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외국계 기업 고군분투기

(번외편) 제6화 외국계 기업 고군분투기(f.견적에서 기술영업인이 되다)

뜬구름홍 2021. 7. 19. 21:10
728x90

안녕하세요. 뜬구름홍 입니다. 

슬슬 나이를 먹다보니 기억력도 점차 희미해지고 어제 있었던 일도 기억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즐거운 추억으로 남기고자 나름 좋았던(?) 저의 외국계 기업 생활을(2년 남짓) 조금의 재미를 얹혀서 연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외국계 기업을 희망하는 분들, 기업 분위기 등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간접 경험(?) 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제 글이 조금이나마 힘들어진 시대에 서터레스를 날리기를 희망합니다!


제 6 화

(f.스캐너와 친구먹다)

좌충우돌 하면서 나름 회사에 잘 적응하고 있는 중이였습니다. 견적도 이제는 꽤나 능숙하게 하고 있고, 고객 응대도 이제는 조금은 물 흐르 듯이 메일도 쓰고 전화 대응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부서에서 업무 분장을 한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역시나 근거 있는 소문만이 회사에서 퍼지는 말 처럼, 업무 분장 또한 곧 벌어질 거라는 부서원들의 예감이 적중했습니다. 각 파트의 부장님께서는 파트원들과 1:1 면담을 하면서 본인이 현재 파트에 있고 싶은지, 다른 파트로 가고 싶은지에 대해서 속 깊은 대화가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부서원들 모두 파트를 옮기고 싶어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저도 이제서야 느낀 거지만 파트를 옮긴다는 것은 곧 회사생활을 처음 부터 다시 한다는 의미일 정도로 큰 이슈였던걸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사기업에서는 파트이동? 정도야 눈 감아 줄 수 있지만, 부서를 이동한다는 것은 거의 배신자 + 부서 부적응자 급으로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요새는 안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참 왜이렇게 파트 이동도 힘들고 게다가 부서이동은 거의 대역죄인이 되는 것 마냥 취급을 받아야하는지... 회사생활 1~2년 할 것도 아닌데 말이죠? 직원마다 본인들이 잘 할 수도 있는 분야를 경험시켜줘야 본인이 뭘 좋아하고 열정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무튼, 제 차례가 다가왔습니다. 참고로 당시 양쪽 파트에서 신입사원은 저 혼자 였습니다... 

 

부장님께서 입술을 떼시면서 제게, "뜬구름씨 어떻게 업무는 잘 적응하고 있나?" 저는 "네 부장님 사수분이 워낙 좋으셔서 잘 배우고 있습니다." 라니 부장님께서 "음, 그렇구만 뜬구름씨는 견적도 좋지만 영업 쪽을 한 번 해보는 건 어떤가? 신입사원때 이것 저것 배워보는 것도 향후에 도움이 많이 된단 말이지." 저는 순간 당황해서 "네..? 아... 그렇긴 하죠(사실 영업은 진짜 갑질 + 어마어마한 양의 업무를 해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고 뜨뜨 미지근하게 대답을 했습니다. 부장님은 제 반응을 보시자마자 "그럼 한 번 영업 해보게! 하다가 정 못하겠다 싶으면 다시 여기로 와도 되니깐! 내가 그쪽 부장님께는 잘 말해놓을테니! 내일까지 인수인계 XX대리에게 전달하고 이번 주 내로 자리 이동 하라고!" 라고요..

 

저는 어안이 벙벙 해진 상태에서 회의실을 나왔습니다. 그러고선 제 자리로 돌아가 옆에 계신 사수분께 "대리님 부장님께서 저보고 기술영업 파트로 옮기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견적은 대리님께 인수인계하라고 하셨습니다..." 라고 말씀드리니 사수분께서는 "아이고 뜬구름씨, 기술영업이 사실 쉽지가 않는데...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거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그리고 아마 뜬구름씨의 새로운 사수분은 저 신입사원 시절 사수분이기도 하셨거든요! 겉으로는 차갑지만 속은 엄청 따뜻한 분이시니 많은 업무를 배울 수 있을거에요! 게다가 영업팀의 에이스이기도 하시구요! 인수인계는 따로 해줄필요 없습니다 ㅎㅎ 이미 뜬구름씨가 하는 업무는 제가 다 알고 있거든요! 지금까지 진행된 견적만 보내주시고 편히 기술영업파트로 이동하세요!" 라고요...!

 

저는 참, 제 첫 사수분이 너무나 좋습니다. 정말 깔끔하시고 성격도 시원시원하시고 제 롤모델이기도 했거든요. 근데 그런 분의 사수였던 분을 제가 사수로 맞이한다는게 한 편으로는 영광스럽기도하고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 만에 인수인계는 끝내고 그 다음날 바로 자리 이동을 하였습니다.

 

새로운 사수분께 인사를 드리고 다시 첫 출근날 인 마냥 어색한 분위기로 자리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차에, 새로운 사수분께서 제게 우리회사의 주력 제품의 카탈로그를 주시면서 전부다 읽고서는 모르는 것 전부다 체크해서 자기한테 말하라고 하셨습니다.

기간은 2주. 그리고 2주 뒤 모르는 것을 전부 물어본다음에 똑같은 질문을 물어보면 혼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치 고3 수험생 마냥 우리회사의 주력 제품의 모든 내용을 샅샅히 공부하고 메모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건 그 2주동안 새로운 사수분은 제게 그 어떠한 업무도 주지 않으셨습니다. 심지어 복사하랴 스캔하랴 메일 대신 보내랴 등등 허드렛일 조차도 시키지 않으셨죠.

 

저는 속으로 '아니 기술영업은 엄청 빡세다고 들었는데 별거아니네' 라고 마치 땡잡은 것 마냥 2주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역시 세상에 편한 건 없네요... 2주가 지난 뒤 사수분과 1:1 미팅을 보낸 후 저는 제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럽고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구나 라는 체념아닌 체념을 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2주 동안 철두철미 공부했던 우리회사 제품을 새로운 사수분께서 전부 알려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출근하면서 전부 까먹었기 때문입니다... 하하하하... 제품이 워낙 어려운 탓도....하하하)

 

아! 기술영업의 길은 멀고도 험난 한 길이구나...!

 

이제부터 기술영업의 길에 대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728x90
300x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