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간이 꽤나 많다.
역시나 회사를 가지 않는 하루 24시간은 정말 무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시간 같다.
마치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
여하튼 회사 다닐 때처럼 1분 1초를 신경 쓰고 조금이라도 내 계획에 틀어지면 화를 냈던 습관들이 이젠 내 안에 있었나 싶을 정도로 무뎌졌다.
솔직히 말하면 시간에 대한 과거의 신경이 이젠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워낙 유명한 책이기도 하고 해서 무려 1년 전에 읽어보려고 새책을 구매했었던 '상실의 시대 (원작 노르웨이 숲)'를 어제 부로 전부 읽었다.
처음에 읽을 때는 뭐 나쁘지 않은 전개인데, 뒷부분이 궁금해지는데? 하는 보통의 소설책과 크게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주인공(=하루키)과 둘러싸인 연인(그리고 반쪽 연인들)들과의 관계가 적나라하게 쓰이는 것을 읽으면서 순간 멈칫하기도 했다. 동시에 부끄러움과 수줍은 상상을 동원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20대 때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의 느낌과(누나가 책을 사서 책장에 끼어놓은 걸 조금 읽기는 했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읽을 때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
20대 때의 나는 책에서 나오는 여느 20살 초반처럼 세상을 전혀 알지도 못했을뿐더러 특히나 연애에 있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뭐 학창 시절 연애를 해봤다고 하지만 전혀 제대로 된 연애는 아니었다.
꼭 친구들 등쌀에 어쩔 수 없이 고백을 하고 잠시 사귀면서 22일(투투)에 친구들에게 돈을 받아 그걸로 매점에서 이것저것 샀던 기억이 전부이다.
당연히 첫사랑도 - 제대로 말하자면 짝사랑 - 있었지만 역시나 잘 되지는 않았다.
다만 그러한 애틋한 감정을 겪으면서 조금씩 성장해오지 않았나 싶다. 결국 과거의 행적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에.
상실의 시대는 개인적으로 10대, 20대 때 읽기보다는 어느 정도 이성과의 관계를 가져보고 쉴 새 없이 술도 마셔보면서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며 자신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싶을 때, 읽으면 참 좋은 책 같다.
그러한 경험이 없이 읽게 된다면 딱히 책의 진면목을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너무 상스러운 문장도 있고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도 있기에...)
만약 경험을 얻기 전에 꼭 읽어보고 싶다면 성에 대한 마음을 활짝 열어젖히고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특히나 한국 사회에서 자라 온 우리에게는... 일본도 성에 관해 열려있다고 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글쎄?
충분한 이성 관계를 가진 사람에게는 좋은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책이고,
대부분 솔로로 지내온 사람에게는 연애 감정이 이런 거구나, 연애를 통해 단순히 이성의 생각을 아는 것뿐만 아니라 나 또한 발전해 나가고 더 깊이 있게 나를 탐구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몇 번을 다시 읽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만큼 나에게 임팩트가 강했다.
마치 과거의 20대 중반 한창 밤새도록 술 먹고 놀며 이것저것 입으로 배설했던 당시의 내 모습이 너무나도 생각났기 때문에...
이 책을 토대로 다음 책은 그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읽어봐야겠다.
(무려 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니... 하지만 괜찮다. 상실의 시대도 3일 만에 다 읽었으니... 특히나 나같이 시간이 많은 사람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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