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자기개발 등

그렇게 될 것 같아서, 그만뒀어요. (소기업 편 2)

뜬구름홍 2022. 6. 4. 23:27
728x90
300x250

소기업 → 중소기업 → 중견기업 → 대기업 → 공기업 → 투자가 순으로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약 10여 년 간의 직장 내 희로애락과 점점 발전해가는 모습을 픽션을 왕창 가미해서 작성해봤습니다. 성장하는 모습도 그리고 그 안에서 겪었던 많은 난관들과 성취감을 재미있게 써보고자 합니다. 각 기업의 특성과 결국 끝은 "~자(근로자, 노동자)"에서 "~가(자본가, 투자가)"로 마침표가 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등장인물과 장소는 실제와 전혀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소기업 편 2)

 

* 소기업 : 평균 매출액 등 10억~120억 원 미만(2016년 기준) 보통 중소기업과 그 획을 같이함. 가족 같은 분위기, 내 일 너 일 구분 없는 직장인 가정인지 구분이 안 가는 장소. 그럼에도 다양한 장점과 단점이 상생하는 곳. 누구도 가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는 가야 하는 회사.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의 가장 마지막 톱니바퀴 역할을 하는 삶의 희로애락의 끝을 경험하는 삶의 체험 현장.

 

"면접은 최종 2번이 있습니다. 그중 지금이 첫 번째 면접이고, 합격자들에 한해서 저녁에 최종 면접이 진행됩니다. 오후에 결과를 문자로 알려드릴 예정이니, 저녁 스케줄은 비워두시기를 바랍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지?

순간 머리를 갸우뚱 움직였다.

면접이 2번인데 오늘 하루 만에 다 끝난다는 말인가?

이런 내용은 지원서에 없었는데, 아 2번은 얼핏 봤던 것 같다. 이런 소규모의 회사에서 면접을 2번 본다는 것이 의아했지만 회사의 방침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저녁 스케쥴을 비우라고? 뭐 어차피 취준생이기에 약속은 없었지만 그래도 당일 통보는 좀 그러한 기분이 들었다.

 

"자 뜬구름씨부터 안쪽으로 들어가 주세요."

 

긴장한 여력이 가득한 나를 포함한 3명의 지원자가 면접실로 들어간다.

 

자리에 도착하자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가운데 임원분이 자리에 앉으라고 한다.

면접관은 채용담당자를 포함해 총 4명이었다.

 

모두들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아 보였다. 아마 압박면접을 하려는 분위기였다.

 

지원자들은 쳐다도 보지 않은 채 우리들의 입사지원서를 보고 있는 듯해 보였다.

아니 방금 처음 봤던 것 같다. 하긴 이런 작은 기업에서는 임원도 엄청 바쁜 것 같다. 그래서 면접 시간도 늦춰졌으니깐.

 

가장 왼쪽에 머리가 살짝 벗어진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임원이 지원자들에게 자기소개를 간단히, 아주 간단히 해보라고 말한다.

 

차례차례 자기소개를 하는데, 중간에 앉은 지원자가 너무 길게 끄는 듯해 보였다.

 

그러자 가운데 가장 높아 보이는 면접관이 "아. 이제 그만. 그만해도 됩니다."라고 맥을 끊는다.

상당히 1분 1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같았다.

 

마지막 차례인 나는 정말 짧고 또 짧게 자기소개를 끝마쳤다.

 

다음 질문.

"본인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과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시오."

 

앞에 2명의 지원자는 너무 거창하게 얘기를 했다.

그래서 나는 조금 식상하지만 담백하게 '이순신 장군을 존경한다고 했다.' 조심스레 눈치를 살펴보니 여전히 무표정한 표정으로 면접관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본인들도 괜한 질문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저런 질문들이 오고 간다. 또다시 가운데 면접관이 "이번에는 방금 한 말에 대해서 영어로 말해보세요. 만약 영어로 바로 말하기 힘들면 잠시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갑자기 영어 면접?

 

뭐, 당시에는 이런 면접이 트렌드이기는 했다. 외운 영어 실력이 아니고 진짜 영어실력을 간파하기 위한 질문.

역시나 앞에 2명의 지원자가 너무 화려하게 말한 덕분에 잠시 시간을 달라고 말한다.

 

나는 어차피 영어로 말할 거 -다행히 한국말 답변도 쉽게 했기에- 바로 말하겠다고 했다.

"I think why I tell you this is that to growth myself. so I must be an appropirate interviewer." 그러고 나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막무가내 문법으로 어찌어찌 대답은 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을 기다리고는 남은 2명의 영어 답변을 받는다. 역시나 면접관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오히려 나에게 준비한 영어 문장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한다.

 

워낙 달달 외워둔 영어 답변이 있어서 흔쾌히 답변을 한다.

 

처음으로 가운데 면접관이 밝은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에게 오는 질문들.

사실 그렇게 심오한 질문들 -가치관, 비전 등- 은 물어보지 않고 아주 사소한 일상 그리고 성격의 장단점 등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역시나 괜찮게 답변한 듯했다.

사실 나는 여기 말고도 소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면접을 봤었다.

그러면서 부족한 점을 계속 보완시켰고 덕분에 긴장되는 면접임에도 그 분위기에 빠르게 적응하는 방법을 터득했던 것 같다.

 

오히려 면접은 시간이 길수록 더 여유가 생기며 면접 시작 딱 5분만 버티면 기존 나의 페이스로 돌아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 면접은 너무나 길다. 3명의 지원자이기도 했지만 거의 1시간 넘게 면접이 진행되고 있다.

 

면접관들은 나를 제외한 2명의 지원자들에게 질문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너무나 단조로운 질문과 대답들. 

도대체 면접관들은 무엇을 알려고 이렇게 길고 긴 면접을 하는 걸까.

 

이런 생각 자체를 면접 중에 하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그만큼 새로운 질문보다는 고리타분한 얘기들이 오고 갔기 때문일 것이다. 

 

차라리 나 빼고 남은 2명 하고만 진행하고 내보내 줬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기는 면접 중이다. 아무리 면접의 질이 안 좋더라도 나는 이 상황에서 을 중에 을이다. 괜히 밉보일 필요도 없었다. 옆사람의 대답을 경청하는 척 계속해서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그런 나의 모습도 면접관들 눈에는 보일 것이 틀림없다.

 

그래도 여기는 대한민국. 예의를 중요시 여기는 사회 아닌가.

 

그렇게 길고 긴 면접이 드디어 끝이 났다.

채용담당자는 우리들을 불러 세워 흰색 봉투를 준다. 면접비였다.

이런 작은 기업에서도 면접비를 준다니. 어쩌면 괜찮은 회사 아닐까? 흔히 말하는 히든 챔피언. (당시에는 그렇게 불리었다.)

 

채용담당자는 "결과는 오후 3시 전에 날 겁니다. 꼭 연락을 받으시고 합격하신 분들께는 별도의 안내를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알겠다고 대답하고 회사를 나오려는 찰나에 또 다른 지원자들이 보인다. 

 

이렇게 지원자가 많다니. 나는 다시 한번 '숨겨진 좋은 회사인가?'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렇게 우리 3명은 전장에서 살아남은 어쩌면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서로 간단한 소개를 하고 꼭 있다가 다 같이 보자며 헤어졌다.

 

면접은 언제나 사람의 진을 뺐는 것 같다.

게다가 오늘 같이 긴 면접은 더더욱.

 

마땅히 갈 곳 도 없어서 근처 카페에 가서 또 다른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작성하러 갔다.

아마 다른 2명도 나와 다르지 않겠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문자가 울린다.

"뜬구름 지원자는 면접에 합격하셨습니다. 저녁 5시에 회사 앞에서 최종 면접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늦지 않게 오시기 바랍니다. - 채용담당자 "

 

생각보다 빠르게 결과가 나왔다.

역시 소기업이다 보니 채용 프로세스도 빠르게 진행되는 건가? 아니면 일할 직원이 간절한 건가?

 

그래도 합격했다니 기분은 좋았다.

받은 면접비 3만 원으로 카페에서 케이크를 하나 주문했다.

최종 합격이 되든 말든 이것은 기운 빠지는 나를 위해 주는 조그마한 '선물' 이니깐.

 

728x90
300x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