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은 결코 자랑이 아니다.
자랑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수많은 손절을 하면서 내가 배운 것들을 '기록' 하기 위해서 용기 내어 작성해 본다
(지금 손절한 금액을 보면서 그 당시 기억들, 실수, 감정 등이 떠오르지만 실수에서 배운다면 이 또한 배움의 비용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다)
일 최대 손절 금액은 -2,100만 원이다.
최근이었는데 담보비율 부족으로 인해 수많은 고민 끝에 손절을 하였다.
손절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1. 지금 이 종목들이 최선인가?
2. 내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 중에서 가장, 정말 가장 '확실해 보이는' 종목은 무엇인가?
위 두 가지에만 집중했다.
담보비율만 140%가 유지되었다면 결코 매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 스스로가 욕심을 부린 탓에 과도한 신용을 사용하게 되었고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매도까지 하게 만들었다.
* 배울 점 : 감당 가능한 '이자'는 괜찮다. 하지만 감당 불가능한 '신용'은 금물이다.
그런데 오히려 2천만 원가량 손실을 확정하면서 마음은 편해졌다.
마치 내가 알고 있는 - 경험한 - 많은 투자 구루들이 내 앞에서 박수를 쳐주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네 녀석이 정신을 차렸구나", "손절할 줄 알았다 이 녀석아", "이번을 기회로 신용은 절대로 사용하지 말거라" 등등의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 같았다.
나는 거기에 미소로 화답했다. (상상력)
내가 손절을 도대체 얼마나 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계산할 필요 없이 스크롤을 최 하단까지 내리면 알아서 계산을 해주었다.
대략 6천만 원이 넘는다.
6천만 원이라... 비교하자면 끝도 없다. 짜장면이나 치킨 값으로 계산한다면 아마 한 달간은 우울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나는 치킨을 좋아하기 때문에 치킨을 사 먹지도 못하는 환경이 될 것 같아 자세히 계산하지는 않았다.
동시에 내가 지금까지 매매했던 종목들을 하나하나 나열해 보기 시작했다.
어느 종목은 사자마자 당일 날 매도한 종목,
또 어느 종목은 평생, 끝까지 가보자 해놓고서는 3일 만에 매도한 종목.
내가 팔자마자 2배, 3배는 오른 종목.
또 반대로 내가 끝까지 갖고 있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매도한 종목이 그다음 달 '상장폐지'가 되었다.
국내 주식 종목으로만 치면 약 4년 간 24개 종목을 매수/매도했다.
그렇다면 1년 평균으로 치면 6개 종목인 셈이다.
꽤 많았다. 혹자는 이 정도 수량은 적은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수많은 투자 서적을 읽으면서 나만의 원칙과 철학을 갖은 채로 매매에 임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과도한 숫자였다.
그리고 생각해 봤다.
과연 나는 모든 매매에 있어 나만의 원칙과 철학을 지켰는가?
대답은 '아니요'이다.
첫 주식에 입문했을 때는 철학 따위는 없었다.
단지 분할 매수, 분할 매도.
딱 이것만 지켰다. 그래서 미친 듯이 사기만 했다. 하루에 -5% 빠지는 날에도 샀고 -10% 내리는 날에도 그저 사기만 했다.
기업을 보지 않고 오로지 '주가'만 봤다. 매일 같이 물타기를 하다 보니 어느샌가 -30%, -40%가 되었다.
순간 화들짝 놀랬다. 언제 이렇게 됐는지를 생각해 보며.
그 뒤로 투자 관련 책을 미친 듯이 읽기 시작했다.
읽다 보니 주식 입문서, 가치투자, 투자의 구루, 워런 버핏, 찰리 멍거, 벤자민 그레이엄, 앙드레 코스톨라니 등 수많은 투자 전설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고작 몇 권의 책을 읽었다 해서 그들처럼 생각하고, 인내하고, 결정하고, 투자할 수는 없었다.
그저 조금 읽었다고 같잖은 지식들로 나 스스로를 최면에 빠지게 했다. 나 스스로 그들처럼 될 수 있다고.
책만 읽으면 되는데 뭐가 어렵겠냐고.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감정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때부터 감정, 심리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말이 공부지 생각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책을 읽은 것이 전부였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서 1년 전에 읽었을 때 내가 소화했던 양과 1년이 지난 뒤 읽었을 때 소화하는 양이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그 사이 나 또한 주식 매매를 하면서 이런 저런 경험을 쌓아갔기 때문이다.
그제야 실전 그리고 경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백날 투자 책을 읽는다고 해서 그가 실전 투자에서 책에서 말한 대로 할 거란 보장은 없다.
게다가 성공한 투자자들은 각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투자에 성공했다.
누구는 분산투자를 하라고 하고 또 누구는 집중투자를 하라고 한다.
또 누군가는 S&P500에 투자하라고 하고 누구는 개별종목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라고 한다.
또 다른 사람은 주가가 내릴 때 사야 한다고 하고 다른 누군가는 추세를 보며 오를 때 사야한다고 한다.
수많은 투자 방법들이 내 머릿속에서 충돌하기 시작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매매하는 그 순간 그 사람을 떠올리며 '옳은 결정'이라고 수 없이 되새기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모든 시도를 한 끝에 내린 결론 한 가지는 아래와 같다.
"안전 마진이 확보된 상태에서만 매매한다"
바로 이것이었다. 너무 간단한 거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주식은 우리가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기업이 가치는 현재, 미래 정도는 어렴풋이 예측할 수 있다.
여러 가지 것들을 조합해 보면 말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안전 마진' 즉 현재 주가가 가치에 비해 월등히 저렴한지, 아닌지에 따라 최종 결정이 나게 된다.
이 안전 마진 가격에 매수하기 위해서는 정말 인내심이 필요하다. 워런 버핏이 말한 자신이 좋아하는,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받았을 때 배트를 휘두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수든 아니면 상대편 선수들이 실수 비슷한 걸 저질러야만 한다.
그때 나에게 기회가 온다.
* 배울 점 : 주식 매수의 최종 결정은 '안전 마진'이 확보되었느냐이다.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내린 결론이 모두가 아는 내용이라 싱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안전 마진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투자를 오래 하다 보면 수익보다는 손해를 얼마나 적게 보느냐가 중요하다.
아마 주식 투자 1-2년만 해보면 느낌이 올 것이다. (상승장 말고)
주식은 정말 생각한 것보다 오르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가격까지 내리기도 한다.
이 매일 같은 등락에서 감정을 보호하고 나만의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안전 마진이라는 안전장치가 필요한 셈이다.
옆에 사람이 아무리 운전을 험학하게 한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다.
그 외에 아무리 옆사람에게 조심하라고 외친다 한들 그 사람이 변할 일은 없다. (오버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안전 운전'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은 내버려 둬야 한다.
주식 시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최대한 저렴하게, 싸게, 안전하게 해당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다.
설상 그 기업이 최악의 상황에 빠진다 하여도 내 손실은 극히 적을 것이다.
(대부분은 최악의 손실을 경험하겠지만)
주식은 최고의 순간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순간'을 상상하고 그 순간에도 내가 버틸 수 있는지 내 판단을 믿을 수 있고 인내할 수 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돈을 잃으면서 배운 나만의 경험을 정리해 보겠다.
1. 과도한 신용을 쓰지 않는다. = 감정에 이끌린 투자 = 약점을 보인채로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 = 잠을 제대로 못 잔다 = 하루하루 등락에 과도한 신경 집중 = 나만의 투자 원칙, 철학을 지킬 수 없다 = 단기간에 고수익을 벌고 싶은 마음 = 단기적 투자 = 투기꾼(거래자) = 실패의 전조 = 인생파탄 = 근거 없는 낙관 = 무대응 투자자
2. 안전 마진이 충분히 확보된 종목만 매수한다. = 돈을 잃지 않는다.(최소화한다) = 고위험 저불확실성 종목 = 소외된 종목 = 미래가 암울 = 투자자의 인내심을 바닥 친 종목으로 해석 가능.
이 글을 또 읽지 않기를 바라본다.
나의 투자 실수.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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