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외국계 기업 고군분투기

(번외편) 제5화 외국계 기업 고군분투기(f.나의 유일한 휴식공간)

뜬구름홍 2021. 7. 1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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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뜬구름홍 입니다. 

슬슬 나이를 먹다보니 기억력도 점차 희미해지고 어제 있었던 일도 기억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즐거운 추억으로 남기고자 나름 좋았던(?) 저의 외국계 기업 생활을(2년 남짓) 조금의 재미를 얹혀서 연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외국계 기업을 희망하는 분들, 기업 분위기 등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간접 경험(?) 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제 글이 조금이나마 힘들어진 시대에 서터레스를 날리기를 희망합니다!


제 5 화

(f.나의 유일한 휴식공간)

갑질을 직접 경험하면서 회사생활과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을의 위치에서 계속해서 10년 20년 30년을 일할 수 있을까? 갑질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경험을 하니 내가 저 사람들보다 못한게(?) 없는데 왜 이런 위치에 있어야하는지 한 동안 출퇴근 길에 고민을 했었던 것 같다.

 

무튼! 갑질은 정말 사라져야하는 아주 나쁜 관행인 것 같습니다!

 

다시 회사생활로 돌아가서, 출근 부터 퇴근 까지 숨쉬는 것 조차 모를 정도로 일만 했던 저는 점점 '번 아웃'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번아웃 증후군' 이란 말이 트렌드가 될 정도로 우리 사회는 참으로 열심히 일들만 했던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 퇴근하고 나면 육체적으로 피곤한 것도 아니고 회사 업무가 몸을 쓰는 일도 아닌데 집에만 오면 픽 하고 쓰러지곤 했습니다. 고민고민하다 체력이 안좋아졌나 해서 운동도 하고 식단 관리도 했었는데 전혀 변화가 없었습니다. 

 

즉, 몸이 피곤한게 아니고 정신이 피곤 한 것 이였습니다. 우리 몸은 아무리 육체가 건강해도 정신이 힘들면 피곤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육체는 충분히 쉬면 회복이 되는 반면에, 정신은 가만히 있는다고 회복이 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신을 회복 시키기 위해서는 본인이 좋아하는 생활이나 자연 속에서 정신적 힐리을 느껴야지 비로소 회복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정답은 다 알고 있지만, 그게 말 처럼 쉬울까요? 

 

그렇게 번아웃 직전까지 달려가던 저는 회사사람들과 점심먹을때 '빠르게 먹고, 메뉴고르는데 힘들고, 먹고 꼭 커피를 마셔야하고, 커피 먹으면서 회사 뒷담화 / 상사들 뒷담화 등등'을 하는 걸 보고 점심시간 만큼은 저만의 쉬는 시간이 필요하겠다 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무리에서 벗어나는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점심은 먹어야하니 부서원들과 먹지만 커피는 마시기 싫으니 먼저 회사에 들어가겠다고 말하면 '굳이 제 팔을 붙들고 본인들이 커피를 사겠다며 저를 데려가고는 했습니다' 전 정말 커피 얻어 먹을 마음도, 먹고 싶은 마음도 없었는데 말이죠.(그리고 당시에는 모든 직장인들이 점심 먹고 커피 하나 씩 들고다녀야지 '아 저게 직장인 들이구나'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커피를 안마시면 약간 부서원들의 '의리'가 없다고 하기도 했었죠)

 

그래서 매번 갈때마다 저도 죄송하니 제가 사드리기도 하고, 커피를 안먹기 때문에 그 중에 차나 과일 스무디 같은 걸 먹곤 했습니다.

 

그러다 점차 부서원들과 대화하는게 제게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한시라도 빨리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이들과 같이 있으면 내 에너지가 뺏기겠다. 부서원의 의리? 직장인이의 표본? 그런거 다 뒤로 치우고 제 자신을 먼저 챙기기로 했습니다.

 

일단 밥부터 따로 먹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희 회사 근처는 음식점도 많고 주변에 회사가 너무 많아서 점심만 되면 정말 전쟁터가 따로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메뉴를 시키면 30분은 훌쩍 넘기고 나오는 경우가 허다했으니깐요. 그러면 점심시간 12:00부터 1:00까지 실제 제가 쉴 수 있는 시간은 주문하고 기다리고 밥먹고 커피마시면 10분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검색을 통해 주변 아파트 단지 내 조그마한 상가에 "샌드위치+아메리카노 세트 4,500원"을 발견하였습니다. 

 

처음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가니 나름 나쁘지 않은 장소였습니다. 샌드위치도 건강해보였고 가장 좋았던 점은 지하에도 테이블이 있어서 아무도 제가 거기있는지 모른다는 것 입니다.(그래도 나중에 부서원 중 젊은 분께서 저를 발견하셨더라구요 하하하)

 

그리고 그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가 있었는데 거의 점심시간에는 사람들이 없었던 곳 이였습니다. 그래서 놀이터 벤치에 앉아 손수건으로 눈을 가린 후 30~40분 정도 취침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2~3달 정도 하니 확실히 '번아웃'이 조금은 늦게 찾아오는 듯한 기분이였습니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과 휴식이 주는 즐거움(?)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막상 직장인은 사회 생활을 해야하는데 이렇게 나혼자 즐기고 다녀도 되는건가? 라는 걱정아닌 걱정이 들기도 하였습니다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회사사람들은 저에게 '그렇게 관심이 있지 않다' 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하하하

 

근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제가 부서원들과 밥도 안먹고 커피도 안마시고 점심시간 마다 혼자 다니는게 소문이 그새 났나 봅니다.

그러면서 또 나쁜 말들이 오고 갔겠죠?(물론 제 추측입니다만)

 

"뜬구름씨는 신입사원인데 부서원들하고 못 어울리나봐"

"뜬구름씨는 혼자 식단관리하는 건가?"

"뜬구름씨는 부서원들하고 밥먹기가 싫은가봐"

"아니 그럴거면 회사 왜 다녀?"

"아무리 신입사원이라도 그렇지 정신 못차리는고만!" 등등을 요....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외국계 기업이면 좀 자유로워 하는거 아닌가요? 왜 한국기업보다 더 숨막히는 기분일까요? 말만 외국계 기업인가 봅니다.. 하긴 전체 사원 중 10% 남짓 빼면 죄~다 한국인이니깐요...ㅠㅠ)

 

그래서 하루는 편안히 벤치에서 낮잠 자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부장님과 차장님을 엘레베이터 앞에서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그러더니 부장님께서는 "뜬구름씨 어디갔다와? 혼자다니나봐? 사람들하고 좀 어울려~" 라고 핀잔 아닌 핀잔을 주시더라구요... 옆에 차장님께서는 "내가 커피 하나 살께 다음에 같이 밥먹자~" 라고 하시더라구요.

 

전 정말로 업무나 회사 내에서는 사람들과 나름 잘 어울렸습니다. 왜냐하면 신입사원이기도 했고 업무에 대해 알아야할게 많았기 때문에 어울릴 수 밖에 없었죠.

 

근데 말입니다. 점심시간 12:00~1:00는 직장인의 유일한 자유시간 아닌가요? 왜 자유시간 까지 매일 8시간 이상 보는 부서원들과 또 함께 지내야하는 걸까요?

밥을 같이 먹는다고, 커피마시면서 뒷담화를 해야지만 잘 어울리는 건가요?

(물론 요즘은 전혀 그렇게 생각 안하겠지만, 당시에는 그랬습니다... 네 그랬다구요...)

저는 그래서 그때부터 직장보다 제 자신이 먼저인 가치관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건강하고 제가 즐겨야지 직장,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제가 만약 아프고 힘들다면 제 업무는요?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기 마련입니다.

 

제발 직장 상사분들 저 같은 홀로 휴식을 취해야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도 안주는 제게 뒷담화는 그만해주세요!

 

그렇게 저는 나만의 휴식공간에서 재충전을 하고는 했습니다.

(향후에 마음에 맞는 나이 지긋한 당시 58세 이상? 부장님과 근처에 밥을 먹으러 가곤 했습니다. 그 분께서도 저랑 스타일이 비슷해서 밥 빨리 나오는데 가서 빠르게 먹고 쉬는 스타일이셨습니다. 그리고 경험도 많으셔서 배울 것도 많았구요! - 참고로 향후에 제 부서가 옮겨지면서 그 분과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운명의 만남인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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