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뜬구름 홍입니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모든 직장인의 가슴팍 주머니에는 '사직서'가 있다.", "퇴사 생각 안해본 직장인은 없다."라는 말을요. 허나, 그렇다고 직장을 무턱대고 그만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퇴사도 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직장인들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퇴사를 결심할 용기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현재의 삶에 안주, 도전에 대한 두려움, 실패 공포 등)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오직 이 공간에서만큼은 '상상력'을 발휘한 우리네 퇴사 이야기를요. 비록 사업은 해보지 않았지만(언젠가는 하겠지요?) 먼저 경험한 직장인의 삶과 그리고 퇴사를 한 번쯤 고민했고, 퇴사 후에는 어떤 삶이 펼쳐질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픽션 팍팍, 과장 팍팍 해서 글을 써보겠습니다.
아무쪼록 이 글이 힘든 직장인의 삶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이 상상력으로 인해 나름 괜찮은(?) 현실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상 상 퇴 사" - 그 첫 번째 이야기
여전히 힘들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힘들어진다.
나이를 먹는건가, 회사가 나를 옥죄는 걸까.
마음만큼은 20대 청춘인데, 월화수목금은 40대 50대 심지어 60대의 정신상태 마냥 열정은 온데간데없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도 저도 아닌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발걸음이 회사 앞을 다다르고 있었다.
나와 같이 회사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그들의 뒷모습을 보다 보면 한 편으로는 '나와 같지 않아서 부럽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와 같이 불쌍할까?'는 측은한 마음이 든다.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거듭 해댄다. 뭐 이건 소리 없는 아우성 마냥 매일 하는 업무 중 하나니깐.
인사도 이젠 업무 같다... 아니 업무가 맞았다. 꼰대 소리겠지만, 한 때는 '인사만 잘해도 먹고 간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유행했었으니. 근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나도 무의식 중에 인사를 잘해야겠다는 본능이 꿈틀거린다. 아, 나 역시 꼰대가 돼가는 건가. 아니지 그냥 '나이를 먹고 있는 거지'라고 조심스레 타협해본다.
눈앞에 바탕화면 아이콘과 엑셀 안에 들어있는 숫자들이 점점 보이지가 않는다.
마우스 커서 포인트도 한 껏 크게 했는데, 이제는 모니터 해상도 마저 확대를 해놔야 하나 보다. 젠장, 내 마지막 자존심이었는데.
오늘도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들린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업무가 힘들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몸이 아프다. 도대체 이 정해진 답처럼 어찌 나이대마다 하는 소리가 똑같을까. 앞으로도 그렇게 된다면, 내 입에서는 나도 '몸이 아프다'라는 말을 흠씬 내뱉을 것 같은 기분이다.
여차저차 충혈된 눈과 모니터 앞에 수북이 쌓인 인공눈물을 보며 오늘도 퇴근길에 몸을 싣는다.
오늘은 퇴사 전 날이다.
기분이 설레면서도 두렵기만 하다.
아직 나에게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들, 딸이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내와 합의를 본 덕분에 학원비가 크게 줄었다.
이걸 설득하는데 반년 이상은 걸린 것 같다. 학원비는 도대체 왜 이렇게 오르는 걸까. 물가 상승이다 인플레이션이다 말을 하지만 내 월급에서 나가는 학원비는 가희 상상 초월이다.
아마 내 재정상태를 보면 워런 버핏이 대한민국 학원에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
잡소리는 그만해야겠다.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아내를 잠시 보다가 아이들이 있는 방으로 조심스레 향한다.
새근새근 천사처럼 자고 있는 내 새끼들. 아! 삶을 사는 데는 참으로 희로애락이 적절히 느껴지는 것 같다.
조금 전만 해도 내일 이후의 삶이 두려웠지만 아이들을 보니 그런 걱정들이 쓱 사라진다.
내가 너희들을 위해 더 열심히, 아니 더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소리 없이 내뱉어본다.
기어코 아침의 햇살이 나를 반긴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 그래 봤자 매번 입는 셔츠랑 바지겠지만, 마지막 날인 만큼 가장 헤지지 않은 와이셔츠와 가디건을 걸친다. - 아내와 아이들을 뒤로한 채 15년 간 다녔던 길을 나선다.
오늘만큼은 우울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운이 좋게도 지하철 좌석이 있었다. 물론 양 옆에는 덩치 큰 남자 둘이 온몸에 힘을 주는 바람에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있었지만, 이것도 이젠 나름 색다른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오늘 이후로는 아침 일찍 만석 지하철을 탈 일은 없겠지.
회사에 도착하니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모두들 업무 준비에 한 창이다. 그리고 아침 9시가 넘자마자 들려오는 김 부장의 목소리. 이상하게 그 목소리가 예전처럼 짜증 나기보다는 살 길을 찾기 위해 애타게 사람을 찾는 간절한 목소리처럼 들려온다. 뭐지 이 기분은. 사무실에 앉아있지만 마치 3인칭 관점으로 내가 나를 대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부캐'인 건가? 부캐라 생각하니 갑자기 힘들었던 회사 업무들이 별거 아닌 것 마냥 우스워 보이기 시작했다.
젠장, 진작 이런 느낌으로 다녔어야 했는데, 부캐라는 생각을 하니 이 지긋지긋한 회사를 20년은 더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때가 된다면 지금처럼 과감한 결단은 하지 못했겠지. 아니 뭐 치킨 집을 차린다거나, 자격증을 공부해서 아파트 경비나 관리원이 되었겠지. 그런데 소중한 퇴직금을 갖고 또다시 전쟁터인 치킨 시장에 뛰어들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 내가 하루 종일 한 곳에 갇혀있는 것도 체질은 아니었다.
그렇게 소리 소문 없이, 적당히 거리를 두며 그동안 지내왔던 부서원과 친분이 있는 분들께 인사를 하고 오후 3시 조기 퇴근. 아니, 마지막 퇴근을 해냈다.
'상상퇴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상상퇴사" - 그 여섯 번째 이야기 (0) | 2022.02.25 |
|---|---|
| "상상퇴사" - 그 다섯 번째 이야기 (0) | 2022.02.25 |
| "상상퇴사" - 그 네 번째 이야기 (0) | 2022.02.24 |
| "상상퇴사" - 그 세 번째 이야기 (0) | 2022.02.24 |
| "상상퇴사" - 그 두 번째 이야기 (0) | 2022.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