왕따'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xxx 부서에 신입사원은 매일 점심을 따로 먹는데. 이상한 사람인가 봐" 등등.

 

역시나 점심시간을 여유롭게 즐기고 회사 정문을 들어오는 찰나에, 부서장을 만났다.

 

나를 보더니 부서장이 내게 하는 말. "어이. 왕따처럼 혼자 먹지 말라고~"

 

참나, 그래도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다.

 

여기 있는 사람들과 영원히 같이 있을 것 도 아니고.

 

차라리 왕따라고 불리는 대신 점심시간을 오로지 나의 행복과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이 나에게는 더 나은 것 같다.

 

뭐, 왕따이면 어때. 내가 너네들을 왕따 시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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