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뜬구름홍입니다.
최근에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 1편 리뷰를 마쳤는데요.
금세 2편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2편은 1편과 이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다른 인물 2명이 주인공이 되어 그들의 시점으로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무엇보다 저자가 본 책을 썼던 가장 큰 이유는 '회사에서 발생하는 부조리와 낡은 기업 문화를 비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책을 읽다 보니 저 또한...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13여 년 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책에서 나온 모든 사건 사고를? 겪었었기에... 참 지금 제 상황이 기쁘기도 하면서 그 당시 제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뭐, 힘들지 않고 오르는 산이 없듯이 인생이란 사이클도 결국은 언젠가 힘이 들 때가 생기더군요. 다만 그 힘든 시기를 어떻게 잘~ 극복했는지에 따라 미래의 모습이 바뀌는 건 당연하겠죠.
저는 운이 좋게도 매 순간 아무리 힘들어도 긍정적인 생각을 잃지 않았답니다. 또한 남을 믿기보다는 오로지 저 자신을 믿고 모르는 점에 대해서는 도서관에 들어가 한참을 책을 읽으며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었습니다.
물론 책에서 나온 말들이 전부 정답은 아니지만 제가 바라는 '정답'을 찾기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해준 것은 분명합니다.
자, 그럼 2편 바로 보시죠!
(책 속에서)
상무는 참석한 사람들을 한 명씩 둘러보며 이야기한다.
“아시겠지만 부장, 차장, 과장 이런 직급이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우리 회사도 직급을 없애고 하나로 합칠 예정입니다. 자세한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차후에 논의를 거쳐서 정할 예정입니다. 최 부장은 어떻게 생각해요?”
“부장, 과장 같은 직급은 계급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몇 년 근무했다, 이 정도만 알려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봅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이번 권 사원의 솔직하고 깔끔한 자료가 좋은 출발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중략)
“아…… 과장님 말 들으니까 결혼하면 안 될 것 같아요.”
“하하.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 평생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남녀가 만났으니 서로 다른 게 당연해. 문제는 자신만 옳다고 생각할 때야. 불행의 시작이지. 나도 상대방도 어느 정도 이기적이라는 걸 인정하고, 서로 맞춰가는 게 중요한 거 같아.”
(중략)
너무 많은 생각이 휘몰아친다.
뭐가 잘못된 거지. 누가 잘못한 거지.
자꾸 곱씹는다. 결론 없는 질문들만 맴돈다.
이제야 조금 알겠다. 연애를 할 때는 사랑의 결실이 결혼인 것 같지만, 실제로 그 결혼은 사랑에 현실이 더해진 시작점이다. 마치 취업준비생들한테는 취업이 모든 게 끝인 것 같지만, 혹독하면서 허무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중략)
배경음악처럼 텔레비전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래도 집 안이 너무 조용하게 느껴진다. 현관에 있는 새 신발과 소파 위에 있는 새 코트를 본다. 분명히 한 시간 전에 샀는데 오래전부터 있던 것 같다.
전에는 쇼핑을 하면 여운이 며칠은 갔었는데 요즘은 몇 시간도 안 간다. 그래도 쇼핑할 때만큼은 행복했다.
(중략)
그런데 전부터 알던 친구들이 잘나가는 모습을 보면 가끔 자괴감이 든다.
나는 그대로인데 친구들은 앞서가는 듯 보이니 나는 상대적으로 불행해 보인다.
그들의 행복은 곧 나의 불행이다.
그들은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그들은 저렇게 친구들이 많은데 나는 왜 친구가 없을까.
그들은 저렇게 몸매가 좋은데 나는 왜 축 쳐진 살들뿐일까.
그들은 저렇게 다 성공했는데 나는 왜 그저 뚜벅이 회사원일까.
그저 상대적일 뿐인데 기분이 좋지 않다.
이런 감정이 어느 때부터인가 힘들어져 권 사원은 SNS 보는 것을 접었다.
(중략)
“요즘에 카푸어니 욜로니 하면서 돈 막 쓰고 자랑하는 사람들 보면 마치 궁지에 몰린 생쥐가 허우적거리는 것 같아.”
정 대리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인생은 한 번뿐이잖아요. 화끈하게 살아야죠.”
“인생은 한 번뿐이라고? 잘 들어, 정 대리. 죽는 순간이 단 한 번뿐이지 우리 인생은 매일매일이야.”
(중략)
회사 그만두고 셔터맨을 할지 고민한다.
남자들의 꿈인 셔터맨.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중략)
정 대리는 비트코인 앱을 연다. 꽤 오른 비트코인을 다 팔고 다른 코인으로 갈아탔는데 반토막이 나 있다. 말 그대로 물렸다. 마지막 대박, 인생을 한 번에 뒤집을 꿈이 사라졌다. 어차피 없어도 그만인 돈이라고 억지로 자기 위로를 한다.
(중략)
“남자친구가 집값이 떨어지면 산다고 했다면서? 집값이 떨어지는 건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야. 그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저 바라는 거잖아.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돈을 벌어서 사겠다’라고 하겠지.
권 사원의 남자친구가 집값이 떨어지면 산다는 말은 그저 현실을 부정하고 피하는 거나 다름 없는 것처럼 들렸어. 왜냐하면 자신의 노력으로 떨어뜨릴 수는 없는 거거든. 물론 정말로 신중하게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말이야.”
(중략)
눈물이 눈앞에 맺힌다. 눈앞의 키보드, 모니터, 마우스가 팔레트 위에 짜놓은 물감을 한 데 섞은 것 마냥 마구 엉켜 뿌옇게 보인다.
참자, 참자.
회사에서 울기는 싫다. 꼭 나의 억울함과 그동안의 노력을 알아달라는 것만 같아서 싫다. 울음을 참으려니 숨쉬기가 불편하다. 집에서 울 것이다. 남에게 내가 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중략)
회사에 도착한다. 사원증을 찍자 게이트가 열린다. 취업 준비 중인 친구들은 목에 걸고 다니는 이 하얀 플라스틱 사원증을 부러워한다.
권 사원도 한때는 부러워했었다.
나는 어디 소속이요, 나는 백수가 아니라는 인증표이기도 하니까.
요즘은 목에 걸린 사원증이 목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스스로가 회사에서 돈을 받는 대신 청춘을 바치는 노예처럼 생각될 때도 있다. 그래서 가끔은 숨이 막힌다.
(중략)
내가 회사에 바라는 것은 뭘까.
대단한 게 아니다. 나를 뛰어난 사람으로 봐주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절차와 공정한 평가를 바랄 뿐이다.
(중략)
모르겠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내가 이까짓 진급 누락을 가지고 크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미 결정되어 뒤엎을 수도 없는 일에, 별로 뒤엎을 가치도 없는 일에 이토록 감정을 소모하고 있는 내 자신이 더 안타깝다.
(중략)
“세월 진짜 빠르지. 상무님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셔. 직급이 올라가도 늘 한결같으신 분이야. 오랫동안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배운 것 같아. 줄 서는 데 목을 매는 사람들은 결국 중도 하차하게 돼 있어. 그리고 임원이 대단히 특출한 사람들이 되는 건 아닌 거 같아.
꾸준히 자기 업무 열심히 하면서 본보기가 되고 동료, 선후배들과 그때그때 과제들을 잘 풀어가는 사람이 결국 되는 게 아닐까 싶네. 다른 회사는 정치 잘하는 사람들이 임원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우리 회사는 지금의 상무님이 그걸 좀 바꿔놓으신 것 같아.”
(중략)
이런 것들을 만회하기 위해 나는 카드를 쓰고 있었던가? 명품들을 사고 있었던가?
남들보다 행복하지 못해 행복하지 않다.
나의 행복을 보여주지 못해 행복하지 않다.
나의 행복을 아무도 알아주지 못해 행복하지 않다.
행복이 뭐지? 행복은 어디에 있는 거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1편의 내용은 김 부장이 희망퇴직하면서 정신 차리는 모습을 보며 뭔가 통쾌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감정이 들었는데, 2편은 제 이야기가 같은 느낌이 들어... 뭔가 기분이 개운하지는 않았습니다.
나름 읽으면서 '그래도 해피엔딩으로 끝나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파혼에 신용불량자에 진급 누락 등등을 보면서 송희구 작가님이 참 사실적으로 글을 썼구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작가의 경험이 묻어난 책입니다)
가장 공감 갔던 부분은 바로 명품 옷을 좋아하는 '정 대리' 캐릭터였습니다. 저 또한 26살쯤인가요? 월급을 받으면 꼭 명품 옷을 하나씩 사곤 했습니다.
가장 제 눈 길을 끌었던 것은 바로 '스톤 아일랜드' 옷 이었죠. 마크를 탈부착할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를 보여주고 싶을 때는 브랜드 로고를 부착하고 그러지 않을 때는 떼고 다니면서 뭔가 꾸안꾸?(꾸민 듯 꾸미지 않은) 느낌으로 조용히 명품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옷이 많아지며 스톤 아일랜드 그 비싼 옷들이 옷걸이 한 동안 걸어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예전에는 하나만 있어서 그런지 매일 같이 입으면서 비싼 돈 준 보람을? 느꼈던 때가 있었는데 말이죠.
지금은 어떻냐고요? 과거에 꼭 갖고 싶었던 몇몇 제품 말고는 더 이상 구매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당연히 디자인도 좋고 가격도 좋으며 실용성도 있는 제품이 출시되면 고민하겠지만 스톤 아일랜드 옷은 특별히? 새로운 디자인이 잘 나오는 것 같지 않더군요. (그래서 세월이 지나도 명품이라는 말을 듣는 건가?)
그 당시보다 훨씬 돈도 마음도 정신과 육체도 넓어진 지금, 반대로 명품은 제게 점점 줄어들고 있는 아이러니한 기분이 드는 요즘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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