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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 도시인의 월든 : 박혜윤 저자 (f. 인간은 문제를 왜 해결해야 하나, 퇴사하기 직전 고민해 봐야 할 것들)

뜬구름홍 2023. 10. 2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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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뜬구름홍입니다.

도시인의 월든. 난생처음 보는 책 제목입니다.

어떻게 알았냐고요?

자본주의 관련 책을 검색하다가, '숲 속의 자본주의자'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제목이 특이하기도 하고 뭔가 철학적 느낌도 있을 것 같아서 읽어봤는데, 어머! 엄청난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해당 작가가 최근에 낸 '도시인의 월든'까지 읽게 되었네요...!

 

'월든'은 사람 이름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빈둥빈둥 대는 앞뒤 안 맞는 귀여운 철학자?라고 해야 할까요.

무튼 저자는 숲 속에서 살면서 쉬엄쉬엄 소일거리를 하면서 가끔 월든을 읽곤 합니다.

 

동시에 삶에 대한 철학을 제대로 음미하지요.

 

그럼 바로 보시죠!

 

(책 속에서)

 

(중략)

나는 동양인들이 말하는 관조와 무위의 뜻을 이해하게 됐다. 나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낮 시간은 무심히 빛을 비추듯 내 앞을 지나갔다. 아침이었다가 어느새, 자, 이제 저녁이군 해도 나는 기억할 만한 어떤 일도 해내지 못했다. 새처럼 노래하는 대신, 나는 나의 끝없는 행운에 살며시 미소 지었다. (...) 우리 마을 사람들에게 이런 생활은 분명히 순전한 게으름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새와 꽃이 그들의 기준으로 나를 판단한다면, 내게 부족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인간은 자신 안에서 삶의 일들을 찾아야 한다. 자연의 하루는 지극히 고요해서 인간의 게으름을 꾸짖지 않는다.

 

(중략)

 

이 책에는 그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해 처음으로 의문을 품는 순간이 잘 그려져 있다. 당시 에번스는 AI로봇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미래에 독거노인의 말벗이 되어줄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어느 날 그는 멕시코 여행 중 가이드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설명하다가 외면할 수 없는 질문에 부딪힌다. 

'외로움의 해결책이 정말로 더 많은 기계 장치를 만드는 걸까?'

 

그는 옛날처럼, 가족과 이웃이 서로서로 어울려 사는 것이 좋았던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여기서 "맞아, 옛날이 좋았어. 옛날로 돌아가야 해"라고 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현재 우리가 돌아보는 그 과거는 좋아 보이지만, 그 과거를 살았던 이들이 같은 상황을 문제라고 느껴 그걸 해결하다 보니 현재가 된 것이니까.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더 좋은 기계를 만드는 것이 해결책일까? 다시 질문을 읽어보자. 그 안에는 다른 질문이 들어 있다. "모든 문제에 해결책이 있어야 하는 걸까? 모든 문제를 기어코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지독하게 인간만이 지닌 특성이 아닌가? 인간은 도대체 왜 이런가?"

 

그런 인간 내면의 근본적인 특성을 에번스는 날카로운 한마디로 진단한다.

 

지구 종말론자들은 사실상 현대 문명이 파괴되기를 고대한다

 

(중략)

 

에번스는 최고의 교육을 받았고 전망이 좋은 직장에서 안정된 지위를 누리며 든든한 경제적 기반도 마련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던지고 시작한 실험이 비참한 끝을 맞이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실험을 썩어가는 사회를 위한 정의로운 도전으로 포장하고, 그 실험의 실패조차 참가자들의 게으름이나 사회적 문제로 돌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어떤 변명도 없이 냉정하게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다른 동기를 고백한다. 

 

남들이 아무리 인정을 해도 스스로 만족할 만한 발전을 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이 동기라니. 이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이기도 하다.

 

(중략)

 

물려받은 땅이 있는 어떤 젊은이가 내게 말했다. 돈이 생기면 나처럼 살겠다고. 나는 누구에게도 내 삶의 방식을 어떤 식으로도 따라 하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든 내 삶의 방식을 배우기도 전에 나는 이미 다른 방식을 찾았을 수도 있고, 이 세상의 최대한 많은 사람이 서로 다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모두가 신중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가기를 바란다. 자신의 아버지나 어머니나 이웃의 길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말이다.

 

(중력)

 

정해둔 꿈이나 성공이 없는 것은 때로 다른 기회를 열어준다. 소로는 이런 구절로 단락을 시작했다. "적어도 나의 실험으로부터 배우게 된 것". 이 모든 이야기는 소로가 자신의 실험과 경험에서 배운 것이다. 꿈도 목표도 좋지만, 가끔 그 존재는 믿음이 되어 실험을 방해한다. 아이가 '오디세이아'를 펼친 순간 다 읽어야 한다고 믿었다면 짧게나마 느린 강물에 잠기듯 읽는 즐거움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성공도 속도도 단계도 하나하나 스스로 실험해 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성공에 도달할지 혹은 실패에 도달할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오늘 하루는 나만의 실험으로 꽉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중략)

 

로저스는 아버지를 용서하고 이해하라는 이야기 대신에 이렇게 말한다.

 

"그렇지 않아요. 확신에 찬 것뿐이죠. 당신은 옳고 그른 것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에요. 당신 아버지와의 관계가 당신의 그런 부분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 거예요. 아버지는 당신이 당신이라는 사람이 되는 것을 도운 거죠."

 

그리고 그는 1분간 함께 침묵하자고 제안한다. 그 침묵의 시간 동안 '나'를 '나'이게 만든 모든 사람들을 생각하자고, 최고의 순간이다. 어쭙잖게 남을 동정하거나 미워하거나 억지로 용서하고 이해하지 않고, '나' 자신이 되면서도 그 모두를 내 안으로 수용하는 기적 같은 순간.

 

(중략)

 

드디어 취재를 하는 진짜 기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바로 이날 사표를 썼다.

 

회사 생활 초기 첫발부터 잘못 디뎠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겁이 나서 도저히 그만둘 수가 없었는데 이날의 결정은 별 고민도 없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즐겁게 해치웠다. 회사가 싫었을 때는 두려워서 그만둘 수가 없었다. 하지만 3년 반의 시간 동안 나는 회사를 정말로 사랑하게 되었다. 나만의 이유를 매 순간 발견하고 만들어낸 것이다. 회사를 사랑하는 일은 결국 일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회사를 위해, 회사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한 거였다. 그러자 두려움이 없어졌다.

 

물론 가계 수입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걱정은 반나절 정도 했지만 경력이 단절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기자로서 취재 능력도, 취재를 하면서 쌓은 인맥도 없으니 경력 측면에서는 완전히 끝이라는 걸 잘 알았다. 그러나 나라는 사람이 회사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성장은 남김없이 다 누렸다는 것을, 나는 확실히 알게 된 것이다. 앞으로 무엇을 하든, 설령 직업을 찾을 수 없다 해도,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었다고 해도 내가 찾아낸 나만의 성장, 나만의 기쁨은 영원히 내 것으로 남을 것이다.

 

(중략)

 

집안일이 노동이 되면 아이에게 가르치기 어려워진다. 같은 노동이라면 더 인정받는 일이 훨씬 많고 집안일을 대체할 기계며 서비스, 간편식이나 외식 등도 넘쳐나니까. 하지만 노는 것만큼은 남이 대신해줄 수 없다. 아이 스스로 삶에 대한 의욕을 갖는 건 놀이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 아이만 그런 건 아니다. 어른도 죽을 때까지 놀아야 사는 게 재미있어진다.

 

(중략)

 

영업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이어트도, 주식투자도, 공부도, 양육도 결국 단순하게 버티는 것이다. 특별한 기술이나 엄청난 노력보다 아마 더 중요한 건 그냥 무심하게 기다리면서 계속하는 것이다. 그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불안이나 기대에 발목 잡히지 않고 하고 싶은 만큼, 납득할 수 있는 만큼 지속하는 것이다.

 

이 어려운 걸 하는 동안 갖는 무심하고 건방지고 진심으로 결과를 하찮아하는 마음이, 어쩌면 악을 쓰며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우리를 더 오래 기다리게 만들지 않을까.

 

(중략)

 

여러 번 설명한 것이지만, 한 번 더 말해본다. 나나 우리 가족의 이야기에는 용기나 존경할 만한 무엇은 없다. 실패하고 포기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실패 끝에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다. 이렇게 사니까 너무 좋다며 권하고 싶다고 말할 수 없다. 지금의 방식이 성공이나 목표 달성의 결과가 아닌지라, 언제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지 모른다. 물론 누구라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위대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이 독자가 말한 존경받을 만한 용기를 가진 사람들 중에 나는 절대로 끼지 못한다.

 

그래도 나는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글을 통해 늘 하려는 이야기는 '나'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 주어진 나의 정신상태나 주변 환경을 바꾸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다. 때때로 아쉽게 삐걱거리는 집이나 좀처럼 바뀌지 않는 내 단점을 그대로 안고서 살아보는 것이다. 그것도 꾸역꾸역 견디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독자는 내게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지 고민된다고 했지만, 나는 과감히 떠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만두지 않고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먼저 찾아본 다음에야 그만두는 '용기'가 생길 수 있다고 대답했다.

 

회사에서 해야 하는 일이나 정해진 시간은 내가 바꿀 수 없지만, 거기서 무엇을 느끼거나 그것을 느끼기로 작정하는 '나'는 달라질 수 있다.

 

회사를 그만두든 안 그만두든 그런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정해진 조건을 신경 쓰지 말고, 무슨 이유에서건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들을 찾아보는 게 먼저다. 아무리 이상하고 시시한 이유라도, 아무리 짧은 순간이라도 온전히 즐거운 몰입의 순간들을 포착해 보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이나 나라는 사람의 성향과 취향을 이해하게 될 수 있다.

 

그런 자기 인식들이 쌓여가며 어떤 결정이든지 저절로 마음에서 피어나지 않을까. 백수든 직장인이든, 한국에 살든 미국에 살든, 아이가 있든 없든, 삶이 백 퍼센트 좋거나 백 퍼센트 싫을 수는 없다. 하지만 막연한 불만과 불편함을 벗어나 세밀하게 내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알아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우주를 만드는 일이다. 그런 다음에 드디어 회사를 그만둬야 할지 말지를 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정말 그 어느 책에서도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날 것 그대로의 철학책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재미있기도 하고 - 중간중간 이해가 잘 안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 이미 작가의 앞선 책을 읽어서 더욱더 와닿는 구절들이 많았네요.

 

특히나 직장이 힘들거나 이직, 또는 퇴사하고 싶은 분들께서는 위의 마지막 구절을 꼭 읽어봤으면 합니다.

 

결국 직장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일과 직장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취향인지, 무엇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몰입은 어느 상황에서 잘하는지' 등 '나'를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런 생각 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직장인도 있겠지만요..!)

 

재미있고 좋은 책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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