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외국계 기업 고군분투기

(번외편) 제13화 외국계 기업 고군분투기(f.작별인사+다시 취준생으로)

뜬구름홍 2021. 9. 2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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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뜬구름홍 입니다. 

슬슬 나이를 먹다보니 기억력도 점차 희미해지고 어제 있었던 일도 기억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즐거운 추억으로 남기고자 나름 좋았던(?) 저의 외국계 기업 생활을(2년 남짓) 조금의 재미를 얹혀서 연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외국계 기업을 희망하는 분들, 기업 분위기 등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간접 경험(?) 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제 글이 조금이나마 힘들어진 시대에 서터레스를 날리기를 희망합니다!


제 13 화 (최종화)

(f.작별인사+다시 취준생으로)

나름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겪은 끝에 퇴사를 결심하였습니다. 그리고 퇴사는 곧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취준생'으로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퇴사를 한 것은 절대 아니고, 먼저 부모님과 가족 그리고 친구들에게 퇴사 이유와 향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진중하게 얘기한 끝에 결정을 내린 것이여서 그렇게 앞이 깜깜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아는 선배 중에 이직 + 퇴사를 밥먹듯이 하는 분이 계셔서 퇴사 팁을 물어보았습니다.

 

선배분 께서는 아주 쿨하게 "뜬구름아 절대 그냥 퇴사한다고 하지만, 반드시 '이직'이라고 말을 해야해. 그래야 회사에서 널 놓아주거든, 그렇지 않고 막무가내 퇴사하는 걸로 말하면 최대한 퇴사 기간을 끌어서 너가 하고 있던 업무를 모두 끝내거나 인수인계가 완벽해 질 때까지 퇴사시키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너의 다음 계획에 맞춰 너가 먼저 언제까지 근무할 수 있을 지를 얘기해야해. 만약 안된다고하면 이미 이직할 회사랑 날짜 조정이 끝났다고 확실하게 못을 박아! 그래야 계획한 날에 고민 없이 퇴사할 수 있어!"

 

정말 소중한 팁을 전해듣고서는 팁 내용대로 회사에 말을 했습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전날 저는 부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고 미팅을 잡았습니다.

저는 "부장님, 추석 전 인데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번 주에 XX회사 면접을 보았는데, 최종 합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추석 연휴가 끝난 다음 주 금요일부터는 이직한 회사로 출근을 해야합니다." 라고요.

 

그러더니 부장님께서는 어안이 벙벙 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엉? 뜬구름씨 이직 준비하고 있었어? 어딘데? 아니 왜~ 우리 회사 좋자나? 뭐가 문제가 있었 던 거야?" 라고 물으셔서, 저는 "아닙니다. 부장님. 저도 우리 회사 너무나 좋은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분야에서 일을 해보고자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말씀드려 죄송합니다." 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 부장님께서는 이해했다는 듯한 눈빛으로 제게 "알겠군. 뜬구름씨 마음을 이해했어. 그런데 추석 연휴 다음 주까지만 나올 수 있다는거지? 음... 그럼 인수인계가 상당히 촉박하게 진행되겠군. 알겠어. 내가 본부장님께 말씀드리지" 하시면서 미팅은 끝났습니다.

 

그렇게 아무에게도 얘기를 하지 않은채(오직 부장님에게만 말씀드렸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 업무가 시작되면서, 제 사수분과 주변 동료들에게 이런저런 물음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머 뜬구름씨 이직한다면서? 어디야? 왜 이직해~" X 20000번 의 질문을 정말 퇴사하는 그 날 까지 받았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최대한 자세히 설명을 드렸으나, 몇번이 지나니 이젠 대답하는 것도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기계 마냥 물음에 대한 답을 해드렸습니다.)

 

오후 2~3시 쯤이 되자 본부장님께서 저랑 부장님을 본부장실로 부르셨습니다.

 

본부장님께서는 좋지 않은 표정으로 "뜬구름씨 앞에 앉게나, XXX 부장에게는 얼추 얘기 들었네. 그런데 굳이 이직을 할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거리가 멀어서 그런가? 부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건가?" 라고 진지하게 물으셨습니다.

저는 "아닙니다. 본부장님. 부서도 충분히 마음에 들고 사람들도 너무나 좋습니다.(거짓말) 그리고 거리는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본부장님께서는 이해가 잘 안가는 듯 한 표정으로 다시 제게 "음... 뜬구름씨의 경우 우리 회사에서 유명인물이라고. 특히나 본부장과 사장님 사이에서는, 왜냐하면 뜬구름씨 같이 우리 회사에 열정있는 지원자는 처음이였으니깐. 안그래도 당시에 뜬구름씨를 뽑아 준 본부장님께 퇴사한다고 얘기를 하니, 벌떡 일어나시면서 퇴사는 무슨, 뜬구름씨가 맞춰달라는대로 다 맞춰줘!(살짝 오바) 라고 할 정도니깐. 근데 그래도 이직을 해야겠나?"

 

저는 솔직히 순간 멈칫하고, 울뻔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를 그렇게 까지 생각하실 줄을 전혀 몰랐거든요.

정말 찰나의 순간 동안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서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글로 적으면서도 당시에 감정이 복받혀 올라오는 듯 합니다...)

 

그래도 저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본부장님을 쳐다보며 확실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직 결정을 이미 해둔 상태입니다."

 

본부장님과 옆에 계신 부장님께서는 이제서야 인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잘 알겠다며 나가보라 하시더군요.

 

그렇게 추석 연휴가 끝나고(해당 기간 동안 NCS를 미친듯이 공부했습니다.) 일주일여간 제가 진행했던 업무에 대해 인수인계 시간을 가졌습니다. 불과 2년 남짓 근무했는데도 불구하고 제가 해왔던 업무가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정말 거짓말 안보태고 5일 내내 인수인계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들 너무나 좋으신 분들이 많아서(?) 스무스하게 진행되기는 했습니다.

 

퇴사일이 다가올 수록 출근하는 마음도 달라지고 시간이 점점 소중해지더라구요?

결코 이런 느낌은 받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2년 간 꽤나 정이 들었나 봅니다.

친했던 동료분들 부장, 차장, 대리님들과 돌아가며 점심식사를 하며 아쉬움을 뒤로 한채 작별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퇴사 당일.

 

이미 많은 분들이 퇴사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마지막날 어떤 식으로 마무리를 할지는 대략 알고는 있었습니다만,파트 부장님께서 제게 "뜬구름씨 오늘이 마지막날이지? 그래도 또 언제 볼지 모르니깐 마지막 이미지를 좋게 하는게 좋을거야. 전 직원분들께 퇴사 메일을 보내고 오후 4시 쯤에는 전 부서를 돌면서 인사로 마무리 하자고! 나도 옆에 같이 있어줄께." 라고 퇴사 마지막 절차(?)아닌 절차를 안내해주셨습니다.

 

저는 솔직히 정말 조용히~ 회사를 떠나고 싶었는데, 막상 사회생활은 그렇게 되지 않나봅니다.

(아! 그리고 혹시나 전회사 직원을 만날 수도 있다고 하잖아요? 결코 그럴 일 없습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제가 다녔던 회사 심지어 군대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혹시나 안 좋은 이미지로 퇴사하는 분이 계시더라도 절대 연연하지 마세요. 세상은 우리 생각보다 넓고 때론 좁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본인 상황에 맞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먼저 다소 길어보이는 퇴사 이메일로 주저리~주저리~ 메일을 작성했습니다. 꼭 이런 퇴사 메일에 빠지지 않는 문구가 있지요. "비록 제가 했던 행실로 인해 상처 받은 분들이 계시면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라는 문구요. 하하하 저는 이 문구를 볼 때마다 얼마나 사람은 이기적인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본인이 상처 준 사람들이 있다면 직접 사과를 해야지 일방적으로 저런식으로 통보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튼 제게도 상처 받은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해당 문구는 넣어서 작성했습니다.

이메일을 보내고 부장님과 함께 저희 파트 본부장님과 동료들에게 퇴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아래층 또 아래층, 저를 면접 때 뽑아주셨던 다른 부서 본부장님에게도 악수로 퇴사 인사를 드렸구요.(그 본부장님께서는 저를 보시며 너무나 아쉽다고, 인재인데 참... 내가 함께 데리고 일했어야 했는데 라고요 - 시간이 꽤 지나서 진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약간 제 기억 속에서 미화가 된 것 같네요? 하하하)

 

인사만 하니 30~40분이 훌쩍 지났습니다. 인사도 생각보다 쉽지가 않더라구요... 회사 생활 동안 한 번도 못본 사람도 있었으니깐요. 

 

그렇게 저는 남들보다 1시간 일찍 회사 문을 나섰습니다.

 

회사 정문 앞에서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한 번 제 다짐을 되내였습니다.

 

"절대 이런 회사 같은 곳은 다니지 않을 거다. 더 나은 곳으로 이직할 수 있다. 나는 해낼 수 있다. 난 널 믿는다. 뜬구름아" 라고요.

 

아쉬움과 두려움 그리고 설레임의 감정이 섞이면서 저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저는 다시 직장인 -> 취준생으로 이직시도를 하였습니다.

 

이것으로 저의 외국계 기업 고군분투기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 업무방식, 나의 성향, 나의 성격 등 돈주고도 배울 수 없었던 것들이죠. 그래도 인간관계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네요. 결국 인간관계 80%, 업무 20% 로 인해서 퇴사 했으니깐요. 역시 어디나 사람이 전부인가 봅니다.)

 

그 동안 봐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잘 되기를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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