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퇴사

"상상퇴사" - 그 스물세 번째 이야기

뜬구름홍 2022. 3. 27. 21:39
728x90

안녕하세요. 뜬구름 홍입니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모든 직장인의 가슴팍 주머니에는 '사직서'가 있다.", "퇴사 생각 안 해본 직장인은 없다."라는 말을요. 허나, 그렇다고 직장을 무턱대고 그만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퇴사도 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직장인들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퇴사를 결심할 용기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현재의 삶에 안주, 도전에 대한 두려움, 실패 공포 등)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오직 이 공간에서만큼은 '상상력'을 발휘한 우리네 퇴사 이야기를요. 비록 사업은 해보지 않았지만(언젠가는 하겠지요?) 먼저 경험한 직장인의 삶과 그리고 퇴사를 한 번쯤 고민했고, 퇴사 후에는 어떤 삶이 펼쳐질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픽션 팍팍, 과장 팍팍해서 글을 써보겠습니다.
아무쪼록 이 글이 힘든 직장인의 삶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이 상상력으로 인해 나름 괜찮은(?) 현실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 - 그 스물세 번째 이야기

소박한 나의 버킷리스트.

 

쳇바퀴보다 더 지루한 하루 살이 인생.

 

아침 6시에 침대를 나와 씻고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이런저런 생각도 할 겨를 없이 목적지 역에 도착해 내린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라는 조바심에 앉아있어도 앉아있는 기분이 아니다.

 

어찌 저찌 시간이 지나 점심을 먹고 양치질을 하고. 잠시 휴식을 청한다.

 

그놈의 휴식은 5분도 안 쉰 거 같은데 벌써 오후 1시다.

 

또 조바심을 내며,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면서 싫어하는 사람과 하기 싫은 업무를 억지로 해야 한다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운다.

 

오후 4시부터 도대체 여기에 왜 있어야하는가. 언제까지 이 철창 없는 감옥에서 내 소중한 인생을 낭비해야 하는가.

 

월급이 없으면 어때. 다른 일로 돈을 벌면 안 되나?라는 별 애별 생각들이 나를 감싸 온다.

 

여차저차 정신을 가담으면 오후 5시. 한 시간 남은 이 시점에. 휴가를 쓸지 말지 심각히 고민해본다.

 

지금 퇴근하면 여유롭게 집에 갈 수 있지만. 휴가가 그리 많지 않고. 꽤나 눈치도 보이는 상황이다.

 

결국 버티고 또 버텨 오후 6시. 또다시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고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하면 만사가 하기 싫어진다. 그렇게 몸 쓰는 일은 하지도 않고 고작 사무실 의자에 앉아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봤을 뿐인데, 이상하게 퇴근만 하면 온 몸에 힘이 없어진다.

 

그렇게 내 하루는 아니 남은 3,000일의 똑같은 하루가 기억 속에서 지워진다.

 

이렇게 생각하니 잊고 지냈던 나의 회사 관련 버킷 리스트가 떠오른다.

 

(소소하지만 몇 개만 적어본다)

 

1. 출퇴근 지키지 않는 일 하기

2. 싫은 사람은 피할 수 있는 일 하기

3. 내가 하고 싶은 업무만 하기

4. 패션 등에 자유로운 곳에서 일하기

5. 마음껏 수염 길러보기 또는 그런 자율성이 존재하는 곳에서 일하기

6. 존경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일하기

7. 창의성을 존중해지는 문화에서 일하기

8. 싫으면 싫다고, 좋으면 좋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기

9. 언제든지 쉬고 싶을 땐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곳에서 일하기

 

등등

 

역시나 내가 원했던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이었다.

 

다만 내가 사장이라면 달라지겠지... 


마음껏 기른 수염을 만지면서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오늘따라 커피가 더욱 진한 게 왠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만 같다.

 

퇴직 후 면도해본 기억이 없다.

 

오로지 다듬어보기만 했을 뿐.

 

생각보다 수염은 그렇게 길게 자라지 않는다. 마치 예전 조상님들의 길고 긴 수염처럼.

 

수염을 기르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다.

 

뭔가 그 사람은 특별해 보인다는 것. 때론 몇 마디 전문지식과 함께 대화를 하면 마치 나를 전문가처럼 보는 사람들이 왕왕 있다. 절대 그런 건 아닌데 말이지.

 

게다가 내가 실제 업무를 보는 시간은. 아 다시 말하자면 내가 세상을 잠시 구경하는 시간이라고 해야 할까?

 

사실 나에게 업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내가 무언가를 할 때 이것을 '업무'라고 정의하면 그것이 바로 업무가 되어버린다.

 

오늘의 업무는 바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세계 동향을 살펴보는 일이다.

 

최근에 또다시 미국 경제가 무너지면서 과거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급 경제위기가 발생하였다.

 

역시나 경제가 팽창하면 줄어들고 다시 줄어들면 팽창하는 법. 과거에 그렇게 따라 했던 워런 버핏과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책을 다시 들여다보며, 좋은 기업이나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 꾸준히 지켜본 기업들을 과감히 매수하였다.

 

그렇게 현재 3일째. 예전 전쟁 이슈에 비하면 회복 탄력성이 좋다. 그리고 몇 번의 심리적 게임을 한 결과 이번에도 역시나 맞춰버렸다.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에 좋은 기업의 주식을 팔 때, 나는 어김없이 손을 펴 그 주식들을 쓸어 담았다.

 

비록 나 또한 팔고 싶었음에도.

 

너무나 간단한 법칙인데도, 세상 사람들은 그걸 지키지 못하는 것 같다. '남들과 반대로 가라'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과거 재개발 예정 구역에 그렇게 남들이 두 팔 벌려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매수를 하였고. 이런저런 사업을 해보고자 할 때도 모두들 반대를 하였다. 주식은 오죽했을까.

 

그렇게 반대한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자격증을 공부하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회사에 없는 충성 있는 충성을 다 부리며 여태껏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아, 회사 생활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니 꼭 알아주기를.

 

나 또한 회사 생활을 했기에 나름 만족하는 자유를 얻은 것이다.

 

뭐든지 순서가 있고 때가 있으며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존재하는 법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오늘의 업무는 끝이 났다.

 

내가 하고 싶을 때만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과 일하며, 출퇴근의 제약도 없는 온전한 나의 업무.

 

또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도 따르지만, 회사 생활의 얄팍한 책임감에 비하면 더 짊어지고 싶은 기분이다.

 

생각이 나면 즉각 실행해도 되고, 망하더라도 망하지 않는 삶. 어찌 보면 실행하고 실패하고 그 경험으로 사람은 발전하는 것 같다. 

 

특히나 남들이 말리는 그 '어떤' 것은 더더욱이.

728x90
300x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