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신의 직장에서 살아보기

(시리즈) 신의 직장에서 살아보기 : 수동적 인생 - 퇴근 후 할 일 없는 사람들

뜬구름홍 2024. 2. 2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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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기에 앞서,

아쉽게도 제가 근무하고 있는 이곳은 흔히들 말하는 세계 글로벌 탑티어 기업 –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 틱톡 등 - 은 아닙니다. 다만 과거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국내 취업 하고 싶은 기업 10위 안에 들거나 흔히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규모 있는 국내 공기업을 말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세상 어디에도 ’ 신의 직장‘은 존재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업무의 강도, 사람들의 수준, 관계, 어느 위치에 있느냐 정도만 다를 뿐 여타 직장의 세계랑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 직장’을 동경하고 궁금해하고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서 가감 없이 저의 경험을 글로 녹여보았습니다.

 

* 주의#1 : 본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과 개인적인 생각으로 작성된 것이므로 신의 직장을 다니는 모든 직장인을 대변하지 않음.

** 주의#2 : 본 글은 '작가=나'의 삶을 기록하기 위한 글입니다. 좋은 추억이 되도록 편히,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주의#3 : 혹시나 삶에 도움이 될까 읽어보는 사람들에게 정중히 말씀드립니다.

'알맹이만 없는 글'이라는 것을!

 


○ 수동적 인생 - 퇴근 후 할 일 없는 사람들

 

한 번은 20년 차 부장님과 출장을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부장님은 내게 퇴근 후 주로 무얼하냐고 물으시면서 자신은 퇴근 후 딱히 하는 것이 없다고 말하셨다.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그 시간을 차라리 회식이나 회사 업무를 보는 게 낫다고 하셨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부장님과 같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조심스럽게 이런 분들이 사회에는 꽤 많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과거 내 경험담 통계)

이런 분들을 보면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젊은 시절 하루 종일 회사를 위해 애쓰셨겠구나 라는 연민의 감정도 느낀다.

 

이런 분들의 또 하나의 특징을 말해보면, 정작 자신은 하고 싶은 일이 없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은 내 가족을 위해서 사는 거지 뭐. 가족이 행복했으면 된거야라고. 어찌보면 이분들은 삶에서 자신을 지워버린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가끔은 20~30대 직원들에게도 앞서 말한 부장님과 같은 부류의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면 참 세상 쉽게 사는 것같은 부러움도 생긴다. 하긴 신입사원 시절 나보다 2~3년 연차가 빠른 비슷한 또래의 동료에게 이런 말을 듣기도 했었다.

 

함께 운동을 하는 사이라 꽤 친한 사이였던 그 동료에게 나는 퇴근 후 자격증 공부를 한다고 말했더니, “자격증 공부 왜 해요? 이직하게요? 이미 여기 취업했잖아요?”이 말을 듣고서는 머리를 한 대 쾅 맞은 기분이었다.

 

예전에 다녔던 직장에서는 모든 직원들이 영어, 일본어 회화는 기본이었고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퇴근하고도 여러 스터디를 했었다. 동기에게도 뒤처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이 경험 때문이었을까?비록 신의 직장에 왔지만 결국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그 시절 나 또한 평균 이상의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를 정말 운 좋게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그런 운은 오래가지 않는다. 계속해서 다듬고 유지시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의 나는 나로 머물 뿐.발전 없는 사람이 되고 나중에는 아무 쓸모짝에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조금 슬프지만 이곳, 신입시절의 패기와 자기계발에 대한 열정이 3,4년 차만 돼도 급격하게 사라진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주변 동료들도 다 그러니깐. 공부하냐고 하면 왜 공부하냐고 물어보는 이곳.요즘은 많이 달라지고 있는 추세다. 신입사원이 과감히 퇴사를 하고 더 좋은 회사로 가는 경우도 있고3,4년 차 대리 중에서도 다른 쪽 사기업 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꽤 보이는 추세다)

 

남이 나보다 잘되는 것을 시기하는 것인지 남도 나와 같이 이렇게 살기를 원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서로 비슷하게 살아간다. 정말 비슷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인생은 공평한 게임일지도 모른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신의 직장에서 근무하지만 그 맛에 취해 막상 점점 바보가 되는 이곳.

 

다시 앞에 부장님 대화로 돌아가서, 아마 퇴근 후 딱히 할 것이 없는 사람들은 내 기준으로 봤을 때는 이럴 거 같다.

 

1. 회사 말고 관심사가 없음

2. 회사가 평생을 먹여 살려줄 텐데 힘들게 에너지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만약 이런 사람이 있다면 이미 득도하셨기에 하산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하지만 나는 정 반대의 부류이다.

 

퇴근하고 나면 11초가 정말 아깝다. 이것 저것 아침에 계획했던 것들도 해내야 하고 저녁도 먹고 운동도 해야 한다.잠시 쉴 때면 미리 보고 싶었던 드라마나 예능을 틀어놓고 못다 읽은 신문이나 책을 읽는다. 궁금한 분야가 생겼을 때는 몇 날 며칠을 궁금증이 해결될 때까지 조사하기도 한다. 특히나 다음 날 아침 6시부터 달리기를 뛰러 나가야 하기 때문에 밤 11시 전이면 칼같이 잠을 잔다. 이런 나의 퇴근 후 시간은 출근 전 아침처럼 시간이 빨리 흐른다.

 

그런데 퇴근 후 할 게 없다고? 시간이 남는다고? 차라리 회식이나 회사 일을 하고 싶다고? 정말 부러운 부류의 사람이다. 이분은 회사가 곧 자신이고 회사가 잘되는 것이 자신의 인생 목표이고 자신은 회사가 시키는 무엇이든 해낼 각오를 가진 사람이다. 사장 입장에서는 이런 직원을 대우해줘야 할 텐데…안타깝게도 이 사람들의 능력치는 우리가 기대하는 일반적인 수준 이상은 아니다. (아주 극소수의 경우는 평균 이상의 수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공기업이다보니 누가 잘한 들 월급을 더 챙겨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런 사람들이 부러워서 이 자리를 빌려서라도 시샘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은 길다. 영원이 이 회사가 자신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특히나 60 넘어서는 더더욱. 명심하자 인생은 길다.

 

그리고 퇴직 후 자신의 값어치는 어느 회사를 다녔고 어느 직책에 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다니는 동안 무엇을 경험했고 그 경험을 토대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냐는 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확실히 먼 훗날 비교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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