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신문을 읽은 지 어언 2년이 되었다.
첫 1년은 읽다 말다 하기를 반복했지만 2년 차부터는 거의 빠짐없이 1일 1 신문을 읽고 있다. (가끔 아침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나 시간이 없을 때는 하루에 2-3일 치 신문을 몰아서 보곤 한다)
읽게 된 최초의 목표는 '지식 쌓기' 였다.
으레 투자의 현자들, 책에 나온 부자들은 '책'과 '종이 신문' 읽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뭐, 나는 여전히 가난하지만 위 두 개 정도는 그들과? 나름 동등한 레벨에서 누릴 수 있는 몇 개 안 되는 호사 중에 하나였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책 읽기와 종이 신문 읽기. 나 같이 활자에 중독된 사람에게는 딱인 취미이자 소소한 돈 쓰기이다.
차츰 경제에 대해 눈이 뜨고 매번 넘기기만 했던 정치란에도 조금씩 눈이 가기 시작했다.
경제는 어차피 내가 해석하고 예측한다 한들 통제할 수 없는 분야였다. 그저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 듯이 오늘의 경제는 이렇구나, 앞으로 좋지는 않겠구나, 그럼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 정도 수준의 의식이 흐른다.
정치 또한 매한가지이다.
어차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요즘 이슈는 이렇구나, 그래서 결론은 무엇이냐(결론이 나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신문에 자주 보이는 얼굴과 이름이 강한 정치 힘을 가지고 있겠구나. 정도로.
사실 경제면과 정치면 보다 내가 제일 집중해서 읽는 부분이 있다.
그건,
매주 월요일에 발행되는 '시가 있는 월요일'
그리고 몇몇 소설가가 쓰는 '사설'이다.
위 두 개는 매주 월요일 아침을 기다리게 만들어주고 동시에 내 삶에 겸손함을 채워주는 것들이다.
시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기에(여전히 개발 세발로 시를 내 멋대로 쓰고 있긴 하지만...) 명시를 읽다 보면 '인간이 어쩜 저렇게 함축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감탄을 하게 된다.
나와 같이 삼시세끼 먹고 눈, 코, 입 있고 생각하는 뇌 크기가 똑같은 사람일 텐데 나는 안 되는 걸 어쩜 그들은 만들어낼까?
라는 생각도 잠시. 그 한 문장 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 수많은 경험과 고뇌 그리고 지웠다 쓰기를 반복했을 그들을 생각해 보니 나 또한 한 문장에 시간과 공을 들인다면 조금이라도 그들의 '시'력을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는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그런 시 쓰기는 나와는 맞지 않다는 걸 금세 깨달았다. 그저 나는 목욕하면서 떠오르는 생각, 달리기 하면서 고민했던 것들, 생각 없이 육아를 할 때나 유튜브를 보면서 스쳐 지나가듯이 나를 괴롭혔던 질문들. 에 대해 쓰는 걸 좋아하기에.
이런 생각을 글로 적으면 함축적이 되기는 힘들다. 토로하는 글이 되기 때문에... 하여간 나는 월요일 시를 읽으면서 매번 다 잡곤 한다.
시를 더 잘 써보자.
소설가들이 요즘 사설란에 자주 등장한다.
손보미 작가 등. 문학상을 받은 분들이 주로 등장하는데, 이분들의 글 솜씨는 정말 탁월하다 못해 내게 감동을 주기도 한다.
단편 소설 하나 짓기도 그렇게 힘들 텐데 매번 사설에 등장해서 자신의 경험을 글로 녹아내리며 그걸 읽다 보면 이상하게 내 마음 어딘가가 치유되게 만드는 '능력'
게다가 글 읽기는 왜 이렇게 쉬운가? 글의 앞 뒤 문맥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반복해서 읽을 필요가 거의 없다.
그토록 가벼운 내용에 무거운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게 바로 글 쓰기의 마법이자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내 경험담이 많지만 그걸 효과적으로 내 목적에 맞게 글을 이어간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글을 쓰다 보면 감정의 기복이 찾아오고 그러다 보면 횡설수설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타이핑을 치면서 계속해서 내게 되뇐다. '나는 지금 이 글을 무엇을 위해 쓰는가?'
이 물음만 지속되면 여차저차 하나의 글을 완성시킬 수 있게 된다.
지금처럼 말이다.
신문을 읽는 이유는 결국 나 자신의 치유를 위한 것이다.
아니, 나아가 '글을 읽는다는 것은' 나 자신을 찾는 진귀한 경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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