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퇴사

"상상퇴사" - 그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뜬구름홍 2022. 4. 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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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뜬구름 홍입니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모든 직장인의 가슴팍 주머니에는 '사직서'가 있다.", "퇴사 생각 안 해본 직장인은 없다."라는 말을요. 허나, 그렇다고 직장을 무턱대고 그만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퇴사도 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직장인들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퇴사를 결심할 용기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현재의 삶에 안주, 도전에 대한 두려움, 실패 공포 등)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오직 이 공간에서만큼은 '상상력'을 발휘한 우리네 퇴사 이야기를요. 비록 사업은 해보지 않았지만(언젠가는 하겠지요?) 먼저 경험한 직장인의 삶과 그리고 퇴사를 한 번쯤 고민했고, 퇴사 후에는 어떤 삶이 펼쳐질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픽션 팍팍, 과장 팍팍해서 글을 써보겠습니다.
아무쪼록 이 글이 힘든 직장인의 삶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이 상상력으로 인해 나름 괜찮은(?) 현실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 - 그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점심을 못 먹는다는 것은'

 

오늘은 아침부터 정신이 없다.

외부 출장을 나가는 날이다.

 

이런 날은 나름 기분이 좋아진다.

왜냐하면 현장에서 바로 퇴근이 가능하니깐.

 

그런데, 젠장 김 부장 전화다.

"어이 이 대리. 오늘 몇 시에 복귀하나? 오후 2시쯤 XX 좀 하자고."

 

망할 놈. 역시나 김 부장은 내가 만난 최악의 사람 중에 한 명이다.

 

끝내 알겠다고 대답한 후 업무를 본다.

 

대부분 출장 업무는 오랜 시간 버스나 기차, 차를 타고 가는 것에 비해 막상 현장에서는 30~1시간이면 업무가 끝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일이 잘 안풀린다. 아침에 온 김 부장의 전화 때문인가.

 

어찌어찌 일이 끝난 시간 12:00.

 

지금 상황에서 점심을 먹고 서울로 간다면 분명 3시 넘을 것이 확실하다.

 

그렇게 되면 보기만 해도 짜증 나는 김 부장의 얼굴이 더욱 찡그러져있겠지. 그리고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는 목소리로 한 소리 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 그냥 점심 포기하자. 하루 점심 안 먹는다고 죽기나 하겠어?

 

그렇게 씩씩 거리며 자판기에서 이온음료를 뽑아먹고 현장을 나섰다.

 

역시나 김 부장은 정말 별거 아닌 업무를 갖고, 굳이 멀리 출장 나간 나를 부른 것이다.

 

이것이 사람 엿 먹으라는 건가. 슬슬 속이 메스꺼워진다. 아마 오늘 한 끼도 안 먹어서 그런 것 같다.

 

사무실에 있는 과자나 초콜릿으로 요기를 했는데, 힘이 점점 없어진다.

 

다행히 저녁 6시까지 이상 없었으나,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정신이 나갈 뻔했다.

주변이 하얗게 변하면서 식은땀이 났다.

 

그래도 쓰러지지는 않았다. 뭔가 여기서 쓰러지면 망할 놈의 김 부장에게 진 것 같으니깐.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냥 쓰러질 것 그랬다. 그랬으면 산재처리가 되었을 텐데. 그럼 김 부장의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었다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속으로 괜히 미소가 지어진다.


오늘 점심은 인근 푸드코트에서 돈가스이다.

 

돈가스를 상당히 좋아하는 나에게, 맛있는 돈까스 집을 가는 길은 너무나 행복하다.

 

키오스크로 무인 주문을 한 뒤, 적당한 2명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맞은편에 20~30대로 보이는 직장인이 헐레벌떡 돈가스를 먹고 있다.

 

내가 앉을 때쯤 식사가 나온 것 같은데, 벌써 일어나려고 하는 모습이다.

 

꾸역꾸역 돈까스를 입에 쑤셔 넣고, 물먹고, 기침하고, 아니 헛구역질도 하는 모습이다.

 

현재 시간은 12:30. 나는 일부러 사람이 많이 없는 늦은 점심시간에 음식점을 간다. 그게 나에게도 좋고 음식점 사장님에게도 좋을 것 같으니.

 

이런 늦은 점심시간임에도 저렇게 바쁘게 밥을 먹는 직장인은. 도대체 왜 일까.

 

저렇게 힘들게 먹을 거면 차라리 간단한 음식으로 때우거나 점심을 건너뛰지...

 

힐끔힐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 나의 모습이 매칭 된다.

 

그놈의 업무가 뭐라고. 조금 늦는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아. 당시 나를 괴롭혔던 김 부장은 위암으로 현재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병문안을 갔냐고? 결 코일 세다. 그런 사람에게는 오로지 회사 안, 회사 업무시간에만 존재하는 사람이고.

 

그 외 장소, 시간에서는 투명인간 대우를 해줘야 한다.

 

끝내 그렇게 직원들을 괴롭히고 본인 스스로 스트레스받아서 암에 걸린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김 부장은 참 용기도 없고 자신감도 없었던 것 같다. 혹시나 본인 상급자가 자신을 안 좋게 볼까 봐. 또는 직원들이 자신을 얕볼까 봐. 그런 마음 때문에 더더욱 상급자에게는 잘하고 직원들에게는 못되게 군 것 같다.

 

주변을 살펴봐라.

 

스스로에게 자신감 있는 사람들은 결코 상대방을 갓짢게 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매너 있게 사람을 대해준다.

 

그런 만큼 본인도 그렇게 대우받는 것을 아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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