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선물

13화 - 퇴사 선물(f. 퇴사 후 알게 된 회사의 비밀+선물)

뜬구름홍 2022. 4. 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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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뜬구름 홍입니다.

저는 퇴사만 4번 하였고 5번의 이직을 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퇴사를 하면서 회사로부터 얻은 저만의 '비밀'을 소설 +@픽션을 가미하여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마냥 회사 생활이 인생에 있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모두가 만족할 회사는 없지만 누구나 다녔던 또는 다니고 있는 회사가 준 선물을 받았을 겁니다. 그럼 그 선물이자 비밀을 재밌게 작성해보겠습니다.

13화 - 퇴사 선물(f. 퇴사 후 알게 된 회사의 비밀+선물)

그들 책상 위에 놓여있는 책 - '보고서 잘 쓰는 법'

 

여러 명의 상사와 업무를 했지만,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상사가 있다.

 

누구보다 일찍 사무실에 출근하고 언제 퇴근하는지도 모르는 마냥 마지막까지 사무실을 지키는 '그'.

 

나이는 40대 중반인데, 옆에서 본모습은 마치 30-40년간. 아니, 그냥 회사원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사람 같았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서 모니터만 응시하며 키보드 소리와 간간이 들리는 조용한 전화 목소리.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 점은.

 

회사 생활을 20년 남짓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상 한 켠에는 '보고서 잘 쓰는 법'이라는 책이 항상 놓여있었다.

 

남들처럼 단순히 먼지만 쌓이는 그런 책이 아니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넘겼다 하는 사전 같은 책이었다.

 

그의 얼굴은 입술은 한쪽이 올라가 있으며(아마 막중한 책임감 - 즉 자기가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신념 + 자기가 회사에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는 이상한 자부심 ) 얼굴은 항상 어두워보인다.

 

그렇다고 그가 술이나 담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는 영원한 회사원이기를 바랐던 것 같다.

 

오늘따라 인물 묘사를 왜 이렇게 디테일하게 하냐고?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 그렇다.

 

끝내 그는 50이 되기 전에 자진퇴사를 하였다. 그의 한 손에는 여전히 '보고서 잘 쓰는 법'이라는 책이 너덜너덜해졌음에도 마치 가보처럼 낡은 가방에 넣고서는 쓸쓸히 퇴장하였다.

 

사실 그가 퇴장한 모습도 같은 부서원임에도 나와서 인사조차 하지 않은 사람도 꽤 있었다.

 

멀리서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차라리 저 '보고서 잘 쓰는 법' 책 대신에 본인을 아끼거나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거나 취미를 갖는 책을 읽었더라면. 그래도 좀 더 본인이 원하는 회사에 속해있지 않았을까?

 

그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사고를 쳤다거나, 인간관계가 안 좋아서 자진퇴사를 한 것 이 아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서 그놈의 '책임감과 사명감'의 무게 때문에 더 이상 앉아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열심히 일할 수 있는데, 건강이 따라주지 않는. 이 어찌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하긴, 젊었을 때 그에게 아무리 운동하거나 회사 일을 줄이고 자신을 위해 시간을 써라고 백날 조언했었도. 그는 콧방귀를 뀌며 회사가, 업무가 전부라고 말했을 터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 같기도 하다.

 

그런 그를 보며 내 책상 앞에 놓인 '직장생활 팁', '엑셀 활용 방법', '글 잘 쓰는 법' 등의 시시콜콜한 책들은 전부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아, 물론 책들은 한 번씩 읽었고 충분한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딱 그뿐이었다. 

 

이제는 나와 세상에 대해 읽기로 다짐했으니깐.

 

오늘도 돈 받으며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다.

 

또 한 명의 안타까운 사연이 없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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