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헬트:주식하는헬스트레이너

<4화> 주식하는 헬스 트레이너 (f. 휴직한 이유)

뜬구름홍 2022. 11. 2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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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뜬구름홍 입니다.

저는 운동과 투자 두 개를 정말 좋아합니다.

운동을 하다 보면 이상하게 투자가 떠오르고, 투자를 하다 보면 다시 운동이 떠오르는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 고민해봤는데, 결국 운동이나 투자는 동일한 것 같더군요. 노력(공부)을 해야 하고 무게(확신)가 있어야 하며 꾸준함(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요.

그래서 헬스 + 투자를 접목한 픽션 가득한 소설을 써보고자 합니다.

저와 같이 운동과 훌륭한 투자를 하고 싶은 신 분들 완전 환영합니다!

 

<제 4 화>

'휴직한 이유'

 

인수인계는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이미 몇 개월 전부터 휴직에 대한 의사표현을 했었고 그 이후부터 복잡한 업무가 내려오지는 않았다.

 

앞으로 남은 내가 가장 해야 할 중요한 일은 깔끔하게 작성된 '인수인계 요약서'였다.

사실 이것도 이미 작성한 지 꽤 된 편이라... 아주 약간만 다듬으면 됐다.

 

4일이 지나고 마지막 출근 날.

 

역시나 사무실은 평범한 오후를 보내고 있다.

퇴근 무렵 상사분들과 함께 일했던 팀원들에게 감사했다는 말을 전하고 육아 잘 배우고 오겠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집에 오는 퇴근길.

 

항상 타던 시간에 타던 열차에 몸을 싣는다. 몇 년 간을 이렇게 살다 보니 나와 같은 지하철 칸에 타는 사람들의 얼굴도 낯이 익다. 

 

한 번은 함께 타는 사람이 안 보이면 괜스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어디가 아픈가? 휴가 썼나? 이직했나?' 등등.

조금 오지랖일 수는 있지만 어쩌리랴. 다 같이 힘들게 사는 세상인데.

 

오늘만큼은 퇴근하면서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다.

노래도 잔잔한 클래식을 틀어본다.

 

잠시 지하철에 앉은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다 눈을 땅으로 돌린다.

이 많은 사람들은 언제까지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과연 저 사람들 중에 인생을 즐겁게 사는 사람이 있을까?

하나 같이 얼굴이 어둡고 피곤에 쩌든 사람들인데 - 하긴 인간이란 아침에 가장 활발하고 저녁에는 피곤한 게 정상이겠지만! - 다들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걸까?

어쩌면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시간이 지나고 삶의 돛단배가 움직이는대로 마음 편히 사는 걸까?

그렇게 살면 미래가 뻔히 보이지 않을까?

 

세금은 계속해서 오를 것이고 우리 같은 월급쟁이들의 월급은 거의 오르지 않는 수준이다.

즉 세금 오르는 속도가 월급 오르는 속도보다 빠르니... 부업을 하거나 진급을 하거나 세금을 내지 않는 분야에서 일하거나...

선택지가 많지는 않다.

 

미래가 보이는데도 어찌 저항할 수 없는 직장인의 삶.

어쩌면 맘 편히 직장 생활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것인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순식간에 집 앞 역에 다다랐다.

 

뭔가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왠지 오늘이 마지막 지하철 탑승 같기도 해서...

 

'뭐 지하철 안 탈 수가 있을까? 언젠가 회사 근처 갈 일이 있겠지. 너무 서운해하지 말자!'

라고 말하며 애써 마음을 달래 본다.

 

이번 주 내내 마음이 허한 게 예전 같았으면 담배라도 태우며 스스로를 위로했겠지만, 이제는 담배도 피우지 않는 삶이라. 참...

 

술이라도 한 잔 하고 싶은데, 안 먹은 지 오래되어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그저 편의점에 들러 먹고 싶었던 과자랑 탄산음료 하나를 사 온다.

 

이 밤이 지나면 이제 나는 '자유인'이구나.

동시에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아빠' 이기도 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가장' 이기도 하다.

 

게다가 다음 주 부터며 미리 계약한 '헬스 트레이너' 로서 역할도 충실히 해내야 한다.

 

어찌 보면 기존 직장생활 때 보다 삶에 대한 책임감이 더 강해진 것 같다.

 

또 내가 저지른 일인가?

어제나 난 저지르기만 하는 것 같다. 누군가는 치워줘야 하는데... 이번에는 내가 저지르고 내가 치워야 하기에 더욱 걱정이 크다.

 

그래도 미래가 뻔히 보이는 직장 생활에서의 삶보다 잠시 외길로 빠져나와 내가 바라는 삶을 잠시 살아보는 것도 100세 인생의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정 안되면 다시 직장 생활로 돌아가면 되니깐! 너무 걱정은 하지 말자.

 

그래도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니깐.

 

그렇게 난 인생에서 잠시 낯선 길로 걸음을 옮기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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