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퇴사

"상상퇴사" - 그 열두 번째 이야기

뜬구름홍 2022. 3. 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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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뜬구름 홍입니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모든 직장인의 가슴팍 주머니에는 '사직서'가 있다.", "퇴사 생각 안 해본 직장인은 없다."라는 말을요. 허나, 그렇다고 직장을 무턱대고 그만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퇴사도 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직장인들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퇴사를 결심할 용기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현재의 삶에 안주, 도전에 대한 두려움, 실패 공포 등)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오직 이 공간에서만큼은 '상상력'을 발휘한 우리네 퇴사 이야기를요. 비록 사업은 해보지 않았지만(언젠가는 하겠지요?) 먼저 경험한 직장인의 삶과 그리고 퇴사를 한 번쯤 고민했고, 퇴사 후에는 어떤 삶이 펼쳐질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픽션 팍팍, 과장 팍팍해서 글을 써보겠습니다.
아무쪼록 이 글이 힘든 직장인의 삶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이 상상력으로 인해 나름 괜찮은(?) 현실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 - 그 열두 번째 이야기

'사람 또 사람 그리고 사람'

출근해서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고 꽤나 뿔은 몸 관리를 위해서 홀로 닭가슴살을 먹는다.

그리고 급한 오후 업무를 마치고 나니 퇴근시간.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퇴근을 한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그 '사람'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일상이다.

 

아침에는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윗사람이나 직장동료들을 욕하기 바쁘고, 점심시간만 되면 삼삼오오 모여서 맛있는 점심을 함께 먹는다. 사실 함께 먹는다기보다는 본인들이 먹고 싶은 메뉴들을 골라서 맛볼 수 있기에. 그리고 무리에서 이탈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을 함께 다닌다.

 

오후에는 점심도 먹었겠다 약간의 휴식겸 다시 모여서 서로의 의견에 호응해주고 맞장구를 쳐주다 보니 벌써 퇴근시간이다. 이제야 일을 시작한다. 야근이지만 식비도 나오고 윗사람들에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처럼 보일 수 있기에. 일석이조 효과이다.

 

왜 이렇게들 살까? 

도대체 왜 이렇게들 살까?

 

스스로를 위한 주도적인 삶을 살지 않고 왜 무리 속에 파묻혀 사는걸까?

그리고 월급을 받는 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 까지인데 왜 그 '사람'들은 자신들의 피 같은 시간을 회사에 바치는 걸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왕따이다. 적어도 그 '사람'들에게는.

처음 몇 번은 나 또한 저 무리 중에 한 명이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나를 잃어갔다. 그들의 말에 반대되는 말이나 적극적으로 동의하지 않으면 따뜻했던 공기가 순식간에 나로 인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난 점심을 따로 먹는다. 사실 따로 먹는 편이 좋다. 그들과 어울리다 보면 점심과 커피 값. 그리고 수준 낮은 대화로 나도 그들과 똑같아지는 기분이다.

 

무리에서 이탈 한 덕분에 내 업무는 최대한 퇴근 시간 전에 끝을 낸다. 그렇다 저녁이 있는 삶이다.

하지만 이 퇴근을 얻고 난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더더욱 동기들에게도. 왜 그렇게 일 머리가 없냐고. 눈치가 없냐고. 

 

이게 왜 눈치가 없는 걸까? 정해진 시간에 할 일을 끝내고 당당히 퇴근하는 것 일 뿐인데...

 

오늘도 그 사람들 때문에 퇴근길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싫은 사람들과 더 이상 마주치지 않고, 내 마음대로 출근과 퇴근을 하는 지금. 문득 신입사원 시절이 생각난다.

큰 포부를 안고 힘들게 합격한 회사에 첫 출근 했던 그날은 결코 잊을 수 없다.

지하철 역에서 수많은 인파들에 섞여 나도 이제야 사회의 일원이구나. 내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스스로를 칭찬했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하루, 한 달, 일 년이 지나다 보니 도저히 나아지는 것들이 없었다.

얻은 게 있다 치면,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피곤한 덕분에 불면증이 사라졌다는 것?

 

첫 회사에서는 나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그냥 나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지금에서야 그걸 깨달았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본다. 왜 나를 싫어했을까. 내가 그들에게 피해 준 것은 딱히 없는데. 그렇다고 업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거나, 실수를 했다거나, 예의가 없었거나 한 것도 아니었는데.

 

단지 점심시간이 소중해서 도시락이나 주변 샌드위치 집에 가서 점심을 혼자 먹었고,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이 너무 막혀 최대한 업무시간에 일을 끝내고 칼퇴를 했었다.

 

그리고 운동이 좋아 조금 타이트한 와이셔츠를 입은 게 전부였다.

 

난 그리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니었다. 단 회사에서 만큼은.

 

회사에서는 말을 많이 하는 건 그리 좋은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말이란 것은 하다 보면 내 약점이나 나의 가치관 등이 은연중에 나오기 때문에, 사람들은 귀신 같이 말을 통해서 자신과 같은 부류인지 아닌지를 파악한다.

 

첫 회사에서의 사람들은 퇴근을 하지 않았다. 아마 가장 위에 본부장이 퇴근을 하지 않아서였을까? 물론 본부장이 평가를 하지만 뭐 얼마나 차이가 나겠는가. 맡은 업무만 잘 해내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첫 보너스 날 나는 동기들 중에 가장 적은 보너스를 받았다. 사실 보너스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금액이었다.

그렇기도 한 게 가장 많이 받은 사람과 나와의 차이는 거의 3배 이상이 났으니깐.

 

뭐, 이제 와서 변명하는 것은 아니다. 신입사원 당시의 나는 조금은 이기적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싸가지가 없다거나 사람들을 홀대하지는 않았다. 최대한 선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회사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나만의 시간을 즐겼을 뿐.

 

지금 와서 생각하면, 혼자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크게 보지 않았으며 마지막으로 본부장이 버젓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데도 칼퇴근을 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깐.

하고 싶어도 나처럼 할 수 없었으니깐.

그들은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지만 스스로 삶을 포기했으니깐.

 

그래서 나를 그렇게 시기하고 질투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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