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6.16부터 운동일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운동 전, 중, 후 마음가짐 등에 대한 개인적인 내용입니다.
- 운동 종류 : 달리기
- 거리 : 7.6km
- 느낀 점 : 잠을 넉넉히 자서 그런지 -6시간 이상- 오전 7시 30분쯤 개운하게 일어났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후 달리기를 나섰다. 오늘은 어디까지 가볼까. 아침부터 발걸음이 가볍다.
첫 번째 횡단보도가 있는 지점에 다다랐다. 약 50m 즘에서 파란불이 깜빡깜빡거리기 시작한다. 과연 건널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머릿속에 붙잡은 채 속도를 내본다. 횡단보도를 다 건널 때쯤 흩날리던 파란불이 고지식한 빨간불로 변해버린다.
마치 파란불은 이세상에 없는 색깔인 것 마냥. 빨간불만 세상에 존재하는 것 마냥.
초반부터 속도를 내다보니 금세 지쳐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와 동일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2km 지점에 다다랐다. 호수를 거닐지 아니면 기존 5-6km 코스로 만족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어제 6km 남짓 달렸으니 오늘은 조금 더 달려보기로 결심했다. 2개의 횡단보도가 오늘 코스에 추가되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호숫가 언덕에 진입했다. 이 언덕은 내가 달리는 코스 중에서 가장 가파른 언덕이다. 하지만 길이는 20m 남짓해서 숨 참고도 단숨에 올라갈 수 있는 거리이다.
언덕을 넘어서니 드디어 호수와 알록달록한 꽃들이 나를 반긴다.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라도 오늘은 1바퀴가 아닌 2바퀴를 달려봐야겠다.
몇 번을 와본 곳이지만 실제 이 호수 둘레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른다. 대략 300-400m 정도 될까? 아니면 그보다 짧을까? 400m 가 안될 것은 확실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출발점부터 거리를 측정해본다. 코스 바닥은 푹신한 초록색 재질로 되어 있다. 물을 잘 흡수하는 매트 같다. 중간에 물이 살짝 고여있었는데 밟으니 찰싹하는 소리를 내뿜었다. 미끄럽지는 않았다. 꽤 괜찮은 느낌이었다.
한 바퀴를 돌고 코스 거리를 확인해 보니 560m였다. 아뿔싸. 난 400m도 안될 거라고 확신에 차있었는데 그것보다 30%나 차이가 나다니. 이래서 확증편향이 무서운 건가 보다. 문득 내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들이 생각났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고 해서 샀는데 지하실 밑에 땅굴이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을 거라 해서 팔았는데 30% 이상은 오른 주식들이 수두룩 빽빽하다.
혹시나 지금 보유하고 있는 주식들도 괜한 나의 확증편향의 결과는 아닐까? 오늘은 온전히 내가 산 기업에 대해 다시 한번 공부해 봐야겠다.
호수를 두 바퀴 돌고 나니 1km가 금세 채워졌다. 마치 게임 중 보너스 맵에서 다량의 점수를 손쉽게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역시나 가볍다. 중간에 20대 또래로 보이는 남자 4명이서 언덕길을 전력질주 하고 다시 내려가 올라오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는 것 같다. 중간에 살이 찐 남자가 있는 걸로 봤을 때 다 같이 다이어트 겸 체력향상을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것 같다.
참 보기 좋은 광경이다. 나도 같이 껴서 운동을 하고 싶지만 나이가 너무 많다. 아니 얼굴 생김새가 너무 나이 들어 보인다. 거뭇거뭇한 피부와 듬성듬성 난 머리카락 그리고 쐐기를 박는 이도저도 아닌 턱수염.
어차피 함께 할 수 없는 거. 나의 행복했던 20대 시절을 생각해 본다. 생각이 꼬리를 물어 중학교 시절까지 내려갔다. 당시 나의 단짝친구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간간이 연락되는 친구들도 있지만 연락은 짧고 굵게 한다. 그 이상은 하지 않는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어차피 다들 바쁘게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마지막 코스 언덕에 다다랐다. 오늘은 왠지 신기록을 세울 것 같다. 조만간 호수를 한 바퀴 더 돌아서 8km를 달성해야겠다.
내일은 실내 자전거를 탈지 달리기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봐야겠다.
아참, 혹시나 내게 왜 이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먼저 답해본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같이 10km 이상 달리기를 뛰는 것에 대해 누군가에게 "왜 이렇게 열심히 운동합니까?"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한 하루키의 답변은 나는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내가 생각한 것과 똑같은 말을 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이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 비하면 매일 달리기를 뛰는 것은 하나도 힘이 들지 않습니다."라고.
나도 그렇다. 회사를 다닐 때는 6시에 일어나서 30-40분 달리기를 뛰고 헐레벌떡 샤워와 아침을 먹고 부랴부랴 지하철역으로 뛰어가 출근을 했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거리를 원하는 페이스를 달리기를 뛸 수 있고 집에 와서는 시원하고 여유 있게 샤워를 하고 내가 먹고 싶은 아침밥을 넉넉히 그리고 천천히 먹을 수 있다.
출퇴근하던 시절에 비하면 이토록 행복할 수가 있을까?
그러니 내게 '왜 운동을 매일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안 할 이유가 없잖아요.'라고 답할 것 같다.
(물론 내게 이런 질문을 할 사람은 없겠지만 말이다.)
오늘의 운동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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