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퇴사

"상상퇴사" - 그 열네 번째 이야기

뜬구름홍 2022. 3. 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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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뜬구름 홍입니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모든 직장인의 가슴팍 주머니에는 '사직서'가 있다.", "퇴사 생각 안 해본 직장인은 없다."라는 말을요. 허나, 그렇다고 직장을 무턱대고 그만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퇴사도 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직장인들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퇴사를 결심할 용기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현재의 삶에 안주, 도전에 대한 두려움, 실패 공포 등)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오직 이 공간에서만큼은 '상상력'을 발휘한 우리네 퇴사 이야기를요. 비록 사업은 해보지 않았지만(언젠가는 하겠지요?) 먼저 경험한 직장인의 삶과 그리고 퇴사를 한 번쯤 고민했고, 퇴사 후에는 어떤 삶이 펼쳐질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픽션 팍팍, 과장 팍팍해서 글을 써보겠습니다.
아무쪼록 이 글이 힘든 직장인의 삶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이 상상력으로 인해 나름 괜찮은(?) 현실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 - 그 열네 번째 이야기

'직장인의 대화는 끝은 도돌이표'

 

오늘은 아침부터 바로 옆에 팀에서 고성이 오고 간다.

 

한 동안 조용했더니 역시나다.

 

한쪽은 보고서로 만들어서 절차대로 진행하자는 주의였고 다른 한 쪽은 어차피 보고서를 만들어도 들어쳐먹질 않을 것이니 괜히 힘 빼지 말자는 것이었다.

 

대충 옆에서 들었는데 얼추 두 사람 간의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결론이 쉽게 나지는 않을 것 같았는데, 역시나 직장생활에서 정답은 무조건 상급자이다. 상급자의 생각대로 흘러가는 것이 우리네 직장생활 아니던가!

 

두 사람은 나이도 똑같고 회사 경력도 똑같다. 그래서 더더욱 저렇기 치열하게 대화를 했던 것 같다.

 

뭐, 결론은 두 사람 중 조금 더 상급자와 친한 사람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선택받지 못한 직원 씩씩대며 자리에 앉아 힘껏 소리 내며 타이핑을 쳐댄다.

 

이런 장면이 낯설지 않다고? 꼭 포탄이 떨어지고 총소리가 나야지만 전쟁이 아니다. 이 조용한 사무실에서도 전쟁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바꾸려는 자와 변하지 않으려는 자들과의 팽배한 줄다리기 싸움.

 

나름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이런 변화의 시도가 때론 새로운 기회가 될 수 도 있고,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본다. 그런데 그런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가장 말단에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꼭 서로 고성을 오가며 얘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우리 모두는 이 전쟁터에서 살아남을지 재발로 나갈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깐. 결국은 회사를 벗어나서는 모두가 똑같은 그냥 인간이 된다. 꼭 지위를 이용해서 불합리하거나 상대방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독불장군처럼(과거의 리더십?) 밀고 나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들도 이 정도는 다 알지 않을까? 본인들도 햇병아리, 신입사원 시절이 있었을 테니.

 

그래도 신이 주신 망각 덕분에 금세 잊어버리고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고 있으니, 세상은 참으로 묘하다.


마트에 과일을 사러 간 날이다.

평일 대낮의 쇼핑은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롭고 물건 하나하나를 천천히 구경할 수 있다.

그만큼 이 세상에서 대낮의 여유를 즐긴 다는 것은, 꽤나 성공하거나 꽤나 시간에 자유로운 사람일 거라 생각한다.

 

한 참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는데, 마트 입구에서 고성 소리가 들려온다.

 

어차피 남는 게 시간 인터라 호기심에 소리를 따라 가본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한 남자랑 직원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남자는 꽤나 인자한 얼굴에 옷도 나름 세련되게 입고 있었다. 그런데 마트 직원에게 대하는 말투와 행동은 전혀 겉모습과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목에는 뭘 그렇게 둘렀는지 뻣뻣하게 직원을 노려보며 이런저런 날카로운 말을 쏘단다.

 

다행히 마트 팀장이 헐레벌떡 다가와 손님에게 연신 죄송하다고 말을 건넨다. 그러더니 금세 고성은 사라지고 나름 익사이팅한 사건이 마무리가 되었다.

 

다시 과일을 골라 좀 전에 일어났던 곳에서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땅에 떨어진 명함.

 

사람이 없는 이곳에 명함이라. 슬쩍 발로 밀어서 회사명과 이름 직함을 보았다.

 

XX엔지니어링 XXX부장. 딱 봐도 좀 전에 세련된 50대 남자 손님 같았다.

 

이 사람도 회사를 나오게 된다면, 어떤 꼴을 받아가며 살아갈지는 모르겠으나, 좀 전의 행동을 보면 좋게 늙기는 글렀다 생각이 들었다. 왜 내가 경험한 그놈의 부장들은 다들 이 모양 이 꼴인 걸까!

 

내 업보라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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