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뜬구름홍입니다.
조금은 재미있는 주제에 대해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 현재 상황
- 저는 직장인이지만 육아 휴직 30일 차입니다.
- 아이는 이제 30일 되는 갓 신생아 티를 벗어나는 아이입니다.
- 직장생활은 13년 차입니다. (결근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신입사원 초기에 지각은 몇 번 했지만... 그만큼 성실했다는 말?)
육아하기 vs 출근하기
직장을 다닐 때 육아 휴직을 먼저 한 선배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 분들께서 복직하면 저는 어김없이 질문을 했습니다.
"선배님 육아 휴직이 낫나요. 출근이 낫나요?"
대부분 결론을 아실 것 같습니다. 10명 중에 9명은 출근이 낫다고 하십니다. 그 이유는 뭐 다양하겠지만 - 월급, 자유, 시간, 육아 고통 등 - 돈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직장의 세계는 하나의 작은 사회입니다. 사회에는 다양한 지역, 인종, 생활방식, 환경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작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환경'입니다. 내가 어느 지역에서 근무하고 어떠한 업무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과 함께 일을 해나가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입니다. (13년 차 직장인으로서 바라볼 때 그렇습니다)
대부분 휴직을 하는 사람들의 나이는 빠르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 중반입니다. 그럼 이들은 직장에서 3~5년 차 정도 되는 시기입니다. 3년 차 이상부터는 어느 정도 직장 분위기랑 직장인으로서 갖춰야 하는 다양한 덕목을 어느 정도 익힌 연차입니다. 이 시기에는 자신이 잘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성향이 어떤지, 자신과 맞는 상사가 누구인지, 어떤 부서가 일이 괜찮고 어떤 부서는 헬인지, 근무지 이동은 어떻게 해야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 등등 대부분 아는 시기입니다.
즉, 육아 휴직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직장 내에서 어느 정도 짬이 찬 상황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육아 휴직을 1년, 2년 하라고 하면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복직 시기에 과연 내가 원하는 부서와 업무와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가? 바로 이것이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만, 대부분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육아 휴직을 머뭇거리거나 시기를 짧게 다녀오곤 합니다. 일례로 좋은 부서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는 선배를 만나 휴직 얘기를 꺼내보면 100이면 100 모두 휴직을 최대한 미루겠다고 합니다.
자신들은 현재의 상황에 매우 만족하며 9시부터 6시까지 근무하는 것에 그다지 어려움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부서는 야근은 물론이고 각종 민원과 업무 과로가 쌓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부류는 야근만 안 해도 회사 생활이 즐겁다고 외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최대한 오래 버티려 합니다. 와이프와 장모님께서 아이를 봐준다는 명목하에. 회식도 참석하면서 - 조금 눈치를 보지만 - 나름 솔로인 것 마냥 회사 생활을 잘 보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곳에 매몰되려 하는 건 아닌지. 어쩌면 다른 부서에서도 분명 장단점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너무 뜬소문을 과대 해석해서 선택권을 없애는 건 아닌지. 그로 인해 해낼 수 있다는 용기보다는 현상유지를 하면서 끊이지 않는 인사이동에 대한 걱정을 하며 사는 건 아닌지. 그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생각을 하다 보니 이렇게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반면에 육아 휴직이 너무 좋았다는 선배도 있습니다. 10명 중에 1명에 해당되는 경우인데, 이분 같은 경우는 회사 생활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직을 한다거나 회사 생활이 싫다는 건 아닙니다. 딱 필요한 만큼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회사생활을 합니다. 점심시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러 혼자 다닐 때가 많고 업무는 웬만하면 정시에 끝냅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 적이 없습니다. 사실상 회사원이 무난한 회사생활을 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업무 능력'입니다. 이것만 갖춰져도 보통 이상은 갑니다. 1등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유능한 사원이 될 필요도 없습니다.(된다면 좋겠지만요) 자신이 맡은 업무를 문제없이 끝내고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기본적인 생활 매너만 갖춰져 있다면 10년이고 30년이 지나도 별 탈이 없습니다.
참 쉽지요?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왜 육아가 더 좋은지. 10명 중 9명은 출근이 좋다는데 왜 선배만 육아를 골랐는지. 그에 대한 답은 매우 간단명료했습니다.
"보람이 있으니깐요."
이 말에 저는 무언가를 깨달았습니다. 이 분 성향은 앞서 말했다시피 회사 생활은 딱 필요한 만큼만 하십니다. 그렇다고 동료들과 거리를 두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정말 회사원으로서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회사 업무를 하면서 보람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으레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해냅니다. 특출 나지 않는 사람인 이상 시키는 업무만 과거에 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개선하면서 해나가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업무 방식의 가장 큰 적은 '보람이 없다'라는 점입니다.
육아를 하면 아이를 돌보면서 교감하며 아이의 불편을 덜어주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습니다. 인풋대비 아웃풋이 확실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아이는 권력자입니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어른들은 기가 죽습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권력이 나쁘지 않습니다. 반대로 회사에서 상급자는 권력자입니다. 그의 생각 없이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가 사람을 돌게 만듭니다. 업무 능력도 저하됩니다. 이런 무지막지한 상사는 많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최소 30% 이상은 됩니다. -13년 회사생활을 하면서 내린 빅데이터 결론입니다. 50% 이상 일지도...-
그럼 저는 어떠냐고요?
솔직히 육아에 100 점을 주고 싶습니다.
출근에도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수많은 고민들과 걱정들이 육아를 하면서 순식간에 날아가버렸습니다.
저는 생각이 많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매일 같이 글을 쓰면서 제 생각의 고통을 배설해내고 있습니다.
육아는 아이가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것들만 해주면 그만입니다.
처음에는 서투르고 낯설지만 그 패턴이 어느 정도 잡히면 세상 이것보다 편한 일이 없습니다.
게다가 작금의 시대는 육아에 대해 너무나도 관대한 세상이지 않습니까?
고작 육아 30일 해놓고 자신만만하다고 비웃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크게 되면 환경은 더 개선될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새벽에 3시간 밖에 못 자고 일어나 밥을 주는 신세지만 나중에는 7시간, 8시간을 자지 않을까요? 저는 밤에 잠만 잘 잔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혹시나 저와 같은 성향인 사람들에게 감히 조언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육아 휴직 후 뒷일은 걱정하지 마세요. 1년 생각보다 깁니다. 만약 2년을 할 경우 정말 깁니다. 3년을 할 경우 본인이 직장인이 것조차 잊을 테니깐요."
꼭 시도해 보세요. 상황이 가능하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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