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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 아프기만 한 어른이 되기 싫어서 : 강인식 (f. 읽으며 마음의 눈물을 쏟다...)

뜬구름홍 2024. 8. 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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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뜬구름홍입니다.

 

간혹 이런 경험 있지 않나요? 

 

정말 별 기대 없이 봤던 영화 중에 '인생 영화'를 찾았다거나,

구석에 먼지 쌓인 채로 있던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꾸게 해 줬다' 거나.

 

저 또한 이런 경험을 여러번 해봤습니다.

특히 갈림길에서 말이죠. 지금도 호기심 가득한 저는 낯선 곳을 가면 두려움 없이 그 길의 끝까지 가보는 편입니다.

궁금한 건 참을 수 없는 성격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대한민국 아래에서 낯선 곳을 간다 한들 죽기나 하겠습니까?

 

본 책이 저에게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청소년 추천서적에서 두 권의 책이 있길래 깨끗한 걸로 골라서 대략적인 이야기를 읽어봤습니다.

 

이거 이거, 내가 좋아하는 반지의 제왕에다가 아픈 소년의 이야기(혈우병) 거기다가 서울대 입학이라니...

 

이런 타이틀을 보고서도 이 책을 읽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조금 늦은 후기지만 보석 같은 책을 발견했다는 것에 위로를 삼아봅니다.

 

바로 보시죠!

 

(책 속에서)

 

김준범 교수와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와 김 교수가 똑같이 감탄한 것이 있다. 그것은 현묵의 긍정적 사고 그리고 놀라울 정도의 단순함, 바로 낙천성이었다. 인간이 가장 스트레스받는 경우를 실험을 통해 측정한 연구가 있었다. 결과는 바로 '망설일 때'였다. 망설이면서 선택하지 못하고 결국 행동하지 못하는 경우, 이것이 인간이 직면한 가장 큰 스트레스 상황이라는 설명이었다.

 

(중략)

 

"저는 어릴 때부터 아픔의 정도를 네 가지로 나눴어요. 1단계는 아프지만 일상이 지장이 없는 정도, 2단계는 욱신거려서 불편해 진통제를 먹어야 하는 정도, 3단계는 아픔을 견디기 위해 숨을 잠깐 멈춰야 하는 정도 - 숨을 잠시 참는 것은 현묵이 고통을 타고 넘는 하나의 방법이다-, 4단계는 큰 소리로 비명이 터져 나오는 정도예요."

 

(중략)

 

엄마는 사색이 됐다.

 

"번역, 그거 해야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데 입시 끝나고 탈고한다고 출판사 사람들에게 말하면 안 될까?"

 

"싫은데."

 

"왜?"

 

"이게 중요하니까."

 

엄마는 더 따지지 않았다. 현묵은 번역 계약을 하기로 결정할 때 "입시는 전혀 변수가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고졸 검정고시도 봐야 하고 수능도 치러야 하는데 큰일 났다? 그런 생각은 전혀 안 들었어요. 수능 따윈 사실 어떻게 돼도 상관없었어요. 대입을 준비한다는 건 진로를 고민한다는 거고, 어떤 인생설계를 한다는 의미였는데, 주야장천 방구석에만 있던 내게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겠어요. 무려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국내 최초의 번역가가 되는 기적 같은 일이 저에게 벌어졌는데요. 정말 행복했어요."

 

(중략)

 

" (중략) 어떤 책을 읽었는데, 이런 말이 있는 거예요. '가고 싶다고 하지 마라. 넌 이미 거기 가 있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사실 전 이런 종류의 잠언서를 무척 싫어하는데, 신기하게도 그 말이 제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 놨어요.

 

(중략)

 

강 : (중략) 교수님은 현묵이가 기록한 것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김 : 삶에 대한 강한 애착과 남다른 지적 능력을 봤습니다.

 

강 : 현묵이는 의학계에서도 굉장히 이례적인 경우로 꼽힌다고 들었습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치료 계획을 세우셨는지요?

 

김 : 미국 유학 시절 유전질환을 전공했습니다. 당시 혈우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이 목표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의료인으로서의 신약을 개발하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주어진 상황에서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호전시키는 일입니다.

(중략)

강 :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지요.

 

김 : 어떤 처방을 해도 출혈이 계속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마음이 답답해지더군요. '정말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나' 이런 생각까지 들었어요. (중략) 그런 현묵이를 보고 제가 "안 아프냐?"라고 물었더니, 해맑게 웃으면서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는 거예요.

 

순간 정신이 바짝 들었어요. '천진난만한 이 아이가 이렇게 버티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중략)

 

그러므로 그날의 검정고시는 현묵에게 어떤 자유였다. 자유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낀 날이었다. 그것은 시험보다 훨씬 소중한 가르침이었다.

 

(중략)

 

김 교수의 추천서는 확신으로 가득했다. "박 군이 보여 준 지혜와 성실함, 그리고 그의 용기는 본 추천인이 경험한 많은 인연을 통틀어 가장 위대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한 사례입니다." 나는 이 표현이 너무나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에게 추천서를 써 줘야 하는 학교 선생님은 이런 최상급 표현을 쓰지 못한다. 지금까지 추천서를 써 줬던 뛰어난 학생들과, 앞으로 써 줘야 할 학생들을 생각하면 이런 표현, 이런 확신은 나오기 힘들다.

 

이런 최상급 표현은 추천서를 '단 한 번'쓴 사람에게서나 나올 법한 확신이었다.

 

(중략)

 

"장애로 날 규정하고 싶진 않아요. 장애로 나의 10대를 모두 정의하고 싶진 않아요. 장애 때문에 내가 무엇을 못한 적은 없다고 생각해요. 못했다면 그건 나태함 때문이었죠."

 

(중략)

 

2021년 2월쯤 현묵에 대한 제보를 우연히 받았다. '심각한 난치병을 앓았고 중, 고등학교도 나오지 못했다. 10대의 대부분을 침대에서 보냈다. 그러다 신약을 만나 기적처럼 다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 '반지의 제왕' 등 톨킨의 세계를 탐닉하는 청년이며, 아직 번역되지 않은 원서의 오류를 찾아내 영국 출판사에 연락했고 기어코 고쳐 냈다. 면접관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이 정도가 제보의 내용이었다. 혈우병으로 인해 지체 장애가 남아있는 지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처음엔 걸을 수는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름도 나이도, 심지어 성별도 몰랐다.

 

(중략)

 

앞서 프롤로그와 1장에서, 현묵이 서울대에 제출한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를 있는 그대로 소개했다. 자기소개서는 계속 현묵에게 물었다.

 

"당신은 고등학교 때 무엇을 했습니까?"

 

"당신의 고등학교 생활은 서울대에 들어오기에 충분한 것입니까?"

 

하지만 현묵은 단 하루도 중, 고등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현묵은 10대의 대부분을 침대에서 보냈다. 초등학교 졸업 후 현묵은 학교에서 집으로, 거실에서 방으로, 방에서 침대로 계속 추방당했다. 육체는 그 기능을 거의 잃어 갔다.

 

난치병으로 인해 침대에 갇혀 버린 현묵의 10대는 입시에 아무 소용이 없던 시절일까? 아니 그 정반대였다. 오히려 그때의 기록은 서울대 면접관 교수들을 압도했다.

 


더 깊은 이야기는 책을 직접 읽어보실 것을 강력 추천드립니다!

(어머니와의 대화, 가족들의 희생, 현묵 군의 낙천성 이 모든 걸 요약으로 담기에는... 제 그릇이 너무나 작습니다 ㅠㅠ)

 

별 기대 없이 펼쳤던 흔하디 흔한? 청소년 추천 서적을 읽고서는 이 나이 먹고 마음의 눈물을 흘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책을 읽다 보면 지금 걸을 수 있고 자유가 있고 아프지 않은 지금 제 자신이 얼마나 축복인지 알 수 있습니다.

 

더더욱이 어렸을 적부터 혈우병으로 인해 고통받았던 현묵 군을 보면 크게 아프지 않고 잘 성장하게 도와준 부모님과 가족들 그리고 주변 지인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허나 저 또한 현묵 군을 보면서 육체가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지만 아무리 건강한다 한들 정신이 피폐하다면 그건 건강한 것이 오히려 독약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제가 처한 현실에 만족하고 건강이 최우선이면서 운 좋게 건강한 육체를 가지고 있다면 건강한 정신을 깃들게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의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서 현묵 군에게 존경과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저자 분께도 이런 책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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