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외국계 기업 고군분투기

(번외편) 제8화 외국계 기업 고군분투기(f.마케팅부서로 전출가다...)

뜬구름홍 2021. 7. 2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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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뜬구름홍 입니다. 

슬슬 나이를 먹다보니 기억력도 점차 희미해지고 어제 있었던 일도 기억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즐거운 추억으로 남기고자 나름 좋았던(?) 저의 외국계 기업 생활을(2년 남짓) 조금의 재미를 얹혀서 연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외국계 기업을 희망하는 분들, 기업 분위기 등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간접 경험(?) 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제 글이 조금이나마 힘들어진 시대에 서터레스를 날리기를 희망합니다!


제 8 화

(f.마케팅부서로 전출가다...)

나름(?) 약간의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사수분의 도움아래 열정적으로 저의 첫 프로젝트 임무 완수를 위해 기술영업 업무를 하고 있던 차 였습니다.

 

고객과 하루 50건이 넘는 메일을 주고 받고 거래처와 수십 통의 전화를 주고 받으면서 제품 상태, 발주/납품 일정, 재포장, 검수일정, 마지막 포장, 화물 운송, 검사지 송부 등등 너무나 많이 산적한 업무들을 하루하루 숨을 쉬는 지도 모를정도로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아시겠지만 회사 업무 시간 8시간 동안(사실은 10시간이 훌쩍 넘었죠) 저의 유일한 딴 생각 + 휴식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오로지 점심시간 12:00~13:00 까지 회사 뒷편 아파트 공원이였습니다. 사실 매일을 10시간씩 일하면 주 50시간을 일하게 되는데 출퇴근이 왕복 4~5시간이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제게 여유시간이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할 수 있는 노트북 특성상 주말에도 집에 가져가 자료를 수정, 정리, 메일보내기 등등을 했었더랬죠....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업무를 했었나 싶습니다. 어려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멋도 몰라서? 아니면 회사의 손실을 끼칠까 두려움? 아니면... 요령이 없었던걸까요? 무튼 지금 글을 작성하면서도 그 당시를 생각해보았는데 다시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수분들 주변 동료분들이 매일같이 술마시고 집에도 안들어가고 회사 = 곧 나 자신 으로 체득화 하셨나 봅니다... 저녁의 있는 삶? 그런 말 하면 이미 건물 전체에 소문이 나서 "xx씨는 회사 업무 보다 자기 삶이 더 중요하대~ 그럼 회사 왜 다닌데?" 라고 폭주기관차 마냥 제게 역효과를 가져왔겠죠...

 

그렇게 묵묵히 나름 번아웃 에 다가갈랑 말랑 조절하다 싶이 기술영업 업무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또 다시 본부장님께서 부서 재배치 및 업무 분장을 바꾼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역시나 회사 소문은 근거 없는게 없다고 했죠? 부장님께서 파트원들에게 언질을 하셨습니다. "xx 부서가 새로 생기면서 거기에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대, 그런데 거기가 해외 제품 마케팅 부서라서 기본적으로 영어는 잘해야하거든. 대신 기술영업보다 업무의 질? 은 상당히 좋을 거야. 다들 생각해보라고! 대신 영어 메일, 대화 는 기본이여야 한다고!" 라고요.

 

저는 사실 저희 부장님이 저렇게 언질을 주셨어도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요? 전 딴 생각 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렇게 잠시 부장님과 얘기를 하고 자리에 돌아오면 이미 메일이 수십통씩 다시 쌓여갔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단순히 예 / 아니오 로 대답할 수 있는 메일이 아니고 스케쥴, 제품 성능, 제품 호환성 문제, 발주, 납품일정 문의였기 때문에 도저히 저 혼자 답을 내릴 수 있는 메일들이 아니였습니다. 그런 메일을 하나 받으면 사수분께 조언을 구하고 관련 부서에 연락하고 관련 업체에 연락하고 다시 고객사에 연락하고... 등등등 연락해야하는 사람들만 수십명이였습니다. 그러니 어찌 저 혼자 처리를 할 수 있겠습니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엮여있기 때문에 신입사원이 제가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할 수 있었나 봅니다. 중간에 하나라도 잘못된 것이 있으면 그 많은 사람들이 업무를 처리하다가 발견할 테니깐요. 사실 모두 메일로 주고 받기 때문에(게다가 메일 참초도 수십명씩 넣어 놓습니다. 그 참조 된 사람들은 메일을 읽나 싶긴 합니다만,) 큰 이변이 없는 이상 프로젝트는 원활히 진행 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였습니다(아! 시스템이라 하니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순전히 아웃룩 메일로 주고받는 바로 그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상세 내용들은 개개인의 엑셀표로 작성해서 정리해두죠... 아날로그식 인건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너무 좋아하는건지 참.. 뭐 그렇습니다!)

 

그렇게 마케팅부서? 그런건 안중에도 없이 제 갈 길을 열심히 가고 있었던 와 중에, 부장님께서 잠시 저를 보자고 하시더라구요. (아니 지금 바빠 죽겠는데 또 회의라니!)

 

부장님께서는 "뜬구름씨 요새 많이 바빠보여? 고객사 출장도 자주 가는 모습이 이제는 영업사원 다운 맛이 나?" 라고 저를 응원하는 멘트로 대화의 첫 소절을 시작하셨습니다. 저는 그런 부장님 앞에서도 좀 전에 받은 메일 답변을 생각하면서 대충 "아 네네.. 감사합니다. 사수분께서 워낙 잘 가르쳐주셔서 부족하지만 잘 따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부장님은 잠시 뜸을 들이시다가, "뜬구름씨 토익이 몇점이지?" 저는 "네 입사시 제출한건 885점이였습니다." 부장님께서는 "근데 토익 높다고 영어 잘하는 건 아니래자나? 특히 메일을 쓴다거나 외국인과 프리토킹 하는 것은?" 저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 "아 맞습니다. 제 주변에도 토익 만점이 있는데 실제 외국인 앞에서는 자신감이 없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근데 저는 필리핀에서 영어를 배우면서 대화에는 머뭇거림은 없습니다. 유창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의사소통은 되는 것 같아요~" 라고요. 부장님께서는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 "뜬구름씨, 들었겠지만, 이번에 해외 제품 마케팅부서가 생긴단 말이지? 우리회사는 글로벌하니깐! 근데 뜬구름씨 말고 다른 영어 잘하는 사람을 물색해봤는데, 토익점수도 다 700, 800점 언저리고 무엇보다 의사소통이 잘 되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아.... 그래서 말인데 뜬구름씨가 마케팅 부서로 가서 실력발휘해보는 건 어때?" 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좀 전에 메일을 생각하는 걸 멈추고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부장님께서는 저렇게 돌려서 말씀 하셨지만 거의 확정이라고 생각하고 말씀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서는 "본부장님께서도 뜬구름씨가 면접때 사장님과 임원분들 앞에서 영어 면접을 기가막히게 보았다고, 다들 칭찬 일색이야~ 나도 그렇고 본부장님도 뜬구름씨가 제격이라 생각하는 데, 자네 생각은 어때?" 라고 쐐기를 박는 멘트를 하셨습니다...

 

저는 그렇게 제 의사는 전달 할 기회도 없이, 기술영업사원에서 불과 몇 달 만에 마케팅 사원으로 정체성의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아니 난 마케팅의 마 자도 모른단 말이야!! 도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아니 지금 맡고 있는 프로젝트는 어떻게 마무리를 하라는거지..?? 나원참!)

 

그리고서는 저는 "부장님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맡고있는 프로젝트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마케팅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데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라고 물으니 부장님께서는 "그럼 프로젝트는 뜬구름씨 사수가 계속 팔로우 하고 있었던 거지? 내가 뜬구름씨 사수에게 진행하라고 말할께. 근데 그렇게 되면 사수가 맡은 프로젝트가 너무 많으니 기술영업 감도 계속 익힐겸 조그만한 프로젝트를 뜬구름씨가 가져가서 진행해보라고!" 라고 답을 내려주셨습니다.

 

저는 약간 벙졌지만, 그래도 회사에서 하라면 하는게 우리네 삶 아니겠습니까? 싫다고 할 수 도 없구요. 저는 이렇게 부장님과 대화를 마친 후 사수분께 달려가 이러이러한 내용을 설명드렸습니다. 사수분께서는 "하, 참 이제서야 뜬구름씨 프로젝트 진행하는 감이 생긴 것 같은데, 이렇게 보내줘야한다니 참 섭섭하기도 하구만. 그래도 마케팅 부서에 근무하고 있는 xx 대리도 상당히 엘리트야 우리 부서에서 꽤나 인정받고 있는 사람이지.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기술영업으로 와야 할테니깐(우리회사는 영업이 메인) 마케팅부서가서도 잘 배우고 나중에 또 같이 일해보자고!" 라고 제게 부담주지 않으시면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셨습니다.

 

(저는 당시 너무나 감동 받기도 했고 제가 참 복 받은 사람인 거라 생각했습니다. 견적부터 시작해서 기술영업까지 제 사수분들은 하나 같이 너무나 좋은 분이셨기 때문이죠! 지금 글을 쓰면서도 그 분들을 생각하면 흠칫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감사했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저는 견적 -> 기술영업 -> 마케팅 부서로의 파란만장한 직장생활의 또 다른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도대체 마케팅 부서에 있는 '그 엘리트 직원' 은 도대체 어떤 분일까요? 지금까지 만나온 제 사수분들 처럼 좋은 분일까요?

 

천만에 말씀! 뭐든 고난과 시련은 한 꺼번에 온다는 사실! 제게 그렇게 심하고 또 심한 회사생활의 고난과 역경이 시작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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