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외국계 기업 고군분투기

(번외편) 제11화 외국계 기업 고군분투기(f.큰 위기 또 다시 부서이동하다)

뜬구름홍 2021. 9. 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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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뜬구름홍 입니다. 

슬슬 나이를 먹다보니 기억력도 점차 희미해지고 어제 있었던 일도 기억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즐거운 추억으로 남기고자 나름 좋았던(?) 저의 외국계 기업 생활을(2년 남짓) 조금의 재미를 얹혀서 연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외국계 기업을 희망하는 분들, 기업 분위기 등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간접 경험(?) 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제 글이 조금이나마 힘들어진 시대에 서터레스를 날리기를 희망합니다!


제 11 화

(f.큰 위기 또 다시 부서이동하다)

해외 교육을 다녀 온 후, 제가 경험했던 지식과 시각적 자료(여행 사진 등)를 부서원들에게 PT발표를 하였습니다. 이 발표 이후 사람들이 저를 대하는 모습에서 약간의 질투(?)가 담긴 느낌을 받기 시작했습니다.(특히나 저보다 고참인 6년차 이상 대리분들에게서...) 저는 나름 눈치가 없는 사람으로 불리우곤 합니다. 물론 사회생활 눈치는 꽤나 있지요. 하지만 업무 등 일 외 적으로는 사실상 사람들에게 크게 관심(?)이 없는 성격이다보니 개개인의 감정에 대해서는 사실상 무지한 사람입니다. 

 

그런 저에게 부서 원 중 유독 대리 급 이상 선배분들에게서 해외 교육을 자기들보다 먼저 다녀왔다는 이유로 어느정도의 질투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이렇게 무딘 저인데 말이죠)

 

그래서 교육을 시작으로 특히나 사수 대리에게 많은 질투를 받게 되었습니다.(지금에서야 '질투'라고 표현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어마막지 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게 일을 주지 않았거든요!) 본부장님께서 마케팅 관련된 고객사 발표나, 제품 분석, 해외 지사에 대한 QNA, 정보공유 등등 을 제게 맡기셨는데, 제 업무를 모조리 사수 대리분께서 가져가셨죠. 

 

뭐,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요즘같은 시대에서 제 업무를 사수분께서 대신 해준다는 거는 정말 '천사'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당시에 제가 다니던 회사는 너무나 능력위주였기 때문에 제 업무는 제가 가져와 반드시 끝을 내어야 실적에도 잡히고 다른 부서원들에게도 의기양양한 분위기였습니다. 

 

어느 날은 XX 기업에 가서 제가 담당하는 해외 제품에 대한 소개를 진행해달라는 의뢰가 영업부서로부터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준비를 해서 부서 발전에 이바지 하고자(?) 적극적으로 제품 소개 PT도 만들고 추가 자료들을 조사도 하면서 최대한 완벽하게 준비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발표 바로 직전에 사수 대리분께서 제게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뜬구름씨, 이번 발표는 내가 진행할께. 아직 준비 안되거 아니야? 조금 떨릴 수 있으니 이번 까지는 내가 발표하고 다음부터는 뜬구름씨가 발표해~" 라고 굉장히 친절하면서도 손 뒤에 칼을 들고 있는 듯한 기분으로 저를 배려하면서 말씀하시더라구요.

뭐 물론 사수 대리분께서 해당 제품을 저보다 오래 담당했기에 당연히 잘 아시겠지만, 그래도 제가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온 것을 옆에서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발표 직전(몇시간 전에) 이렇게 말하는 것은 사실상 너무나 황당 그 자체였습니다.

 

알고보니 저희 본부장님께서도 참석하고 저희 회사의 여러 업체 분들도 참석하는 발표 였었습니다.

 

사수 대리분은 뭐가 그렇게 불안했었는지, 굳이 제 업무를 본인이 가져가서 공을 쌓는 다는 것이 처음에는 '뭐, 그럴 수 도 있지. 나를 배려해준 거 아니겠어?, 참 좋은 사수 분이란 말이지' 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제가 설 수 있는 자리를 점점 침범하면서 제 업무를 뺏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흐르자, 본부장님께서는 저를 불러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뜬구름씨, 사수 대리가 말하는 건데, 왜이렇게 뜬구름씨는 마케팅 업무를 맡은지 꽤나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본인이 발표도 못하는 수준이거야? 사수 대리가 열심히 도와주고 있지 않나? 뜬구름씨면 충분히 역량이 있어보이는데 말이지. 그래서 내가 뜬구름씨의 능력을 미리 알아보고 마케팅 부서로 배치시킨 것 아니겠어! 열심히 해보라고!"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제서야 머리가 맑아지면서 '아, 지금까지 사수 대리가 본인이 지금까지 쌓은 업적과 본인만의 업무 범위를 나에게 주지 않을려고, 본인의 회사 내 입지를 강화시킬려고, 모두에게 나를 업무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라고 소문을 냈구나... 나는 그런게 아닌데, 나도 나름 내 업무에 대해서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노력을 보여줄 기회를 사수 대리가 계속해서 방해하고 있는 것인데...' 라고 늦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와 역시 사회는 본인이 나서지 않는 이상 특히나 사수 대리가 있는 한, 내 업무를 내 스스로 받아내고 해결하지 않으면 나는 남들이 보기에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 적극적으로 제 업무를 맡기 위해 사수 대리가 아닌 나이 지긋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부장님과 함께 다니기로 했습니다. 나이 많은 부장님께서는 어느 기업을 방문해도 제게 꼭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부장님께서는 "혹시나 뜬구름씨가 모르는 질문이 나왔을 땐 나에게 물어보라고. 내가 과거에 해당 제품을 맡은 경험이 있어서 잘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라고 응원까지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부장님과 몇 개월을 방방곳곳 기업 방문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너무나 감사했다고 전합니다.(물론 부장님께서는 현재 퇴직하시고 본인 만의 삶을 즐겁게~ 살고 계십니다)

저도 나름 짬밥도 생기고 경험도 쌓이다보니 이제는 스스로 왠만한 업무를 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회사에 들어가면 사수 대리의 품 안에서 밖에 업무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부서 내 사수 대리의 입지는 정말 어마어마 했거든요. 여기서 또 하나 사회생활 팁을 배워봅니다. 

 

만약에 본인의 부서 내 너무나 잘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악재입니다. 특히나 그 사람이 본인의 사수라면 말이죠. 이럴 때는 사수보다 더 일을 잘할려고 할 필요 없습니다.(마치 저처럼 말이죠) 인간의 본성은 본인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사수에게 위협(?)아닌 위협을 준다는 느낌을 보여줄 필요가 없습니다. 능력있는 사수를 잘 ~ 따르면서 그 사람이 나중에 다른 부서로 가거나 본인이 이동을 하거나 그 때까지 좋은 이미지로만 남아있으면 됩니다. 즉, 능력있는 사수 밑에서는 사수가 원하는 것을 잘 도와주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능력있는 사수들은 대부분 '워커홀릭' 이기 때문이죠. 회사가 곧 나이고, 회사가 곧 나의 집입니다. 이런 사수의 비위를 맞출 정도의 사람이라면 정말 회사생활 말고도 그 어느 일을 해도 성공할 사람입니다!

 

저는 이런 사회생활 팁을 퇴사하고 언 3년 뒤에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사실 당시에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사회생활경험이 많은 친척형에게 해답을 구하기 위해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때 친척형께서는 위의 팁과 똑같이 얘기해주시더라구요. '절대 사수에게 대들지마라. 사수가 더 인정 받을 수 있도록 옆에서 조력자가 되어라. 사수의 비위를 맞춰라' 라고요)

 

그치만 20대 중반인 제가 그런 처세술 까지 어찌 해낼 수 있겠습니까? 저는 신입사원 패기로 적극적으로 제 업무영역을 넓혔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미지란 것은 어찌 바꿀 수 없더라구요. 이미 사수 대리와 친한 대리 과장들에게 저란 이미지는 "사수 대리 를 위협하는 존재, 본인의 업무를 해내지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죠.

아마 저의 업무 능력은 나이 많은 부장님만 아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죠? 나를 알아 주는 사람이 1명이라도 있으니깐요!

 

그러다 결국 저는 사수 대리의 모함? 질투? 음해? 로 인해 다시 영업부서로 발령이 났습니다.

 

여러 부서원들 입에서는 "뜬구름씨가 좌천됐나봐. 왜 좋은 마케팅 부서로, 그것도 신입사원이, 능력도 좋은데 왜 다시 열로 왔지? 사수 대리가 그러는데 일을 안했나봐~" 등등 입사 이례 최악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아~ 능력이 출중해도 역시나 사회생활에는 적이 없어야 하는 건가! 가기 싫었던 마케팅부서를 본부장님이 억지로 이동시켜서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하려고 나름 노력했지만! 역시 굴러들어온 돌은 박힌 돌을 빼낼 수 없는 것인가!" 라고 많은 탄식을 했습니다.

 

그래도 영업부서에 계셨던 한 과장님이 계시는데 회식날 제 옆자리에 앉아 위로 아닌 위로의 말씀을 해주시더라구요. "뜬구름씨! 우리 회사는 영업이 메인이야~ 마케팅? 저리가라그래, 나랑 열심히 영업 해보자고! 모든 걸 전수해주겠어!" 라고요. 당시에 안구건조증이 심했던 저임에도 불구하고 가슴 속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 뻔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과장님. 집 값 많이 오르셨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진급도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저는 화려했던(?) 마케팅 부서를 떠나 다시 기술영업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진정 마케팅 + 견적 + 영업 이 세 부서를 짧은 시간에 그것도 굵게 경험했기에 앞으로의 영업 업무에 더 기대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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