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부쩍 내 몸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든다.
1. 호흡이 가빠지지 않음
2.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음
3. 저녁이 그렇게 피곤하지 않음
4. 짜증과 분노라는 감정을 잊어버림
5. 내가 싫은 사람들, 기억들이 점차 희미해짐
사실 호흡을 제대로 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목적 달성은 했다고 생각한다.
휴직 6개월차.
비로소 내 인생, 나의 몸이 정화되는 데 필요했던 기간이었다.
사실 회사만 나가지 않으면 내가 갖고 있던 대부분의 문제들이 해결될 거라 생각했었다. 안타깝지만 큰 오산이었다.
우리의 정신과 몸은 생각보다 습관의 고리가 강하다. 습관이란 처음에는 너무 가벼워서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는 너무 무거워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워런 버핏 책 중에서)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아침밥을 간단히 먹은 뒤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지하철의 검은 창에 반사된 나의 모습을 보며 도대체 언제까지 이 삶을 반복해야 하는지 반문해 본다.
1년 365일, 10년 3,650일.
10년이 넘는 동안 똑같은 질문을 반복해 댔다. 그럼에도 돌아오는 건 대답 없는 나 자신이었다.
아무리 고민하고, 아무리 곱씹어보고, 아무리 이 생활 속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바라와도.
결국 난 다음 날에도 지하철에 몸을 싣고 있는다.
그렇게 정답 없는 문제를 머릿속으로 끙끙 알며 고민하다 보면 정신보다 몸이 한 발 앞서 지하철에서 몸을 움직인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흘깃 쳐다보며 회사로 향한다. 지하철에서 했던 고민은 아직도 끊기지 않는다. 사무실 의자에 앉기 전까지.
그래서 출근하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도 그저 머리가 멍하다. 하는 말은 대부분 안 좋은 말 뿐이니. 좋은 말은 해본 기억이 딱히 없다.
이렇게라도 해서 회사 생활의 보상을 받으려고 하는 걸까?
사무실에서는 하릴없이 마우스만 클릭하다가 해야 하는 일을 하나 둘씩 처리해 나간다. 자발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라고 몇 번을 들었지만 결국 결재에 또 결재를 받으며 원래 있었던 내가 사라진다.
이럴 거면 도대체 나는 여기 왜 있는가.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따라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이면 도대체 나란 존재는 무엇인가?
물론 내 위 상사들 또한 나와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이러한 삶에 최적화가 된 사람들이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업무 외적인 것에 대해서는.
그저 다니라고 한다. 그저 버티라고 한다. 그저 여기가 최고라고 한다.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곳에 1년이고 3년이고 있다 보면 나 또한 그들처럼 된다. 그 끈적임이 워낙 강해서 반발심으로 벗어나고 싶어도 오히려 더 강력하게 붙어있는다.
나는 그렇게 오염되고 있었던 것이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내 정신과 몸은 도대체 얼마나 오염되었던 말이냐. 그걸 정화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은 6개월이었다.
내 생각보다 길었다.
길어야 3개월. 짧으면 일주일. 만에 정화될 거라 강하게 믿었던 나는 나 자신을 과소평가한 셈이다.
아니 사회를 과소평가한 셈이다.
부품으로 살아가는 우리네 일상이 생각보다 우리의 정신을 갉아먹고 또 갉아먹고 있었던 셈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산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건 줄 몰랐다.
내가 자유롭게 살았던 적은 아마 초등학교 이전이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통제를 받아야만 했다. 그 통제의 끝은 직장이었다.
물론 월급이라는 보상을 받고 일하는 곳이기에 통제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통제는 회사 안에서, 그리고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통제의 힘은 워낙 강해서 출근 전, 퇴근 후 심지어 주말까지 - 가끔은 샤워할 때도 - 우리를 통제시키려 한다.
다음 주에 무슨 일이 있으니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핑계로.
급하게 내일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 되도록이면 아침까지 준비해 달라는 핑계로.
또 가끔은 상급자의 기분에 따라 감정의 변화에 따라 갑질로 서로서로를 못살게 굴기도 한다.
이러면서 우리의 일상은 하나 둘 차츰 사라지게 된다. 동시에 개개인의 개성과 삶의 목표도 희미해진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이 사회, 전 세계가 각자의 나라를 지탱하기 위한 기본적인 구조가 되는 셈이다.
통제를 받으며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가,
아니면 자유롭게 내 삶을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고 싶은가.
나는 6개월 간의 시간을 통해 내 삶을 온전히 느끼기로 결심했다.
왜 워런 버핏이 아침에 출근하면서 탭탭스를 추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돈을 받으며 쉰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외쳐대도 울림 없는 메아리이다. 꼭 경험해 봐야지 그것이 주는 소중함을 알 수 있다.
나는 6개월 간 1분 1초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일상,자기개발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산의 장점과 단점(f. 모든 것의 가까움) (0) | 2024.11.24 |
---|---|
(끄적임) 떨어지는 꿈 + 주식 실패 고해성사 꿈 (f. 생생했던 그 순간) (1) | 2024.11.20 |
(감동) 아기와 두 번째 도서관 방문기 (f. 이번엔 울지 않고 얌전했네요. + 잠까지) (1) | 2024.11.19 |
(공유) 오블완 (오늘 블로그 완료) 참여하세요! (f. 매일 글 쓰면 달라지는 인생) (0) | 2024.11.19 |
(기록용) 부산 해운대 중동 쌍용더플래티넘 아파트 - 정보 기록 (2) | 2024.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