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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식 김부장 (f. 깔보는 젠틀함)

뜬구름홍 2024. 8. 14.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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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식 김 부장 (f. 깔보는 젠틀함)

 

* 주의 : 픽션이 가미 되어있습니다. 실존 인물이나 상당히 미화하였음을 미리 안내드립니다.

생일만 되면 어김 없이 오는 카톡 메시지가 있다.

“OO대리님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망할 놈의 그 자식

바로 김부장이다.

내가 그 자식이라고 말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다녔던 지방 회사는 특유의 꼰대 문화가 강했다. 그렇다고 30-40대의 젊은 꼰대들은 생각보다 꼰대력을 견딜만했었다.
고작 그 힘은 젊은 직원들은 청바지를 입으면 안돼. 정도였으니깐.

대신에 젊은 꼰대력의 남은 힘은 50대들에게 넘어갔다.

특히 김부장.

만년 차장에서 운이 좋게? - 또는 실력...? 은 다시 생각해 봐도 아닌 것 같다 - 부장으로 진급한 케이스이다.
나이 50대 초반에 부장이 되었다. 이제 6년차인가? 세월이 참 빠르다. 이런 사람도 부장이 되어서 지금은 차장 시절의 올챙이 적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

김 부장은 특유의 말투와 몸짓이 있다.
자기가 모든 걸 안다는 그 말투.
내가 다 겪어봤어. 회사 생활이란 이런 거야. 이것 하나 못 하면 어떡해? 감사 제대로 받고 싶어? 회사 생활 무서운 줄 모르는구먼. 등등.

안타깝게도 그의 말투로 인해 복종하는 직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특히 그 자식의 타깃은 20대 초반, 고졸, 남자였다. 여자가 타깃이 되지 않았던 점은 자기도 눈치가 보였던 것 같다. 의외로 회사 내에서   젊은 남자 직원들이 말을 잘 듣는다. 내가 지냈던 그 지방 회사에서는 그랬다.

오히려 서울, 수도권의 남자 직원들은 그렇지 않은 편 같은데, 중심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학연과 지연이 강해지고 - 고작 그 작은 집단에서조차 말이다 - 그리고 남자 직원들의 개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희한할 정도였다.

그래서 청바지를 입지 말라고 했나? 대부분 남자 직원의 바지 색깔은 검정색 아니면 네이비였다. 뭐 나도 그랬으니깐.
(과대 해석 같기도 하다)

여튼 다시 김 부장 그 자식으로 돌아가보면, 아침 출근을 하면 기본적으로 젠틀한 짜증을 냈다.
이게 뭐냐면, 모두에게 밝게 아침 인사를 한다. 그리고 몇 초 뒤에 이상한 인상을 쓰면서 바로 업무얘기를 진행한다.

“이 대리님, 제가 이렇게 시키지 않았는데요. 왜 이렇게 했죠?”

이런 말투다. 상대를 존중해 주는 말투 속에 비꼬는 느낌.
참 애매모호하다. 아마 감사 쪽 일을 많이 해봐서 괜한 꼬투리를 잡히고 싶지 않은 듯한 것 같다.

김 부장하고 대화를 할 때는 존중을 받으면서도 지적당하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이 든다. 그러나 대화가 끝나고 자리에 앉아 곰곰이 대화를 되짚어보면 뭔가 기분이 나쁘다. 대화하면서 반박하지 못한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 이렇게 다짐해도 다시 대화를 시작하면 이상하게 내 주장을 펼치기가 힘들다.

그래서 유심히 부서원 중에 김 부장과 대화에서 반박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봤다.

한 명 발견했다.
특이점이라고 하면 김부장보다 나이가 한 살 많았다.

그리고 같은 고등학교 선배였다는 점.

이제 알았다. 그 자식 김 부장은 자기보다 나이가 많거나 같은 학교가 아닌 사람들은 철저히 배제하는 지극히 겉만 번지르르한 쓰레기였던 것이었다.

하루는 부서원들이 모두 모여 있는 자리에서 직원 한 명에게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연발했다.

“그걸 그렇게 하면 어떡해요? 감사 제대로 받고 싶어요?” 라면서 노발대발했다. 그 정도로 흥분할 거리의 업무인가 싶어 알아봤는데 부장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는 업무긴 했다. 기한이 정해진 업무였기 때문에. 그렇다고 기한을 놓쳤다 한들 이 업무가 회사에 치명적인 역할을 하는 건 아니었다. 아마도 업무의 기본을 강조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 방법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김 부장이 부서원 모두 앞에서 쪽을? 준 그 직원은 회식도 참석하지 않았고 칼퇴근 하는 직원이었다. 몇 번의 회식 불참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겠지만 연이어 회식을 불참하니 김 부장 차원에서 담당 차장에게 다음번 회식은 꼭 참석하라는 메시지를 그 직원에게 전하라 했던 것 같다.

담당 차장은 조용히 그 직원을 불러 “부장님이 신경쓰셔. 다음번엔 꼭 회식 참석했으면 해.”
이게 말인지 방구인지. 왜 그렇게 나이 지긋한 부장들은 회식 = 부서 단합이라고 생각하는지 도통 이해를 못 하겠다.

아마 평상시에는 하지 못할 말들을 회식 자리에서 가볍게 할 수 있고 또 서로 허물을 벗겨가며 이런 저런 추억을 쌓으면 연대감이 생겨서 그런 것 같다. 그렇지만 세상이 변했다. 괜히 서로 허물 벗기다가 경찰서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일어나고, 기분만 상할 수 있게 된다.

김 부장이 그리 아끼던 고졸 20대 초반 남자 직원은 사실상 김 부장의 심부름꾼이였다. 매일 같이 구두를 구둣방에 맡기고 김 부장이 시키는 이런저런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다.

그 덕인지 해당 직원은 별탈 없이 회사 생활을 해나갔다. 그런데 그 직원이 군대를 가고 나서부터 김 부장의 심부름꾼이 없어지게 되었다. 다음 심부름꾼을 찾아야 하는데 다음 타깃은 20대 중반, 후반 - 어느 정도 세상 물정을 아는 사람들 - 이 전부였다. 본인도 켕기는 게 있는지 그 뒤부터는 구둣방 심부름이나 허드렛일은 본인이 알아서 했다.

그렇게 또 시간이 어찌저찌 흐르다가 인사발령 시즌이 다가왔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김 부장의 인사발령 공문.
그것도 여기 지방에서 가장 끝 단에 있는 지역으로의 발령이다.

김 부장 본인 말로는 자신의 고향이라면서 발령을 기뻐했지만 실상 까보면 그게 아니었다.
윗 분에 눈에 찍혀 김 부장은 좌천된 것이였다. 보통 새로 부임받으면 큰 문제가 없는 이상 2년 정도 해당 부서에 근무하게 된다. 특수한 본사 발령이나 워낙 유명해서 이곳저곳에서 모셔가는 분이여도 최소 1년 정도는 한 부서에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김 부장은 발령 받은 뒤 6개월 만에 좌천되었다.

그 내막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인사발령이 공표되자마자 김 부장은 부랴부랴 자신의 짐을 옮겼다. 마지막으로 젊은 남자 직원들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 아니 새로 부임받은 곳에서 분명 심부름꾼을 만들었을 것이다 - 허드렛일을 시키고 그날 저녁 긴급하게 회식 자리를 잡았다.

뭔 말이 그리 많은지. 여지껏 경험했던 회식 중에서 가장 길고 힘든 회식 자리였다.
회식은 새벽 3시가 되어야 끝이 났다. 김 부장은 끝까지 젠틀한 척하면서 남아있는 직원들이 누구인지 가늠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김 부장은 떠났다. 그것도 초스피드로. 왜 그렇게 헐레벌떡 떠났는지는 지금도 미지수이다.

다행히 그다음에 온 부장은 김 부장의 그것보다 훨씬 나았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것은 때때로 다르다는 것을 경험했던 시기였다.

그 뒤 또 시간이 흘러 김 부장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그놈의 사람 좋은 웃음과 사람 깔보는 젠틀함은 여전히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같은 부서의 지속 부하였고 지금은 그런 관계가 아니다. 나는 김 부장의 부서를 평가, 조사하기 위해 방문을 한 것이다. 그러기에 김 부장과 나와의 관계는 감사자와 피감사자의 모습이다. 김 부장이 그렇게도 밥 먹듯이 말한 “감사받고 싶어?”를 내가 진행하러 온 셈이다.

그저 나에게 굽신거리는 모습. 뭐 회사 생활 30년 이상한 사람에게는 간이고 쓸개고 없는 건 익히 배운 터. 그런데도 짠하다. 
혹여나 내가 그 자식 또는 그 부서의 안 좋은 점이라도 알까봐 극진 대접하는 그 모습이 참 가소롭다. 아쉽게도 나는 김 부장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굳이 사사로운 감정으로 꼬투리를 잡을 마음도 없었고 그러기에는 과중한 업무로 여유도 없었다.

상사로 바라봤던 김 부장의 모습과 지금의 김 부장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고작 이런 자식 때문에 내가 마음을 썼다니. 너 참 별 것 없는 놈이구나.

이번 생일에도 문자가 왔다. 그 말 같지도 않은 복사 붙여넣기 같은 그 자식의 축하 문자.

무시하고 싶고 삭제하고 싶고 욕 한바가지 하고 싶은데 나 또한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응한다.

단 한 번도 감사하다는 문자 뒤에 메시지가 온 적은 없다. 즉, 김 부장은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 자체도 업무의 연속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자기만의 고귀한 행위인지 아니면 회사생활 나름 축적된 온 자신만의 인간관계 노하우인지 축하 문자만 달랑 보내고 끝이다. 자기가 쓴 이상한 한자와 손편지와 함께.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이런 짓을 하나 싶다.

언젠가는 문자가 오지 않을 것이다.
그 자식이 퇴직한 뒤에는 말이다. - 다행히도 얼마 남지 않았다 - 퇴직 한 뒤에도 문자가 온다면 그 때는 답장하지 않으리.(읽씹 정도가 괜찮아 보인다^^)

글을 쓰면서 느끼는 건데 회사 생활의 가장 큰 복수는,

1. 그들보다 잘 되기
2. 그들보다 오래 다니기

인 것 같다. 이 두개만 확실히 알면 회사 생활이 그리 복잡해지지 않는다. 역시 복잡할수록 단순해지는 것이 답이었던 건가.

P.S 문자로 욕하고 싶지만 해봤자 뭐가 달라질 것인가. 그 자식의 기억으로 나는 말썽 안피우는 보통의 직원이었을 테니. 그런 자식에게 내 감정을 소모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손해일게 분명하다. 아참, 나는 김 부장 생일 때 단 한 번도 축하 문자를 보낸 적이 없다. 사실 그 자식의 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른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복수가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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