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뜬구름홍입니다.
꽤 오래전에 출간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책을 알게되었냐고요? 경제 신문을 읽다가 과거 소설을 기반으로 영화를 제작했다는 기사를 보고선 알게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2권이 더 있는데 곧 마저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너무나 제게 큰 울림을 주더군요.
특히 책 속의 주인공이 한국을 떠난 이유와 과연 호주에서 그녀가 바랬던 것처럼 살아갈 수 있을지.
또 책에서 말한대로 대한민국이 그 정도의 나라인지.
저 또한 해외도 다녀보고 살아도보면서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단점보다는 소소한 장점이 많은 나라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해외 생활 당시 겪었던 일들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 둘 보따리 밖으로 나오는 기분이 묘하면서도 이렇게 내가 잘? 성장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바로 보시죠! * 개인적으로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양이 얼마 안 되어서 몇 시간이면 다 읽어요! -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대출해서 봤는지... 책 상태가... 하지만 읽는 데는 아무 문제없었다는 점 ㅎㅎ -
(책 속에서)
"조금만 돈이 있으면 한국처럼 살기 좋은 곳이 없어. 내가 평생 너 편하게 살게 해 줄게."
그렇게 말하고는 씻지도 않은 채 침대에 누워 바로 꼻아떨어지더라.
한국에서 살아도 그냥 전업주부로 살고 싶지는 않았거든. 딱히 어떤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한국의 구직 시장이 어떤지도 몰랐어. 그래도 일은 하고 싶었어. 은혜도 그렇고 학생 때는 똑똑하던 여자애들이 집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바보 되는 거 많이 봤거든.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 부딪치고 그러지 않으면 되게 사람이 게을러지고 사고의 폭이 좁아져.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할 줄 모르게 되고. 난 그렇게 되기 싫었어.
(중략)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내가 뭘 하겠다고 나서건 그게 성공할지 성공 안 할지는 몰라. 지금 내가 의대 가서 성형외과 의사 되면, 로스쿨 가서 변호사 되면, 본전 뽑을 수 있을까? 아닐걸? 10년 뒤, 20년 뒤에 어떤 직업이 뜰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러니까 앞으로 전망 얘기하는 건 무의미한 거고, 내가 뭘 하고 싶으냐가 정말 중요한 거지. 돈이 안 벌려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좀 덜 억울할 거 아냐.
(중략)
다시 호주로 가던 날에도 지명이가 나를 공항까지 데려다줬어. 공항으로 가는 길에 지금 내가 왜 호주로 가는 걸까 생각해 봤어. 몇 년 전에 처음 호주로 갈 때에는 그 이유가 '한국이 싫어서'였는데, 이제는 아니야. 한국이야 어떻게 되든 괜찮아. 망하든 말든, 별 감정 없어...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서라면 더 쉬울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중략)
애국가 가사 알지? 거기서 뭐라고 해? 하느님이 보우하는 건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야. 만세를 누리는 것도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고. 나는 그 나라를 길이 보전하기 위해 있는 사람이야. 호주 국가는 안 그래. 호주 국가는 "호주 사람들이여, 기뻐하세요. 우리들은 젊고 자유로우니까요."라고 시작해. 그리고 "우리는 빛나는 남십자성 아래서 마음과 손을 모아 일한다."라고, "끝없는 땅을 나눠 가진다."라고 해.
가사가 비교가 안 돼.
(중략)
밥을 먹는 동안 나는 행복도 돈과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행복에도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이 있는 거야. 어떤 행복은 뭔가를 성취하는 데서 오는 거야. 그러면 그걸 성취했다는 기억이 계속 남아서 사람을 오랫동안 조금 행복하게 만들어 줘.
그게 자산성 행복이야. 어떤 사람은 그런 행복 자산의 이자가 되게 높아.
(중략)
어떤 사람은 정반대지. 이런 사람들은 행복의 금리가 낮아서, 행복 자산에서 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이런 사람은 현금흐름성 행복을 많이 창출해야 돼.
(중략)
여기까지 생각하니까 갑자기 많은 수수께끼가 풀리는 듯하더라고. 내가 왜 지명이나 엘리처럼 살 수 없었는지, 내가 왜 한국에서 살면 행복해지기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나는 지명이도 아니고 엘리도 아니야. 나한테는 자산성 행복도 중요하고, 현금흐름성 행복도 중요해. 그런데 나는 한국에서 나한테 필요한 만큼 현금흐름성 행복을 창출하기가 어려웠어. 나도 본능적으로 알았던 거지. 나는 이 나라 사람들 평균 수준의 행복 현금흐름으로는 살기 어렵다, 매일 한 끼만 먹고살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는 걸.
(중략)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이렇지 않나. 자기 행복을 아끼다 못해 어디 깊은 곳에 꽁꽁 싸 놓지. 그리고 자기 행복이 아닌 남의 불행을 원동력 삼아 하루하루를 버티는 거야.
집 사느라 빚 잔뜩 지고 현금이 없어서 절절매는 거랑 똑같지 뭐.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라도 남을 불행하게 만들려고 해. 가게에서 진상 떠는 거, 며느리 괴롭히는 거, 부하 직원 못살게 구는 거, 그게 다 이 맥락 아닐까? 아주 사람 취급을 안 해 주잖아.
난 그렇게 살지 못해.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고.
정말 우스운 게, 사실 젊은 애들이 호주로 오려는 이유가 바로 그 사람대접받으려고 그러는 거야. 접시를 닦으며 살아도 호주가 좋다 이거지. 사람대접을 받으니까.
(중략)
공항을 나오니까 적당히 시원하고 적당히 따뜻한 바람이 불어. 햇빛이 짱짱해서 난 또 고개를 들 수가 없어. 선글라스를 끼면서 혼자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지. 나 자신에게.
"해브 어 나이스 데이."
그리고 속으로 결심의 말을 덧붙였어.
난 이제부터 진짜 행복해질 거야,라고.
(중략)
* 여기서부터는 작품 해설입니다.
진짜 까다로운 주체는 누구인가. 계나 스스로 자신을 까다롭다고 수긍하게 만든, 내면화된 '사육 이데올로기'가 아닐까.
소나 돼지인 양, 축사에 가두어져 주인이 주는 대로만 먹고살다가, 돈으로 교환되어야 한다는 길들임의 체제가 한국에서 스스럼없이 작동하고 있다.
거기에서 창출된 이득은 주인에게만 온전히 돌아간다. (중략) 사육 이데올로기를 조장하는 편이 주인이고, 사육 이데올로기를 수용하는 편이 가축이다. 배분되는 사료에 만족하라고, 울타리 바깥으로 나가면 위험하다고 소리 높여 주장하는 사람을 눈여겨봐야 한다. 그가 바로 주인이자 거꾸러뜨릴 대상이다.
(중략)
그렇다면 진정한 탈출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사육장 내에서 가축이라는 포박을 풀어내는 데 달려 있다. 사육 이데올로기를 온몸으로 거부하고, 사육장의 주인을 쫓아내야 한다.
(중략)
나는 답변할 것이다. "톰슨가젤들이랑 사자랑 맞짱 뜨자는 게 아니야. 톰슨가젤들이랑 사자랑 연대해서 우리를 부숴버리자는 거지."
정말 박수를 칠 정도의 소설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시간 전개와 주인공의 감정 변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책이 끝난 줄도 몰랐습니다...
작가의 다른 소설책도 읽어봐야겠네요.
특히나 행복을 자산과 현금성흐름으로 비유한 점은 투자자를 꿈꾸는 제게 너무나 와닿는 대목이었습니다.
비록 대한민국이 헬이라고 하지만, 어느 나라건 그러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을까요?
한 번은 미국에 계신 외삼촌네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외삼촌은 거기서 주류 판매 가게를 운영하시는데 흑인폭동으로 인해서 가게가 불타고 안에 있는 제품들은 전부 도둑맞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미국이란 나라는 내 이웃집 사람이 총을 들고 언제 나를 죽이러 올지 모르는 곳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다가 저는 삼촌에게 물었습니다. "여기서 사는 게 힘들지 않으세요? 차라리 한국으로 돌아와서 사는 건 어떤가요?" 삼촌과 옆에 계신 외숙모는 둘이 짠 듯 마냥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이런 곳에 살아도 다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단다. 아무리 위험한 동네일지라도 다 사람 사는 모양은 비슷하단다."
저는 이 말을 듣고 깨달았습니다. 환경은 개나 줘 버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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