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헬트:주식하는헬스트레이너

<2화> 주식하는 헬스 트레이너 (f. 휴직 전 직장에서의 마지막)

뜬구름홍 2022. 11.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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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뜬구름홍 입니다.

저는 운동과 투자 두 개를 정말 좋아합니다.

운동을 하다 보면 이상하게 투자가 떠오르고, 투자를 하다 보면 다시 운동이 떠오르는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 고민해봤는데, 결국 운동이나 투자는 동일한 것 같더군요. 노력(공부)을 해야 하고 무게(확신)가 있어야 하며 꾸준함(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요.

그래서 헬스 + 투자를 접목한 픽션 가득한 소설을 써보고자 합니다.

저와 같이 운동과 훌륭한 투자를 하고 싶은 신 분들 완전 환영합니다!

 

<제 2 화>

'휴직 전 직장에서의 마지막'

 

물론 휴직을 말한 것은 3개월 전부터였다.

 

기존에 벌려놓은? 일들이 많은 탓에 3개월 동안 최대한 깔끔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하루하루 집중하며 업무를 해나갔다.

하지만 워낙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업무 특성상 칼로 무를 베듯이 만족스럽게 마무리를 짓지는 못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 서로 힘들 때 도와주고는 했었던 - 동료들 덕분에 큰 부담 없이 업무 인수인계가 가능했다.

 

'3개월이면 꽤 오래 남았겠군'이라는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막상 휴직 날이 다가오고 휴직계를 결재받고 나니 한편으로는 '과연 휴직 기간 동안 가정과 새로운? 내 삶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계속해서 머리에 맴돌았다.

 

당연하게도 결혼도, 육아도, 그리고 30대 늘그막에 1년이라는 자유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아무리 주변 사람의 경험을 들어봐도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다.

 

누구는 휴직과 동시에 복직을 희망했던 사람들도 있는 반면에 또 다른 사람은 휴직을 충분히 즐기며 오히려 복직하기가 두렵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3개월. 

그렇게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이 3개월만큼은 정말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달콤했다고 한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고 나면 월급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비로소 이때부터 앞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가정을 꾸리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남에 따라 소비와 저축 습관도 완전히 변하게 된다.

 

혼자였을 때는 결코 사지도 관심을 두지도 않았던 것들에 돈을 쓰기 시작하고 집안에는 물건이 하나 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뭐, 혼자였으면 더 많은 걱정을 했겠지만 현재의 나는 혼자가 아닌 둘이다. 사랑하는 아내가 있기 때문에.

뭔들 못하리라. 이렇게나마 휴직 전의 고민거리들을 애써 머릿속에서 비워내려 노력한다.

 

'드디어 마지막 직장에서의 한 주'

 

여전히 부서 사람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출근을 하고 점심을 먹으며 전화로 바쁘게 업무를 해내간다.

 

나 또한 남들에게 신경 쓰지도 못할 정도로 업무에 푹 빠져 지내왔는데, 갑자기 시간이 느려진 것 마냥 제삼자의 입장에서 회사 그리고 동료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기분이 이상하다.'

정말 기분이 이상하다. 결국 나 또한 동료들과 똑같은 처지인데, 이번 주만큼은 조금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 같다.

물론 좋은 의미에서의 '다른 상황'이다.

 

업무 전화를 받는데, 평상시에 이름만 들어도 속이 쓰렸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몸의 평온함을 유지한다.

말도 안 되는 일로 30분간 통화를 하는데도, 괜스레 상대방이 안쓰러워 보이고 오히려 내가 해줄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나는 직장인으로서 퇴화 아니... 죽는 걸까?

사람이 죽기 전에는 그렇게 밝게 변한다고 하는데... 난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정신이 이상한 것도 아닌데, 곧 죽으려나?

 

통화를 하면서 이런 잡닥구리한 생각까지 하게 됐다.

 

원래였다면, 상대방의 말을 집중해서 듣다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경우 그것을 꼬투리 잡아 나 또한 언성을 높였었는데...

그 사람이 뭐라 말하든 결국 답은 정해져 있다는 마음으로 전화통화를 하니 새삼 철학자가 된 것 마냥 상대방의 뜻을 꿰뚫어 보기 시작했다.

 

여차저차 오전 시간이 지나고 언제나 기다리는 '점심시간' 이 다가왔다.

 

언제나 남들보다는 빠르게 구내식당을 찾기에 오늘도 어김없이 친한 동료들과 식당에 들어갔다.

역시나 사람들은 없다.

 

우리가 1등이다. (가끔 1등을 놓칠 때도 있지만, 365일 중 300일 이상은 1등이다.)

 

맛있는 점심을 받고 적당한 자리에 앉아 음식을 음미한다.

음미한다고?

앞전에는 조금이라도 빨리, 많이 먹기 위해서 고개를 식탁에 처박고 먹고 씹고 넘기는데만 집중했던 나인데. 오늘 처음으로 음식 본연의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음. 이 반찬에는 간장과 적당한 마늘이 들어있나 보군. 국을 떠먹으면서 '이 육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찰진 밥을 먹으면서 '정말 입에 착 붙는 밥이네. 쌀알 하나하나가 살아있음이 느껴져'라는 바쁜 점심시간에 사색을 하고 있다.

 

너무 놀랍다. 잠시 숨을 고르고자 주변을 살펴본다.

 

왁자지껄 떠들면서 밥을 먹는 사람도 있고, 눈살 찌푸리면서 식사를 하는 사람도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스마트폰의 눈을 고정시킨 채로 밥을 먹는 건지 스마트폰을 하러 온 지 분간이 안되어 보이는 사람도 있다.

 

다시 시점을 바로 옆으로 돌리자, 언제나 빨리 그리고 많이 먹는 친한 대리가 밥을 먹고 있다.

어찌나 쩝쩝대는지. 

 

그래도 식사가 맛있기 때문에 저런 '맛있는 소리'를 내는 게 아닐까.

오늘 점심은 참으로 맛있다. 내가 좋아하는 생선가스와 부대찌개가 나왔으니.

 

어쩌면 이 맛있는 점심을 앞으로 1년 간 먹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도 순간 든다.

 

'고작 생선까스 때문에 두렵다고?' 하며 혀를 차 본다.

 

10분도 안되어 내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그릇들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다.

물론 내 그릇도 다행히 비워져 있다.

 

나 또한 밥과 반찬을 충분히 많이 먹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10분은커녕 20분 동안 점심을 먹어야만 한다.

황금 같은 점심시간에 10분도 과하다.

 

그나마 타협한 게 10분이기에 더 빨리 먹는 것은 가능해도 10분 이상은 절대 안 된다.

 

식사를 마치고 양치질을 한 후 자리에 앉아 의자를 뒤로 젖힌다.

주변 사람들도 하나 둘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하기도 하고 달짝지근한 오침을 취하기도 한다.

 

오늘은 왠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정해진 패턴을 잃기는 싫으니깐. 어쩌면 나는 직장인의 삶이 적성에 맞는 게 아녔을까?

1년을 직장에 못 온다 생각하니 왜 이렇게 아쉬움이 큰지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스르륵 의자에서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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