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퇴사

"상상퇴사" - 그 스무 번째 이야기

뜬구름홍 2022. 3. 2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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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뜬구름 홍입니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모든 직장인의 가슴팍 주머니에는 '사직서'가 있다.", "퇴사 생각 안 해본 직장인은 없다."라는 말을요. 허나, 그렇다고 직장을 무턱대고 그만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퇴사도 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직장인들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퇴사를 결심할 용기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현재의 삶에 안주, 도전에 대한 두려움, 실패 공포 등)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오직 이 공간에서만큼은 '상상력'을 발휘한 우리네 퇴사 이야기를요. 비록 사업은 해보지 않았지만(언젠가는 하겠지요?) 먼저 경험한 직장인의 삶과 그리고 퇴사를 한 번쯤 고민했고, 퇴사 후에는 어떤 삶이 펼쳐질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픽션 팍팍, 과장 팍팍해서 글을 써보겠습니다.
아무쪼록 이 글이 힘든 직장인의 삶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이 상상력으로 인해 나름 괜찮은(?) 현실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 - 그 스무 번째 이야기

회사 전체 공지를 보면 "명예퇴직", "정년퇴직" 글이 보인다.

 

명예퇴직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퇴직 5년~10년 전후가 대부분이다.

 

아마 규정상 정년퇴직 5년 전까지가 퇴직금을 가장 많이 주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중간 중간 퇴직까지 15년 이상 남았음에도 명예퇴직하는 사람들을 보고는 한다.

 

명예퇴직은 20년 부터 가능하니. 뭐,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 같은 경우는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아 보인다.

 

내가 명예퇴직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10년이란 세월이 남았다.

 

10년. 지금까지 달려온 세월만큼 다시 달려야 한다.

 

과연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남은 10년은 또 어떻게 버텨올 수 있을까?

 

연차가 쌓일수록 회사의 나쁜 점과 불만들이 나도 모르게 표출되는 것 같다.

 

세상 물정을 알아차려서 그런 걸까? 멋도 모르고 월급 받고 좋은 회사에 다니면 세상 전부인 것 마냥 살아왔던 20-30대와는 너무나 다르다.

 

30대 중 후반이 되었고. 이젠 40대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남은 10년은 아마 20년의 세월처럼 길게 느껴지지 않을까?

 

나이 든 사람들은 시간이 빠르게 간다고 하는데.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가끔 지하철에서 60-70대로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면 나도 빨리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그만큼 남은 시간이 그리 설레지 않고 눈 딱 감고 빠르게 지나쳐가고 싶은 마음뿐인 가보다.

 

그렇게 오늘도 회사 공지에 올라온 퇴직자들을 보며 마음을 쓸어내린다.

 


자유인이 된 3년째. 아직 내 나이는 50대가 아닌 40대 끝자락을 바라보고 있다.

 

내가 퇴직할 당시에는 수많은 기업에서 희망, 권고, 명예라는 좋은 말로 근로자들을 퇴직시켰다.

 

뭐, 당시 사회 문화가 그렇기도 했고. 세계 경제는 좋아질 여력이 없었고. 좋아진다 한들 일부 몇몇 기업에만 해당되는 얘기였다.

 

특히나 앞으로 사라질 직업에 종사했던 나였기에. 당연한 세상의 이치였던 것 같다.

 

나를 포함한 주변인들이 나와 같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말이 명예지 사실상 희망퇴직이었다.

 

사실 나는 퇴직하지 않고 계속 다닐 수 있는 여건이었지만, 이미 정이 떠난 회사에서 더 이상의 미련이 남지 않았었다.

그래서 주변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직을 선택하였다.

 

물론 어느 정도 믿는 구석도 있었다. 조그마한 오피스텔에서 나오는 월세와 꽤나 오른 주식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배당들만 유지할 수 있다면 굶어 죽지는 않아 보였다.

 

무엇보다 직장 다니던 시절에 저금리에 40년으로 받은 대출 덕분에 내 집 마련은 해놓은 상태였다.

 

막상 퇴직을 하니 기존에 마이너스 통장에 대한 회수 연락이 왔고. 난 깔끔하게 퇴직하면서 기존에 신용대출들은 모조리 갚아버렸다. 어차피 갖고 있어도 쓸 일도 없었기에.

 

유일하게 갖고 있는 것은 아파트 담보 대출이다. 이런저런 부업을 하는 나에게 이 정도 대출금액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아이들 학원 두 개 보낼 걸 하나로 보내게 되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행복하다. 직장 다니던 시절에 비하면 수 백배는.

 

같이 퇴직한 사람들은 소속감이 없어서 우울증이 오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또 재취업을 한다는데. 왜 나는 그런 기분이 들지 않을까?

 

내 소속감은 나와 내 가족이고 정체성은 이미 30대에 치열하게 고민한 덕분에 웬만한 것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나름 퇴직 전 준비를 철저히 해왔던 모양인 것 같다.

 

오늘도 뉴스를 보니 희망퇴직 바람이 기업에서 분다고 한다.

 

거기 있는 사람들은 당시의 나와 같이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있을게 분명하다.

 

퇴직을 한 사람으로서 어차피 그만 둘 회사. 좋은 기회로 퇴직을 시켜준다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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