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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 증권 반세기 : 강성진 회고록 - Part.1 (f. 국내 증권 시장의 시초. 그때도 투기는 존재했다)

뜬구름홍 2025. 1. 2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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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안녕하세요. 뜬구름홍입니다.

 

강성진 님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증권시장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하더군요.

 

많이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세계(미국) 증권 시장의 역사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익히 알게 되었지만 - 네덜란드 증권 시초 등 - 국내 증권 시장의 역사는? 거의 지식이 없었더랬죠.

 

회고록이라는 단어 때문에 다소 따분한 책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하루 만에 다 읽을 정도로 가볍고 굵직한 에피소드 중심으로 적혀있어서 재밌기까지 했습니다.

 

책도 그리 두껍지 않고, 1900년대 초~2000년대 초의 국내 증권시장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게다가 반세기동안 국내 증권 시장에서 경험한 저자의 '투자 잘하는 사람의 특징' 그리고 '투자 철학' '증권의 의미' 등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저 스스로의 투자 철학도 더욱 강화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럼 바로 보시죠!

 

내용이 많아 2개로 나눠 올립니다.

 

- Part.1

 

(책 속에서)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나는 단 한순간도 이 철칙을 잊은 적이 없다. 사실 증권시장만큼 이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곳도 없다.

주식이 됐든 채권이 됐든 모든 유가증권 거래는 그 매매계약이 최종 결제일에 약속한 대로 이행될 것을 믿고 거래하는 것이다.

만일 거래 상대방이 이행하지 못하면 거래소가 대신 이행해야 한다. 이런 신뢰가 깨지면 거래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중략)

다시 말하지만 주가란 기본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고, 증권 시세는 원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시장의 대세는 일단 기울면 무엇으로도 그 흐름을 막아낼 수 없다.

(중략)

그러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당시 대증주 주가는 매일 급등했기 때문에 일단 청약해서 주식만 받으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무렵 증권가는 투기 광풍에 휩싸여 있었다.

(중략)

강성원 씨를 비롯한 당시 중앙정보부 사람들은 증권의 증자도 모르면서 윤 씨의 신기루 같은 공언을 믿었던 것이다. 혁명을 했으니 정치자금 조달 방식도 혁명적으로 바꿔보겠다는 게 그 사람들 생각이었지만 증권시장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그들은 윤 씨를 통해 적지 않은 돈을 가져갔겠지만 혁명정부의 도덕성은 이로써 치명상을 입었다.

내가 보기에는 중앙정보부 사람들도 결국 이용만 당한 꼴이 됐다.

(중략)

남은 것은 결국 파동이 전해주는 교훈뿐이다. 윤 씨처럼 허황된 꿈을 꾼 사람들, 유혹을 이기지 못한 대중들, 시장을 이용해 손쉽게 정치자금을 모으려 했던 군인들, 모두가 그 대가를 치렀다.

이 점을 잊는다면 파동은 언제든 되풀이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5월 파동의 교훈이다.

(중략)

그러나 증권업계를 떠나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컸다. 고행길을 걷듯 갖은 고초를 다 겪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식으로 증권시장을 떠날 수는 없었다.

고민 끝에 새로운 각오로 증권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증권의 증자만 들어도 지겨우니 다른 일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하던 아내도 내 결심을 듣더니 오히려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중략)

그러나 지금 되돌아보면 이것이 최 사장에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든다. 최 사장은 1985년에 65세라는 아까운 나이로 신장병이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대한통운을 인수하자 곧바로 전국의 모든 지점을 한 군데도 빠뜨리지 않고 다 돌아다녔는데, 아마도 이게 지병을 악화시킨 게 아닌가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기업인의 운명이란 그렇게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다니다 끝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중략)

증권시장도 이 두 가지 기능에 따라 구분할 수 있는데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이다. 발행시장은 정부나 기업이 채권과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1차 시장이고, 유통시장은 이렇게 발행된 채권과 주식이 투자자들 간에 매매되는 2차 시장이다.

그런데 19050년대와 60년대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사실상 유통시장이 전부나 마찬가지였고 발행시장은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략)

그래서 내가 사장으로서 삼보증권 직원들에게 늘 당부했던 말이 있다. 
“증권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금전의 유혹을 받기가 쉬운데, 이게 바로 제일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엉뚱한 생각을 완전히 씻어내기 전에는 스스로 증권업계에 몸담을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한다. 긴업 자금 조달의 일익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견뎌내기 힘든 일이다.”

(중략)

하지만 그 한 건 한 건이 성사되기까지는 지난한 설득 과정이 숨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기업 사주들은 공개를 하면 자기 회사를 빼앗기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 어리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기업과는 무관한 사람들이 주주로 등장해 경영에 간섭할 수 있고, 회사 내부에서만 보았던 재무제표나 각종 경영 지표를 외부에 공개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꽤나 공을 들여야 했는데, 삼보증권의 기업 공개 실적은 그렇게 해서 겨우 이뤄낸 성과였다.

(중략)

투자의 3원칙이라고 하면 수익성과 안전성, 환금성을 가리킨다. 투자자라면 모름지기 이 세 가지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사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우량주는 장기적으로 수익성과 안전성은 어느 정도 확보돼 있다. 그러나 환금성이 떨어진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 밖에 기대할 수 없다.

발행시장이 아무리 커지고 많은 우량기업이 새로 주식시장에 상장된다 해도 환금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다.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은 자동차의 앞뒤바퀴와 같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호보완 관계인 것이다.

게다가 유통시장이 성장하지 않으면 주가 조작 같은 시세조종 행위가 판을 칠 수 있다.
1960년대 각종 파동과 책동전이 가능했던 근본 원인도 따지고 보면 유통시장이 워낙 작았기 때문이다.

*책동 전(작전)이란? 좋지 아니한 일을 몰래 꾸미어 시행함. (네이버) 요즘 말로는 ‘작전’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책 한 권으로 국내 증권 시장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증권 시장이 참으로 열악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대부분 증권주, 은행주가 처음 상장되면서 투기의 끝을 달렸었다니. 게다가 그 당시에도 공모주 열풍이 불어 기업의 가치보다 약 3000% 오른 상태에서도 사람들이 열광했었다는 점이 현재의 주식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네요.

 

책 중반부까지는 역사와 굵직한 증권가 이슈를 경험했고 후반부부터 저자가 설립한 삼보증권의 태동 그리고 증권사의 역할, 투자 잘하는 사람의 특징, 투자자 마인드, 투자 철학, 욕심을 버리는 것. 

 

마지막으로 저자가 자녀 학교 졸업식도 못 갈 정도로 주식 시장에 매진했다는 일화, 하루하루 주가 등락에 예민했던 시절. 그리고 그랬던 자신을 많이 후회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 또한 매일 주가 등락에 마음이 움직입니다. 그러려고 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움직이게 되더군요. 사람이니깐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마음 가짐을 최대한 갈고닦아보려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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