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이 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1. 20살 이상의 나이와 경험 : 자기소개서(서류)
2. 필기시험에 합격해야하는 어느 정도의 지식 + 공부량 : 필기시험
3. 나는 누구와도 잘 어울려요. 나는 모나지 않았어요.라는 자기 최면 : 1차 면접
4. 좋은 인상과 함께 더듬거리지 않는 말투 : 최종면접
순서로 치면 무엇이 먼저이든 상관은 없다. 다만 세상 사는 대는 필요한 절차가 있기에 결국 회사원이 되려면 자기소개서와 필기시험 그리고 면접이라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필기시험의 경우 일부 기업은 생략한다)
취업을 준비해본 사람들은 대부분 느끼겠지만 저 단순한 4단계가 사람을 미치게 할 때가 있다. 정말 가고 싶은 기업의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자기소개서에 나의 인생과 뼈를 갈아 작성했는데도 불구하고 서류에서 탈락되는 순간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실패? 의 경험이 쌓이고 쌓일수록 이 작은 사회에서 나라는 존재는 점점 희미해진다.
그러면서 세상을 부정하기 시작한다. 나 또한 자주 썼던 말인데, 나를 떨어뜨린 회사는 사람 볼 줄 모르는 회사라고 스스로 자위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르지 못할 나무에 갓잖은 신발끈 동여매고 올라가려고 했었던 나 자신이 조금은 한심했었다. 그 이유야 냉정하게 나 자신을 바라보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세상에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수억명이다. 이 작은 대한민국 안에서도 이미 몇 백 명, 몇 천명은 있을 것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은 첫 번째 학력을 기준으로 줄을 세우고 두 번째는 토익점수이니깐)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의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복사, 붙여넣기 신공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국내 기업에 서류를 보냈으니 어찌 보면 참 좋은 세상 같기도 하다. 이력서를 제출하는데 잠깐의 시간과 조금의 손가락 노동만 있으면 되니깐 말이다.
그 덕분인지 취업 시즌에는 하루에도 몇개씩 탈락의 문자와 메일 고배를 마셨다.
바야흐로 작금의 시대는 굳이 취업을 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길이 다양해졌다. 주변만 둘러봐도 몸 성한데 없고 적당한 사회성을 갖추고 있다면 어디든 들어가 노동력과 돈을 바꿀 수 있다.
허나 앞서 말했듯이 20대 때는 냉정한 자기 객관화가 힘들다. 그것을 인지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한 인생이다.(뭐 요즘에는 긍정보다 낙관하는 젊은이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한 번은 20대 중반에 내가 다니는 회사에 입사한 후배와 대화할 시간이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나는 “앞으로 10년 뒤, 20년 뒤를 보면 나 또는 옆자리에 있는 과장님과 똑같은 인생을 살게 될 텐데 괜찮아요?”라고 조금 낯간지러운 질문을 했었다.
그러니 그 20대 중반의 후배는 “선배님이나 과장님 같은 인생도 괜찮은 인생 아닌가요?” 라고 한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아마 그 후배는 나에게 말하면서 동시에 ‘나는 당신들처럼 되지 않을거야, 당신들 보다 분명 나은 삶을 살 것이 분명해. 나는 20대에 이렇게 좋은 회사에 입사했는걸?’이라며 자조 섞인 눈빛을 나에게 선사했다.
역시 20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아마 30대의 자신은 적당한 곳에 살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겠지. 남들보다 나은 환경에서. 그리고 40대에는 적당한 자산을 갖춘채 사회가 말하는 중산층보다 좀 더 높은 상류층에 근접한 중산층으로 살아가겠지. 50대에는 회사에서 승승장구해서 부장 또는 임원이 되어 자신의 역량을 맘껏 펼치겠지. 60대에는 퇴직해야 하니 별 수 없겠고.
그러나 위와 같은 꿈 같은 소리는? 20대 후반만 되어도 직시할 수 있다. 아 이곳에서 이렇게 살아가면 오히려 지금의 30대 대리, 40대 과장님보다 더 못하게 살아가겠구나. 동시에 그들이 대단해 보이기 시작한다. 그 ‘평범한 삶’을 자연스레 추구하게 된다. 그렇게 20대의 긍정은 사라지고 30대의 비관의 인생이 자신을 감싸온다. 벗어날 수 없냐고? 그토록 자신만만하게 입사했던 청춘의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 순간 이 쳇바퀴 도는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 회사는 더더욱 쳇바퀴를 강하게 돌게 만들 것이고 그 안에 있는 사람은 생각할 시간조차 없이 하염없이 달리기에만 집중하게 된다. 어느 순간 달리는 것에 의문점을 품기 시작하면 때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 40대에 깨닫고 쳇바퀴를 박차고 나온다면 희망은 보이지만 아시다시피 40대에는 어엿한 가장이 되어 있다. 20대 때처럼 나 혼자 판단하고 실행하고 나아갈 수 있는 시기가 아닌 것이다.
깨달아도 내 양옆에서 내 팔과 다리를 붙들고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무겁다. 그렇게 쳇바퀴 안에서 삶을 구걸하다가 녹슬고 체인이 끊길 때 비로소 진정한 사회에 나오게 된다. 신발 한쪽 살 돈도 없고 내가 원하는 신발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신발을 신는 방법도 까먹고, 신발을 왜 사야 하는지 조차 모른 채로.
나는 이것을 금융 문맹 또는 경제 바보 라고 일컫는다.
반대로 회사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매우 단순하다.
1. 주식 시장에 상장된 기업이라면 -> 주식을 산다
2. 비상장된 기업이라면 -> 유사 기업의 주식을 사거나 상장될 때까지 기다린다
끝이다.
앞서 말한 회사원이 되기 위한 4단계를 거칠 필요가 없다. 물론 이 단순함에는 거대한 리스크가 동반한다.
하지만 리스크를 쳇바퀴와 신발에 비교하자면 당신은 무엇을 택할 것인가?
그 4단계와 회사생활을 하기 위한 열정과 노력을 기업 분석이라는 것에 쏟아부으면 어떨까?
그래서 나는 출퇴근을 하고 싫은 동료들의 비위를 맞추고 말 같지도 않은 보고서를 작성하며 실무도 모르는 상급자의 지시를 오목조목 반박하며 결국은 마음에도 없는 일을 하는 그런 삶보다 나 스스로 공부해서 책임을 갖고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이 향후 5년, 10년, 20년을 봤을 때 월등히 뛰어난 거래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투자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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