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운동일지 : 심야 달리기 6.1km / 46분 / 471kcal

* ‘24.6.16부터 운동일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운동 전, 중, 후 마음가짐 등에 대한 개인적인 내용입니다.

- 운동 종류 : 심야 달리기

- 거리 : 6.1km (달리기) 

- 느낀 점 : 역시나 이번에도 오래간만에 달리기를 뛰었다. 사실 아직 뛰면 안 되는데... 목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찬바람을 쐐면 좋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밤 공기와 날씨를 보니 뛰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때마침 아기도 이유식 + 분유까지 먹은 상태로 잠까지 막 든 상태였다.

그래 지금이다. 몸이 조금 아파도 달려야겠다. 지금처럼 황금 타이밍은 쉽게 오지 않는다!라는 생각으로 냅다 옷을 갈아입고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했다.

대신에 옷과 마스크, 모자, 장갑까지 풀 착용을 했다. 혹시 모를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서...

이번에는 특별하게 스마트폰하고 에어팟도 착용한 상태로 밖을 나섰다. 갑자기 듣고 싶은 노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내 귀와 함께 했던 ‘노블레스’ 가수이다.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노래방에서 노블레스 노래를 부르면 모두가 하나 같이 누구냐고 물어봤기 때문에...

그러기도 할법한게 노블레스의 주 노래 분위기는 우울이다. 우울하고 헤어지고 후회하고 사랑을 받고 또 헤어지는 등의 침울한 분위기.

정말 몇 년 만에. 아니 몇 십 년 만에 노래를 들었다. 달리는 순간 내 몸은 10대 후반 시절로 순식간에 돌아가버렸다.

마스크를 쓰고 에어팟까지 끼고 달리기를 처음 뛰어봤다. 마치 물속에서 자유형을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노이즈캔슬링까지 하지는 않았다. 교통사고 나기 딱 좋은 코스이기에...)

그럼에도 내 눈과 정신은 달리기에 집중하고 귀는 노래에 집중하니 마치 나 혼자 이 거리를 뛰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저녁 8시 이후 + 추운 날씨라서 그런지 거리에 사람들이 거의 없긴 했다...ㅎㅎ

너무 띄엄 띄엄 달리는 바람에 체력이 얼마나 버텨줄지는 감이 오지 않았다. 게다가 몸 상태도 감기 기운이 있는 상태라 더더욱.

첫 목표는 3km를 잡았다. 순식간에 2km를 돌파했다. 컨디션 때문이라도 최대한 내 몸이 원하는 속도로 달리다 보니 속도는 느리지만 꾸준히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달렸다.

3km를 넘어서니 조금 욕심이 생겼다. 그래 기존에 달리던 코스 끝까지 달려보자.

아뿔싸. 괜히 달린 것 같다.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면서 박자들이 엉키기 시작했다. 집중하자. 집중.

아마 순간 집중력을 잃는 바람에 그리 된 것 같았다. 다시 속도를 늦추면서 한 발 짝 한 발 짝 집중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달리더라도 노래를 들으면서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자.

좀 더 달리니 다시 몸 컨디션이 돌아왔다. 그렇게 5km를 달리고 나서 달리기를 멈췄다. 내가 멈춰선 곳은 중간중간에 만들어놓은 야외 체력단련장이었다.

간단히 운동을 하는데, 노블레스 노래의 영향인지 갑자기 기분이 급 다운되기 시작했다. 우울해졌다.

10대 후반의 그 어둡고 괴롭던 시기가 떠올랐다. 20대 초반에 돈 없고 가진 것 없던 내가 생각나기 시작했다.

공부도 못하고, 돈도 없고, 그렇다고 성격이 좋지도 않았던 질풍노도 시절의 내 모습.

그러다보니 얼굴이 붉어오면서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이러고 가만히 있다가는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다시 달렸다.

1km 정도 언덕길을 뛰니 이제야 머릿속에 맑아졌다. (우울한 노래는 계속 들으면서)

결국 기록은 영 별로지만 간만에 뛴 것 치고 6km를 완주할 수 있었다.

이상하게 7km는 길고 5km는 짧은 것 같다.

내겐 딱 6km가 맞는 것 같다.

감기 기운은 여전하다. 하지만 기침만 조금 있고 나머지는 꽤 많이 호전된 상태이다.

역시 난 유리몸이 틀림없다. 정신력도 약하고 체력도 약하다.

아니 그냥 난 다 약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