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회사가 키운 괴물들

<09:00 - 18:00> 회사가 키운 괴물들 (10:00 - 희생량)

뜬구름홍 2022. 12. 2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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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 본 소설은 지극히 상상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등장인물은 실존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미리 알립니다.

 

(내용 중)

내가 괴물이었던 걸까,

아니면 회사가 나를 괴물로 만든 걸까,

그게 아니라면 회사의 괴물들이 나의 괴물 본능을 일깨운 걸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도 지금의 내가 누구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 10:00 > 

 

(10:00 - 희생량)

 

아침 08:00에 출근하려 했지만, 아침잠을 뿌리치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
게다가 회사가 여의도에 있어서 출근하는데만 1시간 이상이 걸린다.

특히나 요즘 같은 겨울에는 더더욱 출근 길이 힘들다.
이런 삶을 앞으로 10년 길게는 30년을 해야한다니... 그래도 부모님과 친구들. 나를 위해서라도 성실하게 다녀야 한다.

참 놀라운 점은.
내가 출근해서 문을 열면 언제나 옆 파트 대리님이 계신다는 점이다.
그분과 대화를 해본적은 없지만 - 기껏해야 아침 인사 정도 - 참 부지런한 분 같다.
언제나 목에는 형형색색의 스카프를 매고 다니신다.

참 멋져보인다.

같은 파트 대리님과 동기라고 하는데. 신입사원 시절부터 일반적인 직원은 아녔다고 한다.
3개 국어에 능통하며 해외 대학교에서 졸업했다는 그분.
특히나 여러 프로젝트에 배정되어서 우리 영업 부서의 주춧돌 같은 역할을 하신다.

가끔 탕비실에서 그분을 뵐 때면 언제나 전화통화에 말을 걸 시간조차 없다.
그런 그분을 보면서 '일 잘하는 직장인이란 저런 모습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침에 출근하면 밀린 메일을 확인한다.
고작 한 달이 조금 넘은 나의 메일함에도 하루만 지나면 100개 이상이 메일이 와있다.
다만, 그 메일의 대부분은 파트 차장님과 과장님의 메일이었다.

왜 이렇게 시키는 것이 많은지. 그리고 취합할 자료가 끊임없이 생기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일을 받으면 구글링과 파트 대리님께 물어보며 겨우겨우 업무를 해나가고 있다.

이런 게 직장생활인 걸까.
아쉬운 점은 나와 같은 동기가 없다는 것이다.
요즘의 취업시장은 과거처럼 대규모 공채나 그런 것이 없다.
거의 수시채용에 모집요강을 보면 '경력직 우대'라는 말이 많다.

이런 취업 시장에서 내가 채용된 것은 복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러니 더더욱 열심히 일해야 한다.

9시가 금세 지나가 벌써 10시에 접어들었다.
10시쯤이면 대부분의 파트원들이 출근을 해 있는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파트 차장님은 파트원을 불러다가 회의를 진행한다.

업무적인 대화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과장님의 조용한 질문과 대답은 나를 계속해서 조여 온다.
끊임없는 불만사항과 나를 향한 간접적인 비교.
무엇보다도 "요즘 신입사원들은 왜 이래?" 라며 나를 힐끔 쳐다보는 모습은 결코 적응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오늘은 과연 회의를 하면서 나에 대해 뭐라 말할지. 두렵다.
그때마다 내 사수이자 파트 대리님은 크게 신경 쓰지 말라고 위로한다.
하지만 나의 얼굴은 사과처럼 벌게져서 도저히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어김없이 회의를 소집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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