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퇴사

"상상퇴사" - 그 스물두 번째 이야기

뜬구름홍 2022. 3. 25.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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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뜬구름 홍입니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모든 직장인의 가슴팍 주머니에는 '사직서'가 있다.", "퇴사 생각 안 해본 직장인은 없다."라는 말을요. 허나, 그렇다고 직장을 무턱대고 그만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퇴사도 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직장인들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퇴사를 결심할 용기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현재의 삶에 안주, 도전에 대한 두려움, 실패 공포 등)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오직 이 공간에서만큼은 '상상력'을 발휘한 우리네 퇴사 이야기를요. 비록 사업은 해보지 않았지만(언젠가는 하겠지요?) 먼저 경험한 직장인의 삶과 그리고 퇴사를 한 번쯤 고민했고, 퇴사 후에는 어떤 삶이 펼쳐질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픽션 팍팍, 과장 팍팍해서 글을 써보겠습니다.
아무쪼록 이 글이 힘든 직장인의 삶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이 상상력으로 인해 나름 괜찮은(?) 현실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 - 그 스물두 번째 이야기

줘도 쉬지 못하는 직장의 노예들

 

오늘따라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 메뉴가 나왔다.

 

게다가 오래간만에 먹는 요구르트까지! 나에게는 최고의 메뉴였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점심을 먹고 양치질을 한 후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잔잔한 노래를 들으면서 의자를 뒤로 젖힌다. 서서히 낮잠을 청하려 하는데,

 

어디 선간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역시나 김 부장이었다. 비록 내 근처에서는 아니었지만 멀찍한 곳에서 누군가와 얘기하고 있었다.

 

'아니 이놈의 김 부장은 왜 쉬라고 준 점심시간 조차 일을 하려 하는 걸까?'

 

어쩔 수 없이 귀를 쫑긋해본다.

 

역시나 회사 업무 얘기이다. 아니 사람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오후 1시면 다들 돌아올 텐데, 왜 쉬라고 준 점심시간조차 저렇게 일을 하는 걸까.

 

그리고 일을 할 거면 좀 조용히 말을 하던가, 팀원들 쉬는 모습이 떡 하니 보이는데도 보란 듯이 특유의 크고 사람 무시하는 말투로 대화를 이어 간다.

 

정말... 하나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는 사람이다. 저 사람은 언제 퇴직할까. 언제 부서 이동할까. 등등 부정적인 생각만 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잠에 깬다. 12시 56분. 딱 맞게 일어났다.

 

근데 뭔가 개운하지 않은 기분. 역시나 김 부장 때문이었다.

 

난 절대 저렇게 늙지 말아야겠다. 아니 저렇게 회사가 전부인 마냥 살고 싶지는 않다.


나른한 점심시간이다.

 

오늘은 뭘 먹지 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초밥을 포장해서 먹을 생각이다.

 

퇴직 후 점심은 마치 직장생활 당시 기다리고 기다렸던 시간만큼 나에게는 특별하다.

 

왜냐하면 회사 식당 밥을 먹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여 여유롭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회사 다닐 때에는 뭐들 그리 급하게 먹는지. 난 언제나 밥을 반공기나 남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혼자 먹을 때면, 지나가면서 사람들이 왜 혼자 먹냐고 괜한 오지랖 때문에 혼자 먹기도 쉽지 않은 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 좋다. 식당에 손님이 없거나 조금 이른, 늦은 점심시간에 가면 조용히 매장에서 식사를 하고. 그렇지 않은 시간대에는 포장을 해서 근처 공원이나 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물론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주변 사람들은 이웃들과 좀 친해져라. 동호회 나가서 사람 사귀어라.라고 하는데 난 이 삶이 괜찮다. 

 

다행히 유치원 집에 있는 아이와 나름 본인 일에 만족하며 사는 아내 덕분에.

 

나는 온전히 아침부터 저녁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지금은 그 누구도 내 여유시간을 방해하지 않는다.

 

어떻게보면 김 부장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오죽 불안했으면 점심시간까지 일을 했던 걸까.

 

위치에 따른 부담감이었을까? 아니면 상급자에 대한 눈치일까?

 

아니면 최악의 경우 잘릴 수 도 있다는. 그래서 본인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그렇게 살았던 걸까?

 

막상 당시 김 부장을 회상해보며 그렇게 안된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역시나 고기도 씹어본 사람이 맛을 알듯이, 자유도 누려본 자만이 그 맛을 알 수 있다.

 

그냥 좋다.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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