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시간이 남아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젊었을 때는 돈은 없지만 무얼 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반면에 나이가 들었을 때는 돈도 적당히 있고 시간도 남아돌지만 건강이 없다는 것.
나는 지금 돈도 적당히 있고 - 그냥저냥 먹고사는 정도 - 시간도 충분하다. 하루에 설거지를 5-6번은 하는 것 같다. 양치질은 꼬박꼬박 3번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가끔 2번 한다)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실내 자전거나 야외 달리기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 특히 주식이 하락했을 때 - 멘탈 관리를 위해서 다양한 분야의 책도 읽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내내 딱히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물론 나도 심심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네이버에 들어가 이런저런 검색을 하고 사고 싶었던 물건이 싸졌는지 요즘 추세는 어떤지 확인해 본다. 좀 더 나아가면 유튜브로 무한도전을 보거나 인기 있는 방송들을 다시 보기 한다. 나는 성격이 고지식한지 한 번 마음에 든 방송은 계속 반복해서 보는 버릇이 있다.
방송 내용과 대사 하나 하나 모두 외울 때까지. 일부러 외우려고 하는 것은 아닌데 재밌어서 계속 보다 보면 그냥 외워진다.
그러다 보니 지금 당장 이 시점에서 인기 있는 것들에 대해 조금 무지하다. 한 템포 느리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느림을 느낄 때면 내가 좀 많이 뒤처지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이런 나의 느림을 옆에 있는 와이프가 잘 채워준다.
이제 휴직한 지 30일이 지났다. 생각보다 시간은 참 더디게 흐르는 것 같다. 회사를 나갈 때면 하루는 참 늦게 갔지만 일주일, 한 달은 금세 갔으니 말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쳐다봤던 달력 때문일까? 요즘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를 때가 많다. 으레 주식 장이 열리지 않으면 주말이라 생각하고 으레 도서관을 갔는데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면 오늘이 토요일 또는 일요일이겠거니 한다.
마트에 들를 때도 한시 바삐 물건을 들고 빠르게 계산대로 향했다고 치면, 요즘은 마트 가서 구경하는 것이 그렇게도 재밌다. 마음에 드는 음식을 고를 때면 원산지부터 시작해서 브랜드, 가격 비교 등 하나하나 따지게 된다. 이게 주부의 마음인가? 아니 부모님의 마음이겠지?
걱정도 딱히 없다. 물론 투자자이기 때문에 걱정이 0일 수는 없다. 그래서 한 번은 주식을 전부 정리해 보자!라는 마음을 먹은 적도 있었다. 당시에 - 손실 이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정도였다.
정리하고자 거의 마음 먹은 시점에 나에게 진지하게 물어보기로 했다. '지금 주식을 전부 판다 한들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잠깐의 고통, 하루하루 등락하는 주가 추이에 대한 예민함?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가 만약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나는 누구인가. 여기까지 물음이 닿게 되었다. 그렇다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나는 = 살아있지 않는 사람 이라고 정의를 내리게 되었다.
어차피 인생을 사는데 있어 고민이나 걱정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런데 그런 것이 아예 없으면 도대체 인생은 무얼 위해 살아가는가? 가족을 위해? 자식을 위해? 나를 위해? 삶의 목적이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난 애초부터 남들과 부대끼면서 으쌰으쌰 하는 체질은 아니다. 고3 수능 이후를 봐더라도 그렇다.
내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말하라고 하면 고3 수능 끝난 뒤~대학 입학 전까지 이다. 대부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가 서울에 있는 유명한 대학교에 입학할 정도의 실력자도 아니다. 더더욱이 고3이라고 해서 요즘 말하는 고3은 전혀 아니다. 그냥 수능은 봐야 했고 너무 못 보는 건 스스로의 자존심을 긁기에... 그냥 몇 달간은 최선을 다해보자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수능을 치렀다.
오죽했으면 수능 당일에는 사복을 입을 수 있고 두발 검사도 하지 않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 수험서를 보는 대신에 머리에 드라이를 정성 들여하고 왁스를 바르고 그 추운 날에 V넥 멋들어진 핑크색 긴팔 티셔츠를 입을 정도였으니...
다행히도 아침에 부모님이 차로 학교까지 태워다 주셨다. 아마 부모님은 기대를 했었을까? 아니면 다른 부모님들도 그렇게 해주니 해줬던 걸까? 부모의 최소한의 마음이었을까?
그걸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지금도 딱히 알고 싶지는 않다. 나에게 수능은 정말 대수롭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수능이 끝나고 아는 친구는 2교시 시험 중간에 시험실을 나갔다고도 하고 또 누구는 점심시간 내내 밥도 안 먹고 시험을 망쳤다며 울었다고 한다. 또 누군가는 한 문제를 더 맞히기 위해서 시간을 끌다가 빵점 처리 되었다고도 하고. 당시 나에게는 수능이 이렇게도 중요한 시험인 줄은 몰랐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그 수능 하나를 잘 본다고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는다. 또 대학에 가야 하고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고 취업 이후에도 승진을 하고 실력을 쌓고 커리어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가 40대 중반, 50대가 되면 딱히 무언가를 새롭게 하기에는 힘든 시기가 다가온다. 그때부터 억지로라도 회사의 노예가 되기 위해 자진 노력을 한다.
마치 면접 시 뼈까지 묻겠습니다.라는 각오를 신입사원 때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늘그막에 노예가 되면 안 되는 것인 줄 알면서 자원해서 자신의 뼈를 고이 묻어 회사에 바친다.
물론 요즘은 너무나 방대한 정보가 있다 보니 좋은 대학을 나오든 대기업에 입사한들 그 끝이 어떤지 다들 알 수 있다. 다만 실행력이 부족하다거나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기에 알면서도 계속 다니는 경우가 태반이다.
주변을 둘러봐라. 누구나 성실하다. 누구나 책임감이 강하다. 누구나 업무처리를 잘한다. 그런데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말 특출 난 누군가가 아닌 이상 누구나 다 똑같이 살아간다.
그러기에 성실하다, 책임감이 강하다는 말은 너무나도 당연한 자질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문화가 참 강한 것 같다. 아무리 모나고 개성 강한 신입사원도 회사 생활 3년째 접어들면 모났던 모서리가 둥글둥글해지고 개성은 점점 달나라로 보내고 40대, 50대 팀장 부장님들과 비슷한 마인드를 갖게 된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 같기도 하다. 그게 회사생활을 하는데 가장 베스트 선택이니깐.
안 그런가?
이미 20-30년 회사를 다닌 사람들을 보면 그들처럼 생활하면 나 또한 20-30년을 무탈하게 회사생활 할 수 있는 것이다. 매우 합리적인 추측이다. 하지만 그들과 똑같이 20-30년 뒤에는 또 걱정을 할 것이다.
은퇴 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자격증 공부를 해야할지, 결국 몸이 다하지 않는 순간까지 어딘가에 구속되어 일을 하다 죽어갈 것이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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