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자기개발 등

(끄적임) 26살의 나는 무얼 그토록 고민하고 바랐던가? (f. 성공, 이직, 승진, 연봉 그리고 마침내 자유)

뜬구름홍 2024. 12. 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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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간만에 빨간 버스를 탔다.

 

빨간버스라 하는 건 옛날 말로 좌석버스이고 요즘말로는? 급행버스이다.

 

26살 때 출퇴근 시간만 왕복으로 4-5시간을 걸리면서 서울에 있는 회사로 출퇴근을 했었다.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서 5시 10분쯤 집을 나섰다.

 

10분 정도 걷고 나면 좌석버스 빨간 정류장이 있다. 거기서 추운 날이나 더운 날이나 한결같이 거의 비슷한 시간에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많은 사람이 타지는 않았는데 (그 시간에) 대부분의 나 같은 직장인들이었다. 강남역까지 다이렉트로 가는 버스.

 

몇몇 사람은 부족한 잠을 버스에서 해결하기 위해 안대를 착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난 겁나서 못했다. 왜냐하면 너무 푹 자면 내리지 못할까 봐... 그대로 집으로 우회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강남에 내리면 신논현역으로 걸어가 9호선 급행버스를 탄다. 여의도 방향으로 지하철을 탄 뒤 내리고 나서 또 버스를 타야지만 비로소 회사 근처 정류장에 내렸다.

 

내린 후 또 걸어서 5-7분 정도 걸어야 비로소 회사에 도착한다.

 

당시 회사의 출근 시간은 오전 8시 30분이였기 때문에 5시 10분에 나와도 중간중간 변수가 많아 매번 5분 정도 지각했었다.

 

특이하게도? 회사는 아침마다 아침체조를 하는 전통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35분쯤 들어가면 모두들 일어나 아침체조를 하면서 나를 바라보곤 했다. 체조가 끝난 뒤에는 사수한테 호출 당해 꾸지람을 매번 듣곤 했었다. (정말 지각하고 싶지 않아서 중간에 달려도 보고 택시도 타고 했는데 이런 노력에도 정시 출근은 역부족이었다)

 

사수는 나에게 왜 그렇게 멀리서 출퇴근하면서 지각하냐고, 근처에 자취방이라도 얻어서 살라고 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앞에서는 '네네 알겠습니다. 곧 알아볼게요.'라고 답했지만 속으로는 이상하리만큼 이 회사에 정이 가지 않았다. 뭔가 금방 그만둘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 들었었다.

 

하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힘든 출퇴근을 경험하면서도 거의 2년을 다녔기 때문이다.

 

이 당시 나의 마음은 온통 '이직, 성공, 연봉, 월급, 부자, 승진, 성과, 보너스' 등에 목을 매달았던 것 같다.

 

지금의 힘듦을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버티고 버텼던 셈이다.

 

지하철 안에서는 워낙 사람들이 많아서 여유롭게 생각하거나 그럴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빨간색 급행버스를 타고 좌석에 앉아 꽉 끼는 구두를 살짝 벗은 채로 창문으로 바깥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순식간에 머리가 평온해지면서 여유를 갖기 시작했다.

 

그 여유는 곧장 생각 보따리로 이동되었다. 나는 생각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동시에 상상력도 풍부한 편이고 그 덕분인지? 세상을 꽤나 낙천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저 천상 긍정주의자이다.

 

빨간색 불빛으로 꽉 찬 도로를 바라보고 있으면 많은 고민이 몰려왔다. 

 

'이렇게 힘들게 출퇴근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이 회사에 입사한 이유가 무얼까?'

'내가 바라는 삶이란 무엇일까?'

 

'꼭 이직을 해야 할까?'

그렇다면 이직은 어느 분야, 어느 지역, 어느 직종으로 해야 할까?

 

이직에 필요한 스펙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을까? 서류통과는 패스라고 쳐도 인적성과 전공 면접 등을 통과할 자신이 있을까?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 준비를 할까 아니면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이직 준비를 할까?

 

또는 지금 회사에 있으면서 최선을 다해 일하면 승진할 수 있을까? 보너스는 얼마나 받을까? 직장인으로 월급 따박따박 모으며 살면 내가 원하는 집, 차, 옷 등을 살 수 있을까?

 

수많은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렇게 2년 여 간을 빨간 좌석버스 위에서 곱씹고 또 곱씹었다. 끝내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더 나은 회사로의 이직'이었다. 그렇게 이직 준비를 했고 결국 이직에 성공했다.

 

이직만 하면 이 모든 고민들이 끝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고민이 생겨났다.

 

그 본연의 이유는 바로 '내가 원하는 회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명백한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순위에 있는 직장에 근무하면서도 난 만족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세계 유수의 회사에 다닌다고 한들 같으리라? 주변에 그런 회사를 다니는 사람의 얘기를 들어봐도 다 거기서 거기였다.

 

조금 낫고 조금 안 좋고의 차이일 뿐. 결국 직장인의 근본 자체는 그 궤가 같았다.

 

그래서 또 고민이란 걸 하게 되었다.

 

물론 지난 직장 때처럼 매번 힘들게 출퇴근하면서 생각할 시간을 따로 만든 건 아니었다. 그냥 주말에 잠깐, 또는 친구들을 만나고 한잔 한 뒤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잠깐. 주말에 회사 숙소로 이동하면서 잠깐 생각.

 

더 치열하게 생각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버렸다.

 

지금 내가 하는 고민은 당시와는 많이 다르다.

 

26살의 나는 오로지 내 힘으로 내 스펙으로 내 시간과 육체로 할 수 있는 것들에 한해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면, 지금의 나는 내 힘이 아닌 남들의 지혜를 통해 자유로움을 얻고 싶을 뿐이다.

 

월급, 연봉, 승진, 직장 타이틀 등이 더 이상 내게 중요한 것들이 아니다.

 

내게 중요한 것은 내 삶, 주도적인 삶 그리고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여유. 끊임없이 책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싶은 삶.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며 그것을 역행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

 

이런 것들이 중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들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돈을 벌어서 자유를 얻으려는 것이 아닌, 자유를 얻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같은 말 같지만 강조하는 대상이 다르다)

 

요즘 시국이 참으로 난리이다. 뭐든 어느 방향으로든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 결국 대한민국 사람들은 현명하기 때문에.

 

* 아래 사진을 보니 대한민국은 정말 대단한 나라 같습니다. 그 섬세함. 배려.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제게는 행복입니다.

너무 추운 어느 날 아침. 임시로 만든? 천막에 들어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상하게 바깥 온도와 차이가 컸다. 그만큼 천막 안은 따뜻했다. 보통 천막이라고 하면 바람이 줄줄 새는 바람 송송난 허접한? 천막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람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저런 섬세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공무원들의 섬세함이 꽤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물론 이 아이디어가 담당 공무원의 머리에서 나왔을 수도 있고 낙찰받은 업체의 아이디어일 수도 있겠지만 시민들을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천막이었다.

 

덕분에 추운 날 나름 따뜻하게?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나중에 36살, 46살, 56살에 치열하게 고민했던 내용들도 기록해보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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