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6.16부터 운동일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운동 전, 중, 후 마음가짐 등에 대한 개인적인 내용입니다.
- 운동 종류 : 저녁 달리기 (10.2)
- 거리 : 6km
- 느낀 점 : 연속 이틀 내내 달리고 있다. 사실 오늘은 쉬려고 했으나... 날씨를 보니 달리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었다. 저녁 먹기 전에 간단히 스트레칭을 한 후 달리러 나왔다.
매번 달리는 코스인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많다. 좀 더 달려가보니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무리가 운동 연습을 하고 있었다. 코치가 언덕 위에서 뒷짐을 진 채로 학생들을 바라본다. 몇 번의 구령이 나온 뒤 학생들이 2열로 서서 운동을 시작한다.
런지인데 뭔가 난생처음보는 런지였다. 다리를 스모선수처럼 높게 들어 올렸다가 땅에 붙인 뒤 무릎을 굽힌다.
지금의 나라면 무릎이 나갈 자세인데 역시 젊음은 다른가보다?
그렇게 한 명, 두 명을 살피면서 내 갈 길을 유유자적 달린다. 2-3km 를 달리다 보니 확실히 건조해진 날씨 탓인지 목이 건조해지기 시작했다.
여름에는 건조함 따위는 잊은 채 달렸는데, 가을에는 날씨가 좋은대신에 건조함이 상상 초월이다.
점심에 집 습도계를 봤더니 30% 정도였다. 순간 깜짝 놀라서 부랴부랴 가습기를 틀었다. 겨우 45%를 유지했는데 그래도 건조함은 여전히 날 따라왔다.
5-6km 지점에서 문득 '나는 언제까지 달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무릎이 다치지 않기 전까지는 달릴 듯싶다.
뭐든지 아프기 전까지는 그것의 소중함을 모르는 법이기 때문에. 마지막 죽음의 코스를 달렸다. 내리막 길을 달리다 보니 달리기 초반에 봤었던 고등학생 무리가? 여전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번 운동은 오르막 길을 전력질주하는 단계인 듯싶다. 그래서 나도 내리막 길을 천천히 내려간 뒤 오르막 길을 - 그들과 함께 훈련하는 마냥 ㅎㅎ - 전력질주를 하였다.
역시 옆에서 보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평상시보다 더 빠르고 더 거칠게 오르막 길을 달렸다.
아직 살아있나 보다. 하긴 누가 억지로 시켜서 달리는 학생들과 내가 자발적으로 좋아서 달리는 사람과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학생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코치는 쌀쌀한 날씨 탓에 뒤꿈치를 올렸다가 내렸다 하면서 몸의 체온을 유지하고 있는 듯싶었다. 참... 세상은 자발적으로 사는 사람보다 수동적으로 사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내가 그 학생들이라면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그냥 부모님이 시켜서 또는 친구가 추천해서 또는 선생님이 조언해 줘서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지 않을까?
진짜 내가 훈련을 좋아하고 원하고 이걸 통해서 나의 미래의 어느 단계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면서 훈련받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자발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참, 지난번 달릴 때 까먹고 적지 못했던 내용이 하나 있다.
4-5km 지점에서 열심히 심호흡 조절하면서 달리고 있었는데 내 앞에 엄마와 아빠 그리고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들과 천천히 걷고 있는 가족이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옆으로 달렸는데 나를 빤히 쳐다보던 5살 아이가 내 뒷모습을 보면서
"할아버지 힘내세요"라고 말하는 게 들렸다.
거리가 꽤 되고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서 '할아버지' 였는지 '아저씨' 였는지 잘 기억은 안 난다.
거기에 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어서 몸을 돌려 그 아이를 바라보면서 "파이팅!"이라고 답해줬다.
그러더니 아이의 양옆에 있던 엄마 아빠가 박장대소를 했다.
아마 아이의 응원도 귀여웠을 것이고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수염 난 빡빡이 삼촌의 반응도 웃겼나 보다.
무튼 세상은 이상한 사람들도 많지만 순수한 사람들도 이에 못지않게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차피 내가 집 문을 나서는 순간 미친놈, 정신장애, 자기 분열증, 비매너 등 최악의 사람을 만날 확률은 최소 1% 이상이니깐. 그들을 만난다고 해서 기분 나빠할 필요 없다. 그런 사람들도 함께 있는 것이 바로 내가 사는 '이 사회' 이기 때문이기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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